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사입력 2013-05-11 03:00:00 기사수정 2013-05-11 09:17:20

 

세계는 왜 뉴욕타임스를 열독하는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52층짜리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의 모습.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NYT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욕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이기도 한 이 건물 안에서 세계 최고의 신문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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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5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이곳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미디어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로 창간 162주년을 맞은 뉴욕타임스(NYT)의 현대식 52층 본사 건물이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이 빌딩의 2∼4층에 있는 뉴스룸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일손을 놓고 모였다. 편집에 대한 간섭을 우려해 좀처럼 이곳을 찾지 않는 NYT 발행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회장(62)까지 등장했다.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던 수전 치라 부국장이 제97회 퓰리처상 발표 소식을 전하자 설즈버거 회장은 네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미 최고의 보도상인 퓰리처상에서 NYT가 분석보도 국제보도 탐사보도 기획보도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첫 여성 편집인인 질 에이브럼슨(59), 6년 넘게 오피니언면을 책임지고 있는 앤드루 로젠탈 논설주간(57), 지난해 11월 영국 BBC 사장에서 자리를 옮긴 마크 톰프슨 NYT 사장(55) 등도 기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올해 퓰리처상을 최다 수상한 단일 언론사로, 역대 퓰리처상 최다 수상 기록을 108회에서 112회로 늘린 NYT 기자들에 대한 찬사였다.

수상자들 가운데 유독 많은 사람들이 악수를 청한 기자는 비행기로 15시간을 날아온 데이비드 바보자 중국 상하이(上海) 지국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6일자 신문에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중국 총리 일가족의 3조 원 규모 부정축재 의혹을 보도해 국제보도 부문상을 받았다.


1년 걸린 취재, 중국과 미중관계, NYT를 흔들다

5년 만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와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2주가량 앞두고 터진 이 보도는 중국을 뒤흔들었다. 결과적으로 공산당 핵심 지도부인 7인 상무위원에는 원자바오 전 총리를 견제해온 상하이방(상하이 관료 출신 그룹)과 태자당(고위 관료나 혁명 원로 자제 모임) 세력이 우위를 점했다. 앞서 원 전 총리는 태자당의 핵심 중 한 명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실각에 앞장서면서 태자당 측의 불만을 샀다. 청렴을 트레이드마크로 정치개혁을 주창해온 원 전 총리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끝으로 정치 전면에서 퇴진했다. 중국 정가는 NYT의 보도가 정계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파장을 예상했는지 중국 정부는 보도가 나온 직후 NYT 웹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검열에 들어갔다.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보도를 냈느냐. 의도된 것이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보자 기자는 수상 소감에서 “기사화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공개된 자료만을 갖고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 “독자를 놀라게 하라” 1년 탐사보도, 中 성역도 허물다 ▼

사실 그가 이 기사를 다룬 계기는 다른 곳에 있었다. 2004년부터 상하이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경제 분야에 천착했던 그는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중국 경제시스템을 다루고 싶었다. ‘위험에 빠진 용’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위해 2011년 10월 취재에 들어갔다.

“상하이와 베이징(北京)에서 은행원 법조인 회계사 등을 만날 때마다 중국 고위 지도부의 가족들이 기업의 비밀주식을 받아 특혜를 누리고 있고, 신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 차명투자가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는 중국 지도부 가운데 유독 의혹 제기가 많았던 원 전 총리에 초점을 맞췄다. 취재는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세상이 다 아는 소문이었지만 이를 다룬 매체는 없었다. 차선책은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공개 자료를 모으는 길이었다. 다양한 중국의 정부기관에 공개 자료를 요청했다. 기회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상무부의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요청해 받은 기업 등록 자료의 주주 명부에서 원 전 총리의 친척 이름을 발견했다. 그는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공개된 기업정보의 보고(寶庫)이지만 중국 매체들이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원 전 총리의 친척들과 관련 있는 수십 개의 민간투자회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료를 받았다. 원 전 총리의 친척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할 수 없이 확보한 문서를 수차례 읽고 변호사와 회계사 및 금융전문가에게 기록이 의미하는 것을 물었다. 이런 ‘퍼즐 맞추기’ 끝에 결국 일반인들이 거의 들어보지 못한 수십 개의 투자기구에 숨겨진 친척들의 이름을 찾아냈다.

