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 드 파르티(Fin de partie) - Endgame(엔드게임) - 막판, 종반

죄르지 쿠르탁의 베케트의 동명 극본을 바탕으로 삼은 단막 오페라

20세기 음악의 마지막 걸작. 2019년도 국제오페라상 수상작


루마니아 출신의 헝가리 작곡가인 죄르지 쿠르탁(지요르히 쿠르닥)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오페라상재단(International Opera Awards Foundation)은 헝가리의 죄르지 쿠르탁(Gyorgy Kurtag: 1926-)이 작곡하고 대본도 쓴 '퍙 드 파르티'(Fin de Partie: 게임의 끝)를 2019년도 국제오페라상 세계초연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평론가들은 '팡 드 파르티'가 20세기 음악의 마지막 걸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슨 연유로 걸작이라고 했을까? 음악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렇고 드라마의 내용에 있어서도 그렇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작곡자가 91세라는 기록적인 나이에 작곡했다는 점도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과거 오페라 작곡가의 경우에 노년에 이르러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작곡된 오페라 몇 편을 내세울것 같으면 '활슈타프'는 베르디가 80세에 완성한 것이며 '포페아의 대관식'은 몬테베르디가 7세 때에 완성한 것이고 '죽은자의 집으로부터'는 야나체크가 역시 76세 때에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90세가 지난 작곡가가 완성한 오페라는 아마 '팡 드 파르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음악적으로 이 오페라는 세계의 전반적인 예술사조가 현대화를 한창 지향하던 시기의 스타일을 추구한 것이다. 그리고 사뮈엘 베케트와 같은 인물이 문화적으로 갈증을 느끼고 있던 지성인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던 시기의 작품을 테마로 삼은 것이다. 사실상 당시의 문화예술인들은 양대 세계대전을 치룬후 인간이 처한 극도의 부조리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베케트의 '팡 드 파르티'도 그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부조리의 고발도 고발이지만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화 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함과 클로브. 함은 일어서지를 못하며 클로브는 앉지를 못한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던 노벨상 수상작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는 '팡 드 파르티'라는 제목에서 볼수 있듯이 극본을 프랑스어로 만들었다. 이 연극의 초연은 1957년 4월에 파리에서가 아니라 런던의 로열 코트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프랑스어 대사였다. 나중에 영어 대본으로 만들면서 제목도 '엔드게임'(Endgame)이 되었다. '막판' 또는 '종반전'이라는 뜻이다. '팡 드 파르티'는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에 이어 베케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팡 드 파르티'를 '막판을 기다리며'(Waiting for the End)라고 부르기도 했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났지만 헝가리 공부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던 죄르지 쿠르탁의 오페라는 오리지널이 프랑스어이기 때문인지 프랑스어 대본으로 이루어졌다. 작곡자 자신이 '팡 드 파르티'의 극본을 바탕으로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다. 쿠르탁은 '팡 드 파르티'뿐만 아니라 베케트의 또 다른 라운딜레이(Roundelay)에서도 구절들을 인용하였다. 라운딜레이란 후렴이 있는 비교적 짧은 노래를 말한다. 라운딜레이의 구절들은 오페라가 시작될 때에 나오는 대사로 삼았다. 쿠르탁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원래는 제목을 아주 길게 잡았다. Samuel Beckett: Fin de partie: scènes et monologes, opéra en un acte 라는 제목이었다. '번역하면 사뮈엘 베케트: 팡 드 파르티: 장면들과 독백들, 1막의 오페라'이다. 쿠르탁은 이 오페라를 그의 교수였던 페렌츠 파르카스(Ferenc Farkas)와 친구인 타마스 블룸(Tamás Blum)에게 헌정하였다. 쿠르탁은 이들에 대하여 '내가 젊었을 때 오페라의 진수에 대하여 가르쳐 주신 분들'(qui, dans ma jeunesse, m'ont appri sur l'essentiel sur l'opéra)라고 기록했다.


아일랜드의 시인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와 '엔드게임'은 그의 대표작이다. 부조리에 넘쳐 있는 현대사회를 고발한 작품들이다.


쿠르탁은 1956년에 헝가리 봉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더 이상 헝가리에 머물고 싶지가 않아서 프랑스로 갔다. 그는 파리에서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권유에 의해서 1957년에 '팡 드 파르티'의 초연을 보았다. 쿠르탁은 베케트의 '팡 드 파르티'를 보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오페라로 만들면 좋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가 2010년에 쿠르탁에게 새로운 오페라를 의뢰했다. 쿠르탁은 그가 1950년대부터 구상해 온 '팡 드 파르티'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라 스칼라와는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으며 따라서 작곡료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왜냐하면 나이가 나이인지라 옛말에 '봄날의 햇볕이 좋다고 좋아하지 말고 노인네 건강이 좋다고 좋아하지 말라'는 말처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도 맺지 않고 작곡료도 안 받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때 쿠르탁은 84세의 고령이었다. 그러는 중에 독일의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재단이 '팡 드 파르티'의 작곡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쿠르탁은 '팡 드 파르티'를 완성하기 위해 8년을 보냈다. 부인인 마르타 쿠르탁의 도움이 지대했다. 쿠르탁은 2018년 11월 15일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에 참석하지 못했다. 건강상의 이유에서였다. 그때 쿠르탁은 92세였다.


함과 그의 부모인 넬과 나그. 함은 휠체아 신세이고 넬과 나그는 쓰레기통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라 스칼라 무대.


등장인물은 네명이다.


