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슬라이Christopher Sly)

도미니크 아르젠토의 단막 오페라

셰익스피어 원작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 바탕


젊은 시절의 도미니크 아르젠토


크리스토퍼 슬라이는 셰익스피어의 걸작 코미디인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에 나오는 인물이다. 슬라이는 술주정뱅이에 떠돌이이다. 그가 겪은 한바탕 소동이 내용이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너무나 재미있고 너무나 유명해서 세상 곳곳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1874년에 독일의 만하임에서 처음 공연된 독일 작곡가 헤르만 괴츠(Herrmann Goetz: 1840-1876)의 '말괄량이 길들이기'(Der Widerspängstigen Zähmung)이다. 독일어 대본으로 되어 있는 오페라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간혹 공연되었지만 세계 무대로는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콜 포터(Cole Porter: 1891-1964)라는 작곡가가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내용을 뮤지컬로 만들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이다. 1948년에 브로드웨이를 휩쓸었던 작품이다. 그러다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이 도미니크 아르젠토(Dominick Argento: 1927-2019)가 새로운 스타일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제목은 이 코미디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크리스토퍼 슬라이'라고 했다. 영어 대본은 존 게이 맨러브(John Gay Manlove)가 썼다. 아르젠토의 '크리스토퍼 슬라이'는 1963년 5월 31일에 미네소타대학교의 스캇 홀 극장(Scott Hall Theater)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단막 2장의 오페라이기 때문에 내용이 대단히 압축된 것이었다.


아버지 바티스타와 큰 딸 카테리나


등장인물들을 먼저 소개코자 한다.


- 크리스토퍼 슬라이(B-Bar):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떠돌이 술주정뱅이이다. 어느날 그는 술집에서 쫓겨나서 땅 바닥에 내동이쳐 진다. 그가 술에서 깨어나 보니 사실상 그는 훌륭한 귀족의 신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거지 생활을 하고 싶다고 난리를 쳐서 거지 행각을 벌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는 마침 어떤 매력적인 여인을 만난다. 슬라이는 그 여인과 당장 결혼하고서 어서 침대로 들어가고 싶어한다.실은 그 젊은 여자는 변장한 젊은 남자이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연극부터 보라고 강요하다시피 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라는 연극이다. 사실 그는 연극에 별로 취미가 없지만 사람들이 보라는데 안볼수 없었다. 그래서 연극이 시작된다. 그가 주인공이다. 그에게는 말괄량이 와이프가 있다. 그러나 연극을 보고난후 그런 와이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 영주(Lord: T): 귀족인 그는 사냥을 즐겨한다. 그리고 유머 감각이 남다르게 뛰어나다. 그는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술주정뱅이를 하룻밤만 귀족으로 만들어서 행세하도록 하는 코미디를 꾸민다.

- 호스테스(Hostess: Ms): 주점(Ale-hous)의 호스테스이다. 마리안 해케트일지 모른다. 술을 무척 좋아하지만 노랑 동전 한푼 없는 슬라이를 그나마 관대하게 대해주어 술 한 잔이라도 공짜로 주려고 한다.

- 페이지(Page: S). 영주의 시동이다. 바로톨로뮤라는 이름이다. 영주는 이쁘장하게 생긴 시동에게 여장을 하게 하고 슬라이의 부인 노릇을 하도록 한다.

- 헨리 핌페를넬(Henry Pimpernel: B-Bar). 대장장이.

- 피터 터프(Peter Turph: T). 양복장이. 카테리나의 가운을 만들었다.

- 첫번째 사냥꾼(First Huntsman: Bar). 영주의 사냥개들을 담당. 영주의 기분을 잘 맞추어 준다. 슬라이 실험도 적극 추진한다.

- 두번째 사냥꾼(Second Huntsman: T). 슬라이가 죽은 사람인지, 인사불성으로 술에 취한 사람인지를 확인한다.

- 세번째 사냥꾼(Third Huntsman: B).