그는 NYT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한 달로 예상했던 취재는 수천 장의 자료를 찾고 해석하느라 1년이 걸렸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공개 자료가 의외로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취재 과정에서 어떤 부정이나 부패도 없었다. 다만 남보다 앞서 문서를 철저히 검증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바보자 기자는 이 보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일본 도쿄(東京)로 피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NYT도 이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올 1월 NYT가 고용한 보안 전문업체인 맨디언트는 4개월에 걸쳐 해커들이 수시로 전산 시스템을 드나든 흔적을 발견했다. 해커는 모든 임직원의 계정 비밀번호를 탈취하고, 이를 이용해 바보자 기자 등 53명의 개인컴퓨터에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커의 침입은 원 전 총리의 축재 의혹 보도가 나간 직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NYT 해킹사건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해킹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13일 중국을 방문했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 간에 사이버 보안에 대한 실무협의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는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 통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NYT 본사 로비 벽에 즐비하게 붙어 있는 소형 LCD 패널들. 신문과 온라인에 게재됐던 NYT의 기사와 칼럼의 문장들이 번갈아 가며 뜬다. 마치 비디오아트 작품을 연상시킨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멀티미디어 융합을 시도하는 미술관 같은 뉴스룸

지난달 26일 찾은 NYT 본사 로비에서는 마치 비디오아트를 연상시키는 수십 개의 소형 액정표시장치(LCD)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면에는 NYT에 실린 기사와 칼럼의 문장들이 번갈아 가며 떴다. NYT는 오랜 전통 탓인지 회색 머리칼의 노부인에 빗대 ‘그레이 올드 레이디(Grey Old Lad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실제 장문의 기사와 전통적 편집을 고수하고, 컬러인쇄도 미 신문사 가운데 가장 늦게 도입한 편이다. 하지만 사옥에서 만난 NYT는 오히려 ‘유행에 민감한 젊은 뉴요커’에 가까워 보였다. 2∼4층의 뉴스룸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강조하듯 밖에서 훤히 보이는 유리벽으로 만들어졌다. 또 쉽게 층간을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내부 계단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어 미술관을 연상시켰다. 뉴스룸에 들어서자 동영상 촬영이 한창이었다. 기자들이 업무 중에 지인에게 얘기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날의 뉴스들을 수시로 동영상으로 촬영해 웹사이트에 올린다.

NYT는 2005년 신문 뉴스룸과 디지털뉴스팀을 합친 온·오프 통합 뉴스룸으로 조직을 바꿨다.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기 위해 2007년 현재의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NYT뉴스서비스앤드신디케이션 조세핀 슈미츠 편집 디렉터는 “각 데스크가 신문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등에 올라가는 기사와 제목을 직접 결정한다. 온·오프 통합 때문에 데스크 일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NYT 역사를 전시한 공간에서 2008년 3월 11일자 1면을 유독 강조했다.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가 성매매 스캔들로 사임한 기사였다. 그는 “신문에 게재되기 전 온라인으로 특종 보도를 먼저 올린 첫 사례다. 이것이 온·오프 통합의 분기점이 됐다”고 말했다.

 

▼ “논쟁을 일으켜라” 12명 톱 칼럼니스트 ‘백필백중’ ▼

옆 대형 회의실에서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 두 차례 ‘페이지 원(Page one·1면) 미팅’으로 불리는 편집회의가 열린다. 2011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페이지 원-NYT의 내부’에서 처음 공개된 편집회의 장면을 보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데스크 간에 공방이 오간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미디어 담당 에디터는 “페이지 원 미팅은 한정된 지면을 차지하기 위해 데스크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온·오프 통합 뉴스룸답게 오전 회의에서는 NYT 웹사이트의 주요 기사 배치를 결정하고, 오후 회의에서는 다음 날 아침신문의 지면 배치를 정한다.


