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전세계의 국기스티커를 모으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나라 국기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좀 특이한 나라의 국기를 모으고, 그것도 모자라 옆 친구한테
자랑질도 하고, 진짜 귀한 것은 뒤로 거래(?)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많은 국기들 중에서 단연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내나라 내국기였다. 태극기를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그냥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어린시절이 지나고 나의 시선은 태극기로 가지 않고
그냥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에서나 볼 수 있는
아니면 국경일에 옆집 국기게양대에서 볼수 있는 물건에 지나지 않게 됐다.
잠시 반짝하는 애국심이라고나 할까?
단결의 구심이라고나 할까? 아주 잠시...
유럽여행을 시작하면서 유독 자기네 나라 국기를 상품화해서
여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 여기 갔다왔노라' 증명처럼 물건을 사게끔 한다.
나에게 태극기란 신성시 되어 있었는데.. 참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더구만..
영국 국기 유니언잭은 영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고,
그들의 분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화합의 역사이기도 하고,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에 언제든지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거리 곳곳에 유니언 잭이
펄럭이고, display되어 있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기념일에서부터 일상까지 사용하는 모든것이
캐릭터상품화 되어 있다.
유니언 잭은 참 예쁘다. 저 여행객은 얼마나 애국자일까?
뭐 그렇기 하겠냐마는 우리나라도 태극기 캐리어는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모두들 대한민국을 잘 모른다고
불평을 늘어놓기 바쁜데 태극기가 그려진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다니면 좋은 애국적 여행이 되지 않을까? ㅋㅋㅋ
영국의 symbol 블랙캡에도 유니언 잭이 걸려있다.
택시를 타면 영국에서 다시 영국으로 들어가는 기분?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말해보라고 하면 기껏 얘기하는 것이
fish&chips
그것을 당연한 자랑거리라듯 간판을 만들어놨구만..
내 손안에 영국을 쥐고,
갈아만든 배를 넣어 마시고 싶다..
내가 왜 이런 잔인한 생각을 하고 있쥐? ㅎㅎㅎ
쿰쿰한 냄새가 진동하는, 노숙자가 있는 저 뒷골목에도
국기를 형상화한 포스터가걸려있다.
국가는 저 노숙자를 위해 어떤 걸 하고 있을까?
유니언 잭 삐에로.
삐돌이(?)도 특색있게...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당연 city bus에는 국기가 빠질 수 없다.
온갖 영국의 symbol들과 함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18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보자.
지금 런던 거리 곳곳에서 보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끔 해주는 저 유니언잭이
그때는 얼마나 끔찍함의 상징일까?
자메이카의 어느 한 항구에 정박한 노예선에 걸려 있는 유니억잭.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눈에 띄는 유니언잭을
보면서 원주민들은 얼마나 치를 떨었을까?
전세계 영국의 식민지 국민들은
그들을 억압, 착취, 수탈을 상징하는 최고의 symbol이지 않았을까?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우리민족의 뇌리에
콕 박혀있는 일장기와 다르지 않았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