- 첫번째 귀부인(First Lady: S)

- 두번째 귀부인(Second Lady: S)


영화의 한 장면. 카테리나에 엘리자베스 테일러, 페트루키오에 리챠드 버튼


이상이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냥꾼들과 귀부인들은 물론이고 하인들, 하녀들, 파두아의 부자 신사로서 두 딸이 있는 바티스타, 피사의 젋은이로서 대학에 다니기 위해 파두아에 온 루첸티오, 루첸티오의 아버지인 빈첸티오, 결혼할 여자를 찾으로 파두아에 온 베니스의 신사 페트루키오, 바티스타의 둘째 딸인 비안카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파두아의 부자 노인인 그레미오, 역시 비안카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파두아의 젊은이인 호프텐시오, 루첸티오의 친구 겸 하인인 트라니오, 루첸티오의 또 다른 하인인 비온델로, 페트루키오의 하인인 그루미오, 또 다른 페트루키오의 하인인 쿠르티스와 나타니엘과 필립과 니콜라스와 페터, 바티스타의 하인, 경찰관, 만투아에서 온 교장선생님인척 하는 사람, 그리고 바티스타의 두 딸인 카테리나와 비안카(카테리나는 말이 많고 고집이 세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자인데 반하여 비안카는 예쁘고 착실하고 순종하는 여자이다) 등등이다.


페트루키오에 대항하는 카테리나


도미니크 아르젠토의 오페라 '크리스토퍼 슬라이'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의 내용만을 반영한 것이다. 말괄량이 카테리나가 페트루키오와 결혼하여서 얌전한 부인이 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그리하여 오페라 '크리스토퍼 슬라이'는 떠돌이 술주정꾼인 슬라이가 빚장이들에게 쫓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못하고 있는 슬라이를 사냥을 나갔던 영주가 발견한다. 영주는 슬라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한바탕 장난을 벌이고자 한다. 영주는 하인들을 시켜서 슬라이를 성으로 데려와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슬라이에게 귀족의 옷을 입힌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슬라이가 깨어나면 영주처럼 받들라고 지시한다. 슬라이가 깨어나자 하인들은 슬라이가 원래는 지체 높은 귀족인데 잠시 정신이 나가서 거지 행활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부터 슬라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대령된다. 특히 술에 있어서 그러하다. 영주는 한술 더 떠서 예쁘장하게 생긴 그의 시동 한사람에게 여자 옷을 입혀서 슬라이의 젊은 부인처럼 행동하도록 한다. 슬라이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중에도 어서 젊고 예쁜 부인과 함께 침대에 들어가기만을 바란다. 그러는데 빚장이들이 슬라이가 성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성으로 몰려온다. 빚장이들은 슬라이가 성에서 영주처럼 행세하고 있는데 그것이 실은 모두 장난이란 것을 알게 된다. 슬라이는 그것도 모른채 점점 더 영주 행세에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래서 빚장이들을 만나자 성에 있는 이것저것 귀중한 물건들을 할수 있는대로 챙겨서 빚장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물론 상당한 보물들을 자기 주머니에 쑤셔 넣기도 한다. 그후 성에서 슬며시 빠져 나온 슬라이는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공연에서는 슬라이가 영주의 예쁜 애인들을 모두 거느리고 커튼 앞에 나와서 이 얼마나 즐거운 인생이냐고 말하면서 마무리한다. 슬라이가 마지막으로 뱉은 말은 '쾌락은 순간이니 한껏 즐겨야 한다'(Plesure is of the moment and should be enjoyed to the full.)이다. 오페라 '크리스토퍼 슬라이'는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사냥을 나갔던 영주 일행이 술에 절어서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슬라이를 성으로 데려오는 장면이며 2장은 그후 슬라이가 성에서 벌이는 일들을 그린 것이다. 1장과 2장 사이에는 막간 촌극이 추가되어 있다. 일종의 인터루드이다. 아르젠토는 그의 오페라들마다 새로운 이디옴을 창조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르젠토 특유의 개성적인 표현을 말한다. 아르젠토의 성악 멜로디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여러 작곡 스타일의 참고로 한 멜로디이며 또한 유머 감각이 깃들여 있는 멜로디이다.


오페라 '크리스토퍼 슬라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 드라마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1막. 성주가 술주정꾼으로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크리스토퍼 슬라이를 발견한다. 조크를 좋아하는 성주는 슬라이를 성으로 데려가서 좋은 침실에서 좋은 옷을 입히고 깨어나면 성주처럼 대우하여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고자 한다. 성주는 하인들에게 그가 깨어나면 공손히 대우하도록 하며 또한 그가 실은 오랫동안 질병으로 고생해서 기억력을 잃었지만 지금은 회복되었다고 믿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술에서 깨어난 슬라이는 갑자기 모든 환경이 변한 것을 알고 놀란다. 순회 극단이 찾아와서 슬라이를 위해 공연을 한다. 슬라이는 자기가 진짜 성주가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가끔씩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연극은 루첸티오가 공부하기 위해 파두아에 온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루첸티오는 아름답고 정숙한 비안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비안카는 부유한 상인인 바티스타 미놀라의 작은 딸이다. 그런데 그레미오와 호르텐시오도 비안카에게 청혼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바티스타는 큰 딸 카테리나부터 먼저 결혼한 후에 작은 딸을 결혼시킬 생각이기 때문에 이들이 지금 비안카에게 청혼해도 소용이 없다. 큰 딸 카테리나는 말하자면 말괄량이이다. 성격이 괄괄하고 고집이 세며 결혼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카테리나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러므로 비안카가 당장 결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레미오와 허르텐시오는 합심해서 카테리나의 신랑감을 구해 주기로 결정한다. 비아카를 사랑하게 된 루첸티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인 트라니오와 옷을 바꾸어 입고 귀족이 아닌 평범한 선생처럼 변장한다. 그리고는 비안카의 가정교사가 된다. 비안카와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이다.