정정기사만 1, 2개 면을 털어 싣기도

매달 3000만 명 이상이 찾는 NYT 사이트는 미국 신문사 웹사이트 가운데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기자와 외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60개의 블로그가 큰 역할을 한다. NYT의 외부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경제학)는 지면에 일주일에 두 편의 칼럼을 쓰면서도 자신의 블로그 ‘자유주의자의 양심’에 매일 2, 3편의 글을 올린다. 왕성한 집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정확하게 득표율을 예상해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차세대 통계분석가 네이트 실버의 블로그도 인기다.

뉴스룸 인원은 취재 편집 그래픽 동영상팀 등을 합쳐 11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취재기자는 24개 해외지국의 특파원들을 모두 합쳐 550여 명이다. 대선 등 대형 이벤트에는 업무 영역을 넘어 가능한 모든 취재인력이 동원된다. 지난달 보스턴 테러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사회부 기자와 보스턴 뉴욕 워싱턴 지국의 기자들은 물론이고 러시아 지국의 특파원들까지 모두 투입됐다. 보스턴 테러가 터졌을 때 많은 매체들이 오보를 쏟아냈지만 NYT는 한발 늦더라도 정확한 보도로 성가를 높였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매일 정정기사를 게재할 뿐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1, 2개 면을 털어 정정기사만을 싣기도 하는 파격을 보인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아니라 방 한 개짜리’라는 정정기사까지 등장한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모든 사람이 NYT를 읽는다”

NYT의 영향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기자가 NYT 본사를 방문했을 때 NYT의 역사를 사진으로 정리해 놓은 공간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좋아하든 싫어하든 모든 사람이 NYT를 읽는다”는 축하 편지가 걸려 있었다.

NYT는 3월 말 미국 내 구독자 수 순위에서 유에스에이투데이를 제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미국 미디어감사협회(AAM)가 인터넷 등 온라인 독자를 집계에 포함하면서 NYT의 독자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NYT는 여론지도층과 중산층 이상의 지식인들이 주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어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어도스앤드모건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오피니언 리더 조사’에서 NYT는 여론지도층 인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신문 1위에 올랐다. NYT에 따르면 독자의 90.2%가 전문대 이상 졸업자이고, 연간 수입 기준으로 7만5000 달러 이상의 중산층이 60%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NYT가 다루는 이슈에 대해서는 정계와 정부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재계까지 민감하게 반응한다. NYT는 지난해 애플의 하청 제조업체인 중국 팍스콘의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를 9회에 걸쳐 시리즈로 다뤄 결국 애플과 팍스콘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 멕시코에서 월마트가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한 고리를 끝까지 추적해 내 월마트가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가도록 했다.

설즈버거 사주 가문을 다뤘던 ‘신뢰: 뉴욕타임스 배후의 은밀하고 강력한 가족’의 공동 저자인 수전 티프트는 아메리칸저널리즘리뷰에 “나는 NYT와 그 다음 순위의 신문 간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NYT는) 정상에 외롭게 서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NYT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 칼럼

NYT는 미국은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광범위한 독자층을 갖고 있다. 특히 칼럼과 사설을 즐겨 읽는 이가 많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태평양 건너에서 NYT 신문을 우편으로 배달받아 읽는 국내의 NYT 열혈 팬 중 한 명이다. 인터넷으로도 유료 구독하지만 종이신문으로 읽는 맛이 다르다고 한다. 칼럼과 기사를 필자 또는 주제별로 사무실에 차곡차곡 정리해 둘 정도다.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등을 지낸 박 이사장은 기사에 앞서 칼럼과 사설을 먼저 찾아 읽는다. 그는 “수준 높은 칼럼과 사설을 읽으면 사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고 흐름을 알고 관점을 세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NYT 오피니언면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버락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들어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 있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수용소 폐지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달 14일자 NYT에 실린 기고였다. 관타나모 수감자인 예멘 출신의 사미르 나지 알 하산 모크벨(35)은 수감자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다.

