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논설위원

입력 : 2013.04.18 22:54 조선일보

경제성장률이 2%라는데 한국 경제의 성공 전략이 이제는 끝나버렸다는데
젊은이들이 울고 있고 그치게 할 방법 안 보이는데 행복은 어디에서 오나


	양상훈 논설위원
양상훈 논설위원

다른 정권에 비해 조금 더 시끄러웠던 박근혜 정부의 초창기가 끝나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 약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불행을 막는 일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복지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그런 노력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 사람 모두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학교를 졸업하면 직장을 갖고 싶다. 그 직장은 대단하지는 않아도 조금씩이라도 성장했으면 좋겠다. 큰 부담 없이 결혼하고 싶고, 아이 두 명 정도 잘 키우고 싶다. 10년 정도 일하면 작은 집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인생이 불행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학교 졸업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가장이 그때까지는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퇴직한 후에 살아갈 길이 막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1년에 한두 번 바다 구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너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혹시 아플 때 돈 때문에 병원 못 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5년 안에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면 정말 국민행복시대를 열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의'라고 했지만 실은 전혀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우리 사회, 우리 경제의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은 실제보다 덜 알려져 있다. 아직 어린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위치에 있지 못해서 그렇다. 학교를 졸업하고 1년 이상 집에서 눈치 보면서 놀고 있는 젊은이 한 명을 알고 있다. 그는 "죽고 싶다"고 했다. 그냥 해보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본인만이 아니라 온 가족 모두가 불행하다. 통계 수치는 이런 젊은이들이 10%가 되지 않는다고 나온다. 필자는 그 숫자를 믿지 않는다. 이거 빼고 저거 뺀 통계 장난이 젊은이들 눈물과 절망의 크기를 실제보다 10분의 1로 줄이고 있다고 믿는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경제가 커져야 하는데 올해 우리 경제는 2% 정도 성장한다고 한다. 무슨 일자리가 어디에서 나올까.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지금 현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정도가 아니라 잘나가는 대기업 4곳과 그렇지 못한 대기업들 사이의 양극화까지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데 중소기업이 잘돼서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한국의 위기는 북한 위협이 아니라 저성장에 있다'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은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낸 한국의 경제 성공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 현대차, LG 등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벌써 대기업 몇 곳이 비틀거리고 있는데, 앞으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우리 스마트폰 관계자들이 최근 중국이 만든 스마트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5년 뒤, 10년 뒤에도 우리는 지금 파는 것을 계속 팔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여태까지 우리 국민 사이엔 막연한 낙관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부족한 것이 많지만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잘될 것이란 희망이었다. 이 희망이 강력했던 것은 실제 그런 방향으로 우리나라가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희망이 많이 사그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낙관이 사라진 자리에서 '행복하지 않다' '잘될 것 같지 않다'는 불행감과 불안감이 자라고 있다.

모두가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낸 한국의 경제 성공 전략은 이제 정말로 끝난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경제 성공 전략 자체가 수명이 다했다면 그것은 추경 20조원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휘발유는 떨어져 가고 있는데 주유소를 찾지 못한 운전자의 심정이 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누구에게도 현실감을 줄 수 없다.

이제 막연하지만 '국민불행시대'의 도래에 대한 두려움이 번져갈 것이다. 그것은 정치와 사회에 큰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 몇 개를 만들겠다거나 연금을 얼마 더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뭔가 내리막 같다'는 이 불안감을 다시 과거의 희망과 낙관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경제를 다시 성장시키는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을 무슨 죄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국민불행시대'라고 떠들면서 저성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2% 성장' 앞에서 매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한다. 어떤 것도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