- 함(Hamm: B-Bar).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중년남자. 일어서지를 못한다. 장님이기도 하다.

- 클로브(Clove: Bar). 함의 하인. 앉지를 못한다. 어릴 때에 함이 데려왔다.

- 넬(Nell: Contralto). 함의 늙은 어머니. 다리가 없다. 쓰레기통에서 꼼짝하지 못한다.

- 나그(Nagg: Tenor buffo). 함의 늙은 아버지. 역시 다리가 없고 쓰레기통에서 꼼짝도 못한다.


이 네명은 서로 문제가 많다. 서로 화나게 만들고 서로 약오르게 만들고 있다. 함은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대화하는 것도 정말 듣기 싫어한다. 함의 하인인 클로브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귀찮고 피곤해 한다. 어머니 넬은 어바지 나그의 말이나 행동에 대하여 도저히 참지 못한다. 그리하여 이 네명은 모두 밀실공포증이 있으며 또한 무기력하다는 생각 때문에 어서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 오페라는 단막이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14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독백과 대사이지만 음악은 계속 연주된다.


라 스칼라 초연. 나그와 클로브와 함. 넬은 세상을 떠났다.



1. 프롤로그 1: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함의 늙은 어머니인 넬이다. 오페라를 시작하기 전에 라운딜레이를 읊는다. 넬의 대사는 마치 안개가 낀듯 희미한 추억에 대한 것이다.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해변에서 들을수 있는 유일한 소리이다. 프롤로그 2는 라운딜레이이다.

2. 클로브의 판토마임: 그는 집안 일들을 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제스추어를 보여준다. 간혹 짧고도 신경질적인 웃음소리를 흩날린다.

3. 클로브의 첫번째 독백: 클로브는 현재의 상황이 얼마 후에 마무리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얘기한다.

4. 함의 첫번째 독백: 함은 낙담하고 지쳐서 그와 그의 부모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자기로서는 결말 지을수 없다고 주장한다.

5. 쓰레기통의 상황: 나그와 넬은 두 사람 모두 다리가 없는 장애자이다. 두 사람은 쓰레기통 속에 갇혀 있다. 빠녀 나오려고 하지만 도무지 움직일수가 없다. 두 사람은 대화 중에 예전에 아테네에서 자건거 경기에 나갔던 일을 회상한다. 이 때 두 사람은 커다란 사고로 두 발을 잃었다. 두 사람에게는 당시의 일을 회상하는 것이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사고는 두 사람이 함께 지낸 기간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잠이나 자고 싶은 함은 두 사람, 즉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가 성가시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하인 클로브에게 두 사람이 들어 있는 저 쓰레기통들을 저 멀리 바다에 내다 버리라고 지시한다. 그러는 중에 어머니 넬이 죽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넬이 죽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노래 제목은 '세상과 바지들'(The World and the Trousers)이다.

6. 소설같은 이야기: 함은 아버지 나그에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 옛날에 어떤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를 찾아와서 자기 아들에게 주려고하니 빵 한 덩이를 달라고 했다. 함은 그 말을 듣고 그 아이를 자기가 데리고 살겠다고 결심했다.

7. 나그의 독백: 나그는 아들 함이 어렸을 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아들이 필요했었다고 독백한다.

8. 함의 독백: 함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9. 함과 클로브의 대화:  함은 클로브에게 진정제를 달라고 한다. 클로브는 진정제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대답한다.

10. 함의 노래와 클로브의 보드빌(Vaudeville): 함은 클로브에게 이제 더 이상 필요없다고 말한다. It' over, Clov 이다. 그러면서 클로브에게 떠나기 전에 혹시 무슨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요청한다. 그러자 클로브는 이 순간까지 함이 자기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그러면서 이제 떠나야 하니까 그제서야 관심을 갖고 있는 척 한다고 덧붙여 말한다.

11. 클로브의 마지막 독백: 클로브는 자기의 입장을 생각한다. 그는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또한 나이 들고 피곤하여서 어떤 새로운 생활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그저 매일의 일상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으로 얽매여 있다는 생각을 한다.

12. 피날레로의 이전: 함은 클로브가 떠나려 하자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13. 함의 마지막 독백: 클로브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떠나야 한다. 함은 이제서야 자기가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14. 에필로그: 함은 이제는 엔드게임을 계속하는 것이 자기 혼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넬과 나그. 두 사람은 아테네에서 사이클 경주에 나갔다가 사고로 모두 두 발을 잃었다.


연극이 되었건 오페라가 되었건 기본 주제는 시작과 끝의 끊임 없이 반복되는 성질이다. 드라마의 오프닝 멘트는 '끝났다'(finished)인 것을 보면 대강 짐작할수 있다. 그 이후로도 시작과 끝남이라는 아이디어가 서로 얽혀서 꾸준이 반복된다. 함과 클로브가 벼룩을 죽이는 것은 인간성의 중생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이름이 여러번 강조되는 것도 그가 죽음으로서 새로운 종교가 태어났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함과 클로브가 예전에 어떠했다는 얘기를 하여 엔드게임에 결말을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사람 또한 영원히 끝남이 없는 굴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함은 '끝남'을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남을 주저한다. 죽음이 와도 생을 밀봉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클로브는 함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떠나지를 못하고 돌아온다. 함은 방의 한 가운데로 옮기기를 계속 원하지만 그러하지 못한다. 넬의 죽음은 아마도 이 드라마의 궤도이탈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죽음이란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중에도 넬은 유일하게 불합리와 부조리를 인식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부조리를 결말지으려 했던 것이다. 




áéóèç ê 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