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끓는 냄비속 개구리…다 죽을판"

박용만 상의회장 절박한 호소

"규제 때문에 기업 힘들다는데
20대 국회 규제법안 800개 발의"

"누구도 십자가 지려 하지 않아"
조율자 역할 못하는 정부 비판

  • 이재철 기자
  • 입력 : 2018.12.26 17:50:19   수정 : 2018.12.27 0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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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대한상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박 회장은 "혁신 노력이 없으면 중장기적인 하락세와 하방 압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 = 대한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냄비 안 개구리가 (정부 규제놀이에) 화상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같이 호소했다.

평소 `규제개혁 전도사`임을 자임해온 그는 2018년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인터뷰에서 규제에 발목 잡힌 산업계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며 "개구리들이 수없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규제개혁)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탄했다.
법정에 선 증인의 최후 진술처럼 그는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에 특히 강한 유감을 표했다. 업무관행에 빠져 좀처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 관가의 방관적 행태에 대해 박 회장은 "이제 좀 (정부가) `십자가`를 메고 갈등의 근본적인 치유를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먼저 역대 최대 규모 수출 달성을 비롯한 긍정적 경제지표를 놓고도 "숫자 자체보다 성장의 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다"며 낙관보다 긴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업 실적이 늘었지만 업종별 온도차가 여전하다. 반도체 편중 현상은 아직도 굉장히 심하고, 이런저런 논란으로 혁신 부문 성과는 상당히 더뎠다"며 "새해 경제도 마찬가지로 획기적인 혁신 노력이 없으면 중장기적인 하락세와 하방 압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중 통상분쟁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같은 대외 변수보다 오히려 국내 요인에서 하방 압박이 더 심각함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인 개혁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촘촘한 규제 그물망도, 서비스산업 진출 장애도 그대로다. 소비심리 위축 같은 내수 부진 역시 바뀌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최저임금 계산법에 대해서도 `주휴시간을 제외한 소정근로시간`으로 기본급과 주휴수당분을 나누는 대법원 판례를 옹호하며 정부 개정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신시장 진출을 둘러싸고 이해집단 간 갈등이 불거진 `카풀` 이슈를 거론하며 박 회장은 "정부나 국회에서 누구라도 갈등 해결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진짜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규제개혁 작업에서 지지부진한 정부는 기본적인 시장과 사회의 갈등에서도 `조율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협력이익공유제, 집중투표제 등 기업 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규제 법령이 쏟아지는 배경에 대해 그는 "아무도 십자가를 지고 싶어하지 않아서"라며 "우리 사회는 유난히 규범의 룰이 작용하지 않고 법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규범이 작용하지 않고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규제) 법령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500개 이상 발의됐는데 이 중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 때문에 (기업이) 죽겠다는데 800개나 더할 규제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정부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을 증액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하락세의 원인을 모두 정부 책임으로 지울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의 소통 의지는 확실히 평가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전화를 하면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제 어느 때나 만나준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열려 있다. 전에는 전화 통화도 쉽게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의 실적 개선을 언급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해 경기 인식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 잘못이 아니라 통계를 제시한 사람의 잘못이다. 경제가 나쁘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갑자기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실책을 아쉬워했다. 아울러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색했던 `광주형 일자리`가 합의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모델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에서라도 비슷한 모델로 실현이 됐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일자리 실험이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