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에는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공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그어가며 그 존재를 확실하게 하는 건축물이 있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면 돌과 노출 콘크리트과 물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돌의 경우 밀도가 높지만 장력에 취약하다. 안도 타다오는 자연과 맞닿아 있는 돌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했지만 구조뼈대는 노출 콘크리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건축가는 무언가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연상된다. 건축가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은 유명한 작가 괴테 같은 사람들에 의해 생겨났다. 고딕 성당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작가들은 문명을 창조해내는 그들의 영웅적인 업적을 찬양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거장들은 예술과 다양한 시각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다. 사람들마다 뮤지엄 산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모두 다를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영감을 얻기도 하고 어떤 이는 여유를 느낄 듯하다. 





건물에서 콘크리트 구조체를 노출시킨 첫 사례는 1903년 오귀스트 페레와 귀스타브 페레가 파리 프랭클린가에 지은 아파트 건물에서였다. 르 코르뷔제는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거친 노출 콘크리트 사용을 주창했다. 






노출 콘크리트로 인해 구조를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유진 프레시네,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 펠릭스 칸델라 등의 몫이 되었다. 네르비는 콘크리트를 두고 '인류가 지금까지 발명해낸 최고의 구조 재료로 거의 마술과 같이 원하는 어떤 모양으로 응용된 석재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돌, 콘크리트, 물, 나무, 푸른 하늘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에서 자주 보이는 띠 창은 은 창 너머 안쪽의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설명해주는데 적합하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건축물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시공할 때 유체처럼 흐르다가 굳으면 단단해진다. 필자가 생각하는 건축가는 대자연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내듯이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기초수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비례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뮤지엄 산의 건축물은 비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비례는 시시각각 변하는데 정사각형의 한 변과 그 대각선 길의 비례로 이 도형은 컴퍼스 두 개로 간단하게 그릴 수 있는데 그 비례는 1.14141414....라는 무리수가 도출된다. 또한 황금비의 선분을 둘로 나누었을 때 작은 것과 큰 것의 비율이 큰 것과 전체 선분의 비율이 같도록 만드는 비례로 그 또한 1:1.618...이라는 무리수가 만들어진다. 





안도 타다오가 좋아하는 재료는 물이다. 안도 타다오가 영향을 많이 받은 건축가 르 코르뷔제는 주택을 관통하는 건축적 산책로라는 장치로 빌라 사보아에 경사로를 도입한 적이 있다. 그의 후기 작품을 보면 바닥과의 경계가 모호한 경사를 사용했는데 공공건물의 주요 순환 공간을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연속된 바닥으로 조성하였다. 



뮤지엄 산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하였을까. 필요성이 특정한 질을 위해 특정한 형태를 규정하며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필요성에 의해 창조된 창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만이 필요성에 의해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지구 상의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필요성에 의해 무언가를 창조한다. 




연인이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의자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조각은 따뜻하면서 정감 있어 보인다. 여유를 가지고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알바 알토가 말한 것이 연상된다. 



"창문을 설계할 때는 여자 친구가 밖을 내다보며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장식은 죄악이다' - 아돌프 로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심플하면서 엄격하다. 로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진정한 죄악은 기능적인 사물을 장식함으로써 유행의 세계에 휩쓸리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기능에 충실하게 입각하여 만든 건축물은 장식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를 줄이게 된다. 





고전적인 건축물이나 현대적인 건축물 역시 계단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팔라디오는 계단의 아름다움을 칭찬하였으며 바사리와 스카모치는 계단을 몸의 정맥과 동맥에 비유하기도 했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 중 많이 사용한 기법은 바닥과 벽의 연결성이다. 바닥과 벽을 연결하여 바닥과 천장을 끊어지지 않은 면을 만들어서 매달려 있는 혹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은 공간의 연속성을 창조하였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공간과 빛,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빛은 물리적 현상으로 남겨두었지만 지구는 노란색, 물은 녹색, 공기는 푸른색, 불은 빨간색이라며 색채를 네 가지 요소로 표현하고 색채들의 상호작용에 대해 기록하였다. 




창문은 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원천이다. 건물의 눈이기도 한 창문은 다른 어떤 건축 요소보다 건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근대 창문은 벽에 구멍을 내는 원초적인 행위를 되살려보는 욕구에서 비롯이 되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물 역시 창문은 틀을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 밖과 연결성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새로운 공간을 만나면 그곳에서 느끼는 감각과 상상력이 머릿속에 또 다른 공간을 창조하게 만든다.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창조자이다. 공간을 '깊이 숨겨진 문화적 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슈 마르조에 의해 건축가들과 예술사학자들을 이끌었는데 건축가들은 그들의 공간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설계하였다. 






예술은 시대를 통과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의식적으로 통제를 하지 않는다. 특히 잭슨 폴락의 작품을 만들 때 행위에 완전하게 몰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폴락을 신화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드로잉이나 글쓰기를 할 때 의식적인 통제를 억제하고 우연한 행동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자동기술법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다. 



LESS IS MORE



건축에 있어서 미니멀리즘은 '적을수록 많아지는'건축의 격언이 통용된다. 건축가 혹은 장인의 솜씨가 극도로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와 시공자는 많은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간단하게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접합부와 재료를 감추어야 하고 순수함이 가진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대부분이 제거한 후 재료와 표면이 가진 아름다움을 부각하여야 한다. 



안도 타다오는 1982년 완공된 코시노 주택과 같은 작품 구성에 있어서 가쓰라 리큐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17세기 일본의 '회유식 정원'을 모델로 삼은 바 있다. 내부와 외부로 관통하는 여정은 건축적 산책로를 거닐며 순차적으로 만나게 되는 개별적인 장면들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최근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나 세월만이 만드는 작품의 미학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노출 콘크리트가 등장했을 때 르 코르뷔제는 '콘크리트 대학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후에 거친 콘크리트 표면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모든 투박함을 그대로 둬라'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과 창조하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