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엔 각양각색의 인생들이 녹아있다

인도코끼리의 발톱을 만지고 오다 (6) - 트리밴드럼 중앙시장



▲ 트리밴드럼 중앙시장 멀리 트리밴드럼의 상징인 스리 빠드마나바스와미 사원의 흰색 고뿌람이 보인다  ⓒ 김철홍


트리밴드럼은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주도다. 대도시답게 높은 인구밀도로 유명한 트리밴드럼.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중앙시장을 찾았다.


▲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 김철홍


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지만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들과 목적으로 바삐 움직일 뿐이다. 

오직 한 사람, 그들이 사는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욕심으로 시장을 찾은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 장을 보는 외국인 모자  ⓒ 김철홍


케랄라의 주도답게 이 곳에서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지 체류중인 외국인으로 보이는 모자가 다정하게 시장을 거닌다. 

트리밴드럼은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남인도 최대의 거점 도시다. 

비록 직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를 경유하여 

트리밴드럼으로 갈 수 있는 비행기편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도 있다.


▲ 힌두 사원에 바치기 위한 성물인 꽃다발을 고르는 여인  ⓒ 김철홍


인도 사람들은 신성한 힌두 사원에 아름다운 꽃을 성물로 바친다. 

신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한 여성이 신에게 바칠 화환을 고른다. 

대부분의 힌두 신상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의식용 의복이나 장식품을 

정성껏 준비해 치장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라 생각하는 인도 사람들은 

성수와 기름, 꽃, 귀금속 등으로 신상을 화려하게 단장한다.


▲ 귀금속 가게 인도에서는 금, 은 제품을 파는 귀금속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 김철홍


꽃가게 못지않게 트리밴드럼 시장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귀금속 가게이다. 

종교적인 이유에 기인 했지만 인도 사람들은 귀금속을 상당히 좋아한다. 

인도 사람들은 금을 종교적으로 신성한 금속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하는 여성들은 물론 남자들 역시 목걸이나 팔찌 등의 금 장식품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금 장식을 많이 착용하는 것이 신실한 신자임을 증명하는 신앙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 갓 볶은 커피를 정성스레 포장하는 상인  ⓒ 김철홍


인도 사람들은 짜이뿐만 아니라 커피도 좋아한다. 

물론 그들이 옛부터 즐겨 마시던 음료는 아니지만 영국의 식민지 역사와 지구촌의 세계화는 

인도 사람들의 입맛도 천천히 바꿔 놓았다. 

온난한 기후덕에 커피가 잘 자라는 인도. 잘 고른 인도 커피는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나는 우리 돈으로 약 3000원 가량을 지불하고 질 좋은 인도커피 500g을 샀다. 


▲ 흥겨운 모습의 시장 사람들  ⓒ 김철홍


상인들의 모습은 참 밝다. 원색의 열대과일들을 리어카에 늘어 놓고 목청을 외치는 젊은 행상부터 

번듯한 점포를 차려놓고 손님을 맞는 중년의 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상인들은 명랑하고 친절하다. 

트리밴드럼을 비롯한 남인도에서 확실히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있는데, 

다른 곳과 달리 이 사람들이 웬만해서는 외국인들에게 심한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손님을 기다리는 신기료 장수들  ⓒ 김철홍


시장 모퉁이 한적한 곳에서는 신기료 장수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신발에서 우산에 이르기까지 못 고치는 것이 없는 만능 재주꾼들. 

그들의 손을 거친 물건들은 어느새 쓸만한 신기료표 신상품으로 탈바꿈 한다.


▲ 우산을 고치는 신기료 장수  ⓒ 김철홍


신기료 장수들은 많은 단골 손님들을 가지고 있다. 

손님들은 별 망설임 없이 자기가 즐겨 찾는 신기료 장수에게 물건을 맡긴다. 

잠시 후 물건을 찾은 손님은 신기료 장수의 훌륭한 솜씨에 아낌없는 칭찬과 덕담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간다. 

가난하지만 풍족한 인정과 여유가 넘쳐 흐른다. 


▲ 신기료 장수의 솜씨에 만족하는 인도 여인  ⓒ 김철홍


사람 많은 시장에 난데없이 커다란 트럭이 나타났다. 

얼핏 보기에 곡식을 가득 담은 푸대자루들이 많이 실려 있었는데, 

트럭은 시장 여기저기를 누비며 별 탈없이 시장을 빠져 나간다.


▲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에 난데없이 나타난 트럭  ⓒ 김철홍


장사꾼을 비롯해 시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정작 그들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태연하게 트럭에게 길을 양보한다. 


▲ 아무 일 없었다는듯 유유히 시장을 빠져 나가는 트럭  ⓒ 김철홍


뒤이어 비슷한 물건들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두 명의 짐꾼들이 나타났다. 

일종의 택배사원인듯 한 짐꾼들은 시장 여기저기에 싣고 온 물건들을 내려놓고 제 갈길을 간다. 


▲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짐꾼  ⓒ 김철홍


신기하게 비치는 재미있는 모습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들. 

지금은 사라져서 볼 수 없지만 어린시절 시장이며 동네 어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 시장을 누비는 오토릭샤 세발 오토바이인 오토릭샤는 

인도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이다  ⓒ 김철홍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삼륜차가 있었다. 

인도의 오토릭샤처럼 정식 택시는 아니고 일종의 용달 트럭이었던 삼륜차. 

하지만 사람들은 저렴한 요금의 삼륜차를 택시로 많이 이용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불법영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당시 삼륜차는 없어서는 안 될 서민의 발이었다.


▲ 오토릭샤의 운임을 지불하는 아기엄마  ⓒ 김철홍


인도의 삼륜차 오토릭샤. 

그 옛날 삼륜차의 통풍구에서 나오던 시원한 바람만큼 아름다운 인도의 향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을 나서는 부부  ⓒ 김철홍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 거리의 오토릭샤, 오토바이, 그리고 시내버스 대신 

수많은 자가용이 거리를 뒤덮을 때 즈음, 어쩌면 인도사람들은 오늘을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


▲ 시장 앞의 버스 정류장  ⓒ 김철홍


▲ 버스를 기다리는 트리밴드럼 주민들  ⓒ 김철홍


갑자기 버스 정류장 한 켠이 시끄러워졌다. 

무엇엔가 단단히 화가 난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를 심하게 꾸짖고 있다. 

순한 사람들이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에는 좀처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 인도사람들이다. 

꼿꼿한 젊은 여인과 화가 난 할아버지.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젊은 여인과 시비가 붙은 인도 할아버지  ⓒ 김철홍


사건의 발단은 자전거를 운전하던 할아버지가 길 가던 여인을 살짝 스친 것에 있었다.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지만 젊은 여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조용하면서도 쉽사리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여인에게 할아버지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 안타까운 표정으로 여인의 말을 듣고 있는 할아버지  ⓒ 김철홍


시간이 흐르고, 계속된 여인의 침착한 반론 앞에 할아버지는 결국 사과를 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기분이 많이 상했다.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초라한 어깨가 안쓰럽게 보였다.


▲ 여인의 말에 수긍한 할아버지가 결국 사과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 김철홍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사람들이 모인 곳, 사람들이 부딪치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웃고, 울고, 때론 화도 내고, 사랑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 시장에서 복권을 구입한 후 기대에 부푼 중년 남성  ⓒ 김철홍


작가 김주영은 "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라고 말했다. 사람 사는 모습을 진정으로 보고 싶다면 시장을 가면 된다. 

시장엔 각양각색의 인생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엔 생존을 향한 원초적 본능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