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청수골 입구 - 청수좌골 - 영축산 - 단조샘 - 청수좌골 - 출발지점(널럴 소풍모드로 6시간)

 

난생 첨으로 막걸리와 족발 챙겨서 억새꽃놀이 나선다.

하늘 높고 푸른데 바람은 맑고 서늘하다. 눈부신 억새밭 사이에 멍석깔고 앉아 막걸리잔 기울이며 여유로운 한 때...

흔들리는 억새 바라보며 마냥 시간 죽이려다가, 바지런한 일행 채근에 영축산까지 한바퀴 돌아온다.  

 

단조샘물 한잔 떠서 목 축이고, 오전에 올랐던 청수좌골 다시 접어든다.

서산 우에 낮게 걸린 태양, 붉게 흔들리는 나뭇잎 부시며 쏟아지는 햇살이 달고 따사롭다.    

 

 

당초, 오늘은 억새만 보려 했으니 청수좌골이 가장 맘에 드는 길이 된다.

신불평원 오르는 최단코스는 단연 신불재 동쪽 가천리 기점이지만, 그 코스는 정신사나운 산업도시 민낯과의 대면을 피할 길 없다.

한글날 앞둔 평일, 청수좌골은 깊고 호젓하다. 내내 물소리 들으며 걷는다.

      

산행을 별로 하지 않은 친구와 소풍 나선 길이니 자주 쉼하며 간다.

무척 낯익은 그림이지만 산빛은 매양 다르다.

함박등에서 흘러내리는 저 능선도 서서히 산빛 물들어오고 있다.

  

 

 

좌골길 끝에 이어지는 억새밭 들어서며

함박등 뒤돌아보다.

 

꽃놀이 날씨로 더 바랄나위 없다.

쾌청 하늘, 살랑이는 바람...

 

 

 

 

 

 

억새밭 한가운데, 누군가의 엉덩이들이 만들어놓은 둥그런 자리

우리도 적당히 멍석깔고 앉는다.

막걸리잔 들고 바라보는 푸른 하늘 흰구름, 검푸르게 사라지는 먼 산릉들...

정겹고 따사로운 하오의 한때.

 

 

 

 

 

 

 

평원 가로질러 주릉 쪽으로 가는 길, 

키큰 억새들은 많이 누웠다.

 

 

 

 

예정에 없던 영축산 오르며 돌아보다.

난색 표하던 친구를 단박에 구워삶은 저 의기양양...

 

 

영축산릉에서 굽어보다.

암자들 많은 산기슭 아래 넓지 않은 논배미가 보기좋게 물들었다.

 

 

 

요긴 첨 와본다며 마냥 호호깔깔...

 

 

 

 

저 가파른 사면도 단풍 물들어온다.

단풍 무르익었을 때 한바퀴 돌아봐야지 싶지만 막상 코스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청석골치기로 오를까, 영축산 남릉을 오를까...?

늘 역광으로만 보기 십상이 저 능선, 동에서 서로 가며 제빛깔 보려면 지산리쪽 기점이 낫지 않을려나...

머릿속에선 자갈 구르는 소리가 난다. 

 

 

스틱 한짝 흘리고 잠시 멍때리는 중.

 

 

 

산성길 잠시 따르다가...

 

다시 억새평원으로..

 

 

오랫만에 단조샘물 한잔 마셔본다.

시원하진 않아도 물맛은 좋다.

 

늦은 오후, 성큼 낮아진 햇살...

 

어느 새 해가 서산을 넘었다. 물소리 들으며 발담그고 앉는다.

머리맡이 간지러워 고개 들어본다. 

날로 잦아들며 맑아지는 가을물 소리, 귀기울이며 물들어가는 나뭇잎들...

붉고 푸르고 누른 잎잎들마다

한층 서늘해진 저녁의 허공을 고요히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