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쉽게 가는 길이 아닌
천천히 더디게 가야 하는 길
입니다.
봄.
꽃.
정원의 깊은 곳까지 이미
와서 자리한 또 한 계절.
작은 잎사귀들은 말없이
온 몸을 떨고 있습니다.
조용히 말없이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정원
이른 고된 봄쯤,
홀연히 피어나기 시작하여
두번째로 꽃을 피웁니다.
그 향기는 정원에서의
또렷한 시간을
알려 주었습니다.
정원일을 마친 어느 날,
지극히 고요한 정원길을 걸어요.
아무 소리가 없는 듯 하나
기쁨과 슬픔의
수십, 수백가지의
각기 다른 소리를 전합니다.
눈을 감아 짐작해 보곤 합니다.
어느곳을 향한 시선일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보면
현실은 조금씩 정리되어 갑니다.
정원길은 고요합니다.
그러나,
정원엔 그때그때
다른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차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무는 잘 자랍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니 그의 속삭임을 알게 됩니다.
나무에게서는 바람냄새가 진동합니다.
정원에서 부는 바람 냄새.
연한 바람을 만난
아기별꽃은
그리움을
품고 있습니다.
사각거리는
시원한 바람은
힘을
전합니다.
모두 내가
좋아하게 될,
내가
사랑하는
향기들입니다.
바람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따스해집니다.
좋은 햇살과 바람을 만나 꽃은 온전한 품성을 갖게 됩니다.
만난 인연들로 향기를 품고
누군가에게 그 향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사람도 자신만의 향기를 갖으며 살일이지 싶네요.
애잔한 아기별의 수수한 향기처럼.
나무그늘 응달에 자리한
소박한 몸부림을
바람이 다독입니다.
이미 와버린 봄이 자리한 베란다 정원 깊숙한 곳까지
바람이 다독여 조급하지 않게 잎과 꽃을 피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