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이란 제목은 일단, 동음이의어의 효과를 노린 일종의 말장난이다. 이 소설을 주로 읽게 될 연령층이 이런 식의 말장난에 친숙하리라는 생각으로 ‘동정이 그 동정이 아니었다는 말이지’ 하는 반응을 우선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해서는, 십대 중후반 즈음부터 사내아이들은 대개 누구나 ‘童貞 없는 세상’을 열망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런 세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처음엔 뭐 그런 정도였다. 우리의 성담론이랄까 섹스문화랄까 하는 것에 대해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섹스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읽고 해서 아는 것이 매우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의외로 정리되어 있는 것들이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확실한 관점이 없다 보니 쓸거리는 많아도 그것들이 따로따로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하나로 엮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내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는데, 결국 그 정리의 결과가 십대 시기의 성담론에 대한 생각에까지 거슬러올라가고 말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의식은 많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성을 접하던 시기의 환경 문제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터부시하고 감추고 하는 데에서 형성되는 성의식이 건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성을 처음 접하게 되는 십대 후반의 시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써가는 과정에서 동정의 또다른 의미, 즉 同情이 하나의 주제로까지, 거의 무의식적으로 부상했다. 맞을 것이다. 동정을 떼는 것은 십대들에겐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일 텐데, 그 입사식 너머에 있는 세상은 어쩌면 동명의 영화에서처럼 ‘同情없는 세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 박현욱,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당선작 <동정 없는 세상> 수상작가 인터뷰 중에서



  동정 없는 세상 - 10점
  박현욱 지음/문학동네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자 박현욱의 첫 장편소설인 『동정 없는 세상』은 이제 막 수능을 치렀으나 대학 진학에는 별 뜻이 없고 여자친구와 “한번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주인공 준호가 어떻게 그 시절을 통과해나가는지를 경쾌하게 다루고 있다.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나는 이 소설은 이 시작과 끝의 언어, 그사이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섹스’ 말고는 어른이 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십대 준호가 ‘변화’하는 과정이 진부한 통념을 산뜻하게 배반하면서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동명의 영화와 대비되면서 성인을 목전에 둔 십대 남학생의 이야기를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 어리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