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칼라파테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우리는 빙하를 만나러 간다.

알프스에서 만난 설산,

1년 내내 녹녹 않는 그 설산을 보며

놀란 그 감동을 기대하며 설레임에 밤을 보낸다.

1년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한 것을 볼 수가 없다.

만년설, 빙하, 365일 가뭄, 뭐 이런거..ㅋㅋ

그래서 스위스에서 놀랐을 지도 모른다.

이 여름에 자기 모습 그대로

만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있다든거..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선 우리의 발걸음에 맞게

아침 공기의 신선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데체 빙하는 어디 있는거야?

여기저기 아무리 봐도 빙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여?

계속 머리 속에서만 그림을 그린다.

사진의 그 모습만 떠올린다.

배를 타고 20분쯤 갔을까?

두둥!!

 

빙하다.

눈 앞에 펼쳐진 빙하의 규모를 가늠치 못하겠다.

저 멀리서 펼쳐진 거라

그냥 집 앞에 쌓인 눈같다.

빙하 및 배의 크기를 보면 그 규모를 약간 가늠할 수 있지만...

 

우리와 함께 온 가이드들이 손수 꼼꼼하게

발에 아이젠을 신겨준다.

전문성이 팍팍 묻어난다.

이 사람들이라면 좀 믿을만 하겠는걸 함시롱..ㅋㅋ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본 칠레 국기가 생각난다.

그 칠레국기보다 더 갈귀갈귀 헤졌다.

바람의 횡포를 느낄 수 있다.

아르헨티나 국기는 빙하의 색을 담은 듯 하다.

빙하와 너무 잘 어울린다.

 

발에 아이젠을 단단히 묶고

1렬로 혹시나 있을 크렉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앞 사람의 뒤통수, 발자욱만 바라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난 빙하위에 있다.

사각거리는 얼음을 밟으며

빙하의 등위로 오르고 있다.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가이드는

혼자 올라가 없어진 계단을 만들고,

행여나 미끄러질까봐

아이젠으로 다듬고, 편히 디딜 수 있게 앞으로 나선다.

 

이제 모레노 빙하의 발톱만큼이나 왔을까?

그 규모에 비하면 그 정도 아닐지도 모른다.

빙하의 규모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크기만 하다.

빙하의 폭만해도 5km... 자그마치 높이가 60m...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건축물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과 색깔로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색이란 이런거다.

역사가 선물한 색이란 이런거다.

그 어느 캠버스에서도 본적 없는 듯한

그 어느 갤러리의 명화에 본적 없는

그런 색이 이 빙하 속에 숨겨져 있다.

 

이 푸름을 파레트에 담아 가고 싶다.

그리고 흐린 마음에

속 시원히 칠하고 싶다.

병든 마음에 이 색 가득 칠해

그들의 마음에 희망 한줌 알려주고 싶은 마음 가득 생긴다.

 

눈이 오고, 쌓이고, 얼고,

또 오고, 쌓이고, 얼고,

그 위에 다시 오고, 쌓이고, 얼고...

이 반복이 몇천, 몇만년...

그래서 우리는 이 빙하가 품고 있는 깊이와 사랑을 알 수 없다.

우리보다 훨씬더한 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한다. 빙하는...

하트를 그리며~~~

 

가이드가 갑자기 볼을 들고 가서 얼음을 막 깬다.

담는다.

엥?

 

빙하와 위스키

언더락으로

한잔 쭉~~~

얼어있던 코와

떨어지는 체온을 한방에 올려준다.

최고~~

 

빙하는 말한다.

난 비록 차가운 얼음이지만 맘은 그렇지 않다고 말이지..

떨어져 나가는 빙하소리가

얼마나 슬프고 아프게 들리는지 모른다.

눈으로, 손으로, 발로, 마음으로

이 빙하의 깊이를 가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