NYT커뮤니케이션팀이 제공한 자료에서 앤드루 로젠탈 논설주간은 “일주일에 1200여 건의 자발적인 기고 원고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통상 일주일에 12건 정도의 기고가 게재되므로 경쟁률이 100 대 1인 셈이다. 기고를 채택할 때 큰 원칙은 ‘NYT에서만 볼 수 있는 글이어야 하며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민주당 의원이 공화당 의원을 비판하는 글은 싣지 않지만 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동료를 신랄하게 꾸짖는 것은 싣는다. 아무리 유명 인사라 하더라도 기존 연설문이나 보도자료를 수정해 보내온 글은 싣지 않는다. 반면 최근 관타나모 수감자의 기고처럼 소외된 곳의 목소리를 적극 담으려 노력한다고 로젠탈 주간은 강조했다.

외부 기고와 함께 NYT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 중 하나는 세계 정상급 칼럼진 12명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브룩스 등 외부 칼럼진과 세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 모린 다우드 등 NYT의 칼럼니스트들은 10년 넘게 NYT와 함께하고 있다. 일주일 평균 2회씩 칼럼을 게재하다 보니 NYT 독자들에게 친근한 벗 같은 존재다. 칼럼에는 기사보다 더 많은 댓글이 달리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축소에 반대하는 글을 끊임없이 쓰고 있는 크루그먼 교수의 경우 안티사이트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재경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NYT는 발행인이 눈을 크게 뜨고 칼럼니스트를 찾아 데려온 뒤 최고의 대우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프리드먼은 해외에 나갈 때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한다. 연봉도 수십 만 달러에 이르며 국내외 강연과 심포지엄 등에 초청인사 1순위다. 칼럼니스트들은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직접 현장에 나가 취재함으로써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살아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칼럼니스트들을 지원하는 자료조사팀도 막강하다.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

지난달 25일 미디어산업 종사자들은 NYT와 보스턴글로브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 16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모회사인 ‘NYT컴퍼니’의 올해 1분기(1∼3월) 경영실적 발표를 주목했다. 지난해 NYT컴퍼니 자회사들의 온·오프라인을 합친 구독료 매출이 9억5300만 달러(약 1조 원)로 광고 매출(8억9800만 달러)을 넘어선 것이 미디어업계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JP모건의 알렉시아 콰드라니 애널리스트는 “구독료는 신문사 수입의 20∼35% 수준인데 NYT컴퍼니에서는 주 수입원이 됐다는 게 놀랍다. 온라인 유료구독이 2년간 꾸준히 늘어난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2011년 3월 온라인 유료화를 도입한 이후 2011년 9월 말 32만4000명이었던 NYT컴퍼니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3월 말 현재 70만8000명으로 1년 6개월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NYT가 웹사이트에서 15년을 무료로 제공해온 뉴스콘텐츠를 유료화하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고민이 따랐다. 2011년 3월 17일 3층 콘퍼런스룸에는 NYT의 최고 경영진이 모였다. 이날 회의에서 온라인 유료화 도입을 최종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년 넘게 이뤄진 전 세계 3000만 명의 무료 온라인 회원 대상 조사 결과였다. 린다 제비언 NYT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e메일 인터뷰에서 “온라인 유료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5∼10% 줄었지만 유료 회원은 급증했다”고 밝혔다.

NYT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NYT컴퍼니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다변화, 국제화, 영상화를 골자로 한 신(新)성장전략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했다. 다변화는 다양한 온라인 가격정책과 함께 게임이나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경영합리화로 많은 기자가 떠났는데도 NYT 사옥에서 만난 그랜트 그릭슨 NYT 노조위원장(편집기자)은 설즈버거 회장에 대해 놀랄 정도로 돈독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설즈버거가 NYT를 포기했다면 지금의, 앞으로도 NYT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팩트를 철저히 검증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콘텐츠의 힘’을 바탕으로 162세의 ‘회색 머리의 노부인’ NYT가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장택동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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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Why NYT?… ‘기획보도 퓰리처상’ 존 브랜치 기자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3-05-11 03:00:00 기사수정 2013-05-11 03:17:50