페트루키오와 카테리나의 신혼 생활. 현대적 연출


2막. 베로나의 페트루키오가 파두아의 친구인 호르텐시오를 찾아온다. 페트루키오는 호르텐시오의 계획을 듣고 그를 돕기 위해 카테리나와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페트루키오는 만일 카테리나와 결혼하게 되면 지참금이 막대하다는 것을 알고 더욱 결혼에 대한 결심을 굳힌다. 페트루키오는 카테리나를 만나서 절대로 말다툼을 벌이지 않기로 다짐한다. 페트루키오가 카테리나에게 청혼하자 카테리나는 화를 내면서 결혼같은 것은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인 바티스타는 점잖은 신사인 페트루키오가 큰 딸 카테리나에게 청혼한 것을 알고 기뻐한다. 일단 바티스티가 딸 카테리나의 결혼을 승낙하자 그 다음의 문제는 누가 비안카와 결혼하느냐는 것이다. 루첸티오는 가정교사로 변장하여 비안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3막. 페트루키오가 카테리나와의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도착한다. 결혼식인데도 페트루키오의 옷은 외국에서 온 사람처럼 이상하고 보잘것 없다. 그리고 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예절 없이 행동해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벌어진다. 카테리나는 피로연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페트루키오는 어서 베로나의 집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4막. 시골 집에 돌아온 페트루키오는 하인들에게 자기의 허락이 없이는 누구도 카테리나에게 마음대로 음식을 제공하거나 잠을 자도록 하지 못하도록 하며 심지어 옷도 하녀들처럼 입도록 한다. 카테리나를 길들이기 위해서이다. 페트루키오는 카테리나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카테리나는 마침내 남편 페트루키오의 행동에 지치고 힘들어서 페트루키오의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겠다고 약속한다. 카테리나는 대신 파두아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오겠다고 말한다. 카테리나와 페트루키오는 파두아로 돌아가는 길에서 진짜 비첸티오를 만난다. 페트루키오는 카테리나가 얼마나 자기의 말에 순종하는지를 테스트하고 싶다. 그는 카테리나에게 해를 가르치며 저것이 달이 아니냐고 묻자 카테리나는 달이라고 대답한다. 페트루키오가 어떤 노인을 보고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말하자 그렇다고 대답한다.


5막. 호프텐시오와 그레미오는 비안카가 가정교사인 루첸티오를 마음에 두고 있으며 나아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기분이 상해서 더 이상 비안카에게 청혼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호르텐시오는 어떤 돈 많은 과부와 결혼키로 한다. 루첸티오의 하인인 트라니오는 주인인 루첸티오와 비안카의 결혼을 더욱 굳게 하기 위해 연극을 꾸민다. 우선 그는 어떤 지나가는 교장선생님에게 루첸티오의 아버지인 비첸티오의 역할을 해 달라고 설득한다. 이어 르라니오는 비안카의 아버지인 바티스타에게 비첸티오가 실은 부유한 사람이라고 확신시켜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티스타가 찜찜해 하는 눈치이자 마침내 루첸티오와 비안카는 바티스타 다른 도시에 가서 몰래 결혼식을 올린다. 페트루키오, 루첸티오, 호르텐시오 세사람의 결혼식 피로연이 공동으로 열린다. 세 남편들은 어떤 부인이 남편의 분부대로 가장 순종하는지를 두고 내기를 한다. 이제 완전히 딴 사람이 된 카테리나가 단연 가장 순종하는 부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카테리나는 다른 부인들에게 아내로서의 순종이 얼마나 미덕인지를 가르치기까지 한다. 이제 연극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크리스토퍼 슬라이가 꿈에서 깨어나라면서 성밖으로 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라이는 말괄량이 부인을 길들이는 꿈을 계속 꾼다.


카테리나를 길들이기 위한 페트루키오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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