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영한 SBS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의 성과는 여러가지다. 시청률 2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고루 맞았다는 시청자들의 호평과 함께 출연 배우들의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는 칭찬도 받았다.

'열혈사제'는 주인공만 보이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랐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확실한 서사와 캐릭터, 그리고 매력을 부여하면서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까지 훨훨 난 것.

그중 태국인 쏭삭과 편의점 알바생 요한의 우정도 빼놓을 수 없다. 깡패 장룡(음문석 분)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쏭삭이 사실은 태국의 무술 고수이며 소심한 요한이 대범해지는 반전이 드러나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열혈사제'가 추구한 권선징악 흐름 안에서 소심하고 위축된 인물들이 보여준 통쾌한 한방은 그 자체로 유쾌한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열혈사제'를 통해 처음 만났다는 고규필(37)과 안창환(34)은 "정말 형제를 만난 것 같다"면서 진한 우정을 자랑했다. 더불어 자신들보다 더 고생을 많이 하고 연기도 잘 한다는 동료들도 꼭 주목받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거창한 포부와 계획을 말하곤 하는 말 대신, 독특하게도 동료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열혈사제' 팀의 끈끈한 우정을 볼 수 있었다.

<[N딥:풀이]①에 이어>

         


-시청률이 이렇게 높은 드라마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고규필) 다들 알고 있지만 그다지 크게 신경은 안 쓰더라.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장가서 즐겁게 연기하고 즐겁게 퇴근했다. 그런 것(성과)에 대한 들뜸은 없었다. 첫방송을 모여서 봤는데, 시청률이 14%가 나왔다. 기뻐해야 하는데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많이 봤지?' 싶었다. '와 우리 대박!' 이게 아니라 약간 놀랍고 애매한 느낌이었다. (웃음)

▶(안창환) 첫방송보고 단톡방에서 시청 소감을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이야기했다. 되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고규필씨는 요한 역할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있나.

▶(고규필)역할이 쏭삭처럼 확실한 설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에 많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요한을 어떻게 나답게 표현할까 고민은 많았다. 사실 우리가 극중 분량이 큰 편은 아닌데 그 작은 부분도 극에 도움이 돼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창환이와 통화 많이 나눴다.

-전작에 비해서 조금 체격을 키운 것 같은데, 준비한 설정인가.

▶(고규필) 정확히 보셨다(웃음) 감독님이 더 찌워도 좋을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사우나 다녀온 날에는 '요즘 뭐 다른 거 해? 살이 빠졌네'라고 농담하신다.

▶(안창환) 나랑 똑같다. 나한테도 '창환이 긴장 풀렸어? 왜 이렇게 얼굴이 하얘'라고 하셨다.(웃음)

         


-실제로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나.

▶아니다. 30년간 다이어트 실패만 해왔다. 몇 년 전 한 번 살을 뺀 적이 있는데 두 달 만에 30kg 정도 뺐다. 그럼 좀 근육질 몸이 돼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살이 빠지면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뚱뚱한 몸이) 작아지는 스타일이더라.(웃음)

-다시 찐 이유가 있었나 .

▶영화 '마더'를 찍었다. 당시 73~74kg 정도였다. 100kg에서 뺀 거다. 그때 감독님이 예전 모습을 원하셔서 바로 찌웠다. 봉준호 감독님이랑 작업하는 건데 뭘 망설이나. '한달이면 만듭니다'라고 답했다.(웃음) 한달이 뭔가. 일주일만에 다시 쪘다. 평소에는 자전거 타고 땀 빼는 것 좋아한다. 오히려 일 할 때 살이 찌는 편이다.(웃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역할이다. 알바 경험이 좀 있나 .

▶정말 없다. 방송국 공채로 일을 시작했다. 보통은 알바를 하면서 연기도 하는데, 당시에 단역하면서 그 나이 대에 하는 알바비 정도는 벌었다. 다른 배우들은 막노동도 하면서 연기를 준비했다는데, 나는 다른 알바는 해본 적은 없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만 두지 않길 잘 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연기를 그만 두려고 했을 때 부모님을 너무 피해 다녔다.(웃음) 한집에 같이 사는데 피해 다녔다. 너무 백수처럼 있으니까, 도망 아닌 도망처럼 밖에 있다가 새벽에 들어가곤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서 저를 탁 치더니 '너 연기 그만해'라고 하시더라. 다들 연기를 말려도 어머니는 늘 응원해줬는데, 그런 분이 그만 두라고 하시니 깜짝 놀랐다. '어 나도 그러려고 했어'라고 답했다.

         


-언제 생각을 바꿨나.

▶다음날에도 계속 ('그만 두라'는 말이) 맴돌더라. 이제 진짜 연기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 그만 한다고 친구들 동료들 만나서 술 얻어먹고 다녔다. 그 시기에 일적으로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았다. 작은 분량이어도 역할을 주고, 기회도 생기더라. 그 당시 우연히 찍었던 영화가 '베테랑'이었다. 그 덕에 계속 일을 한 것 같다. '순경1' 단역이었는데 제작부 한 친구가 '너 이 영화 개봉하면 일 많아질 것 같다'고 하더라. 개봉 후 칭찬도 듣고 좋은 반응도 얻고 그 뒤로 간간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만난 '열혈사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다.

-최근 어버이날이었는데 부모님께 효도했나.

▶(고규필) 어제 촬영 끝나고 들어가면서 '엄마 나 내일 컴퓨터 살게' 그러니까 '너 돈도 모아서 장가도 가라. 엄마랑 계속 살 거냐'고 하시더라. 아직 결혼생각 없다고 대답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날이 어버이날이더라. 몰랐다. (웃음) 그래도 요즘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집에서 게임하면 혼나곤 했는데, 요즘에는 슬쩍 과일도 가져다 주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