 

눈사태 사고 반년 매달려 14페이지 심층기사 싣고
동영상-그래픽 결합 ‘영화같은 온라인 뉴스’ 창안

 

“독자가 놀랄 만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지난달 20일 미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 백발의 한 중년 여성이 등장하자 행사장이 술렁였다. NYT 첫 여성 편집국장을 지낸 뒤 2011년 첫 여성 편집인으로 취임한 질 에이브럼슨이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여서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퓰리처상의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한 존 브랜치 기자의 기사를 바탕으로 만든 멀티미디어 ‘폭설(Snow Fall)’을 그는 연신 칭찬하며 피곤을 잊는 듯했다. 이미 미국 미디어업계에서는 NYT의 이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진 동영상 음성파일 그래픽 등을 결합해 한 편의 영화를 웹사이트(www.nytimes.com/projects/2012/snow-fall)에서 구현했다.

스포츠부 기자인 존 브랜치(사진)는 지난해 12월 16일자 일요판에 ‘터널 크리크(creek)의 눈사태’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무려 14페이지에 걸쳐 게재했다. 미국의 프로 스키어 16명이 미 워싱턴 주 터널 크리크로 오지(奧地) 스키를 떠났다가 3명이 눈사태로 사망한 내용을 다뤘다. 사건·사고 기사로 짧게 다뤄도 될 소재를 영문 1만7000단어 기사로 썼다.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역대 NYT의 퓰리처상 수상자 가운데 4번째 스포츠 담당 기자다.

―이렇게 길게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였나.

“스포츠 담당 에디터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에디터가 실험적인 접근을 해보자고 했다. 오지로 스키 여행을 떠나는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가 미국에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단순한 사고 기사 형식으로는 전달이 안 될 것 같았다.”

―취재에서 기사화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지난해 6월부터 생존한 13명을 모두 인터뷰하고 숨진 3명의 지인을 만났다. 또 스키 전문가와 함께 현장 답사를 했다. 응급구조 전화 녹음을 얻기 위해 911구조대와도 접촉했다. 취재에 3개월, 기사 작성에 3주가 걸렸다.”

―대략 4개월 만이라면 9월에는 기사가 나왔어야 했는데 실제론 12월에 나왔다.

“기사 작성이 마무리된 다음에 우리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그래픽 팀장이 찾아왔다. 이 기사를 멀티미디어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멀티미디어 작업에 그래픽 기자 8명이 달라붙어 3개월이 걸렸다.”

―6개월 동안 이 기사에만 매달린 건가.

“스포츠 에디터가 일상 업무에서 빠져도 된다고 허락했다. 나는 연간 평균 250건의 기사를 출고한다. 지난해는 이 프로젝트로 100건의 기사에 그쳤다. 심층 취재가 필요할 때는 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상 업무에서 빠지는 운용의 묘를 NYT는 잘 살린다. 참고로 심층취재팀에 소속된 기자들은 일상 업무에서 떠나 연간 4∼5건을 쓴다.”

―실제 기사를 보니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렸다. 사실 이렇게 긴 호흡의 기사에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게 의외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글을 읽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맞지 않는 것 같다. 최소한 우리 독자들은 여전히 글을 원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거쳐 뉴욕타임스에 정착했다. 다른 미국 매체와 NYT는 어떻게 다른가.

“NYT에서는 ‘독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공감대가 있다. 많은 신문들이 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편한 길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편한 길을 거부한다.”

미 뉴욕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탐사보도를 강의하고 있는 실라 코로넬 교수는 본보 인터뷰에서 “NYT는 오랫동안 미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는 탐사보도를 이어왔다. 여기에는 탐사보도팀, 일반 취재기자, 온라인 기자, 멀티미디어팀, 그래픽팀, 데이터비주얼팀 등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NYT는 일단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사에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투자를 감행한다. 이것이 NYT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장택동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