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대한상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박 회장은 "혁신 노력이 없으면 중장기적인 하락세와 하방 압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 = 대한상의]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같이 호소했다.
평소 `규제개혁 전도사`임을 자임해온 그는 2018년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인터뷰에서 규제에 발목 잡힌 산업계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며 "개구리들이 수없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규제개혁)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미·중 통상분쟁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같은 대외 변수보다 오히려 국내 요인에서 하방 압박이 더 심각함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인 개혁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촘촘한 규제 그물망도, 서비스산업 진출 장애도 그대로다. 소비심리 위축 같은 내수 부진 역시 바뀌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최저임금 계산법에 대해서도 `주휴시간을 제외한 소정근로시간`으로 기본급과 주휴수당분을 나누는 대법원 판례를 옹호하며 정부 개정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신시장 진출을 둘러싸고 이해집단 간 갈등이 불거진 `카풀` 이슈를 거론하며 박 회장은 "정부나 국회에서 누구라도 갈등 해결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진짜 답답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규제개혁 작업에서 지지부진한 정부는 기본적인 시장과 사회의 갈등에서도 `조율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협력이익공유제, 집중투표제 등 기업 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규제 법령이 쏟아지는 배경에 대해 그는 "아무도 십자가를 지고 싶어하지 않아서"라며 "우리 사회는 유난히 규범의 룰이 작용하지 않고 법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규범이 작용하지 않고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규제) 법령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500개 이상 발의됐는데 이 중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 때문에 (기업이) 죽겠다는데 800개나 더할 규제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정부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을 증액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하락세의 원인을 모두 정부 책임으로 지울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의 소통 의지는 확실히 평가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전화를 하면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제 어느 때나 만나준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열려 있다. 전에는 전화 통화도 쉽게 못했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