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팀.'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항상 언론을 장식하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를 국가대표 팀에게만 붙여주는 관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호 풋볼위클리는 K-리그 25년 역사 속에 존재했던 '역대 최강의 클럽' 열 팀을 꼽아봤다.

 

1위. 2003 성남일화
시즌 전 김도훈, 사빅, 윤정환, 데니스, 이기형을 영입한 성남의 2003년은 찬란했다. 90년대 중반 리그 3연패를 달성했던 성남이 또다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2003시즌, 성남은 최하위 부천과의 승점 차를 무려 70점이나 벌려 놓았다. 속내를 들여다봐도 경악할 수준이다. 김도훈은 28골을 상대 골문에 폭격하며 득점왕에 올라 리그 역대 최다골 기록을 세웠고 신태용 역시 K-리그 사상 처음으로 60-60 클럽에 가입했다. 성남은 리그 중반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어 맥 빠진 K-리그를 만들었다. 결국 K-리그는 이듬해 성남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전, 후기로 리그를 나누어 치러야만 했다.

 

2위. 1997 부산대우로얄즈
안정환의 부산대우만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1998년에서 시계를 1년만 앞으로 돌려보라. 거기에는 1997년 영광스러웠던 부산대우의 모습이 있다. 이차만 감독이 이끄는 1997년의 부산은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프로축구 천하통일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시즌 개막대회인 아디다스컵에 이어 프로스펙스컵을 거머쥐었고 마침내 정규리그인 라피도컵까지 석권해 시즌 3관왕의 영광을 이루고야 말았다. 김주성, 하석주, 정재권, 김학철, 이민성, 신범철 등의 국내선수들과 샤샤, 마니치, 뚜레로 이어지는 '유고 3인방'의 활약은 부산의 황금시대를 열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부산 팬들은 이 글을 보고 이런 말을 되뇌일지 모르겠다. " 아, 옛날이여! "

 

3위. 1995 일화천마
일화가 K-리그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의 대업에 강렬한 마침표를 찍은 시즌이 바로 1995년. 4년 연속 골키퍼상을 수상한 사리체프가 지키는 일화의 안방은 믿음직스러웠고 신태용, 고정운, 이상윤 등이 이끄는 공격진도 강력한 화력을 뿜어냈다. 박종환 감독의 카리스마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1995시즌의 일화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을 극적으로 꺾으며 감격적인 드라마를 썼고 그래서 이 기록은 그 값어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일화의 거침없는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화는 이 해 열린 15회 아시아클럽컵에서도 우승하며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AFC가 선정하는 1995년 올해의 클럽과 올해의 감독은 당연히 성남과 박종환 감독의 차지였다.

 

4위. 1999 수원삼성
프로축구 1999시즌은 수원삼성을 위한 무대였다. 수원은 슈퍼컵을 시작으로 대한화재컵, 아디다스컵, 정규리그 등 프로 4개 대회를 석권하며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수원은 홈 18연승, 2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뤄냈고 정규리그에서는 8연승을 올리는 등 '김호 축구'의 정점에 올라섰다. 특히 정규리그에서는 21승 6패(연장승 포함)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말 그대로 '수원의 시대'를 열었다. '수원의 시대'는 이운재, 신홍기, 서정원, 고종수, 샤샤, 데니스, 비탈리, 박건하, 이기형 등 완벽한 라인업과 김호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5위. 1995 포항제철
1995년은 일화가 아시아 무대를 호령한 시즌이었지만 포철 역시 최강의 전력을 구성했던 시즌이었다. 1995년의 포철은 홍명보가 지키는 후방에서부터 황선홍과 라데가 정조준하고 있는 상대방 골문까지 어디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었다. 당시 유공의 니폼니시 감독은 " 황선홍, 홍명보, 라데가 들어오면 경기장이 꽉 차 보였다 " 고 했을 정도. 특히 황선홍은 8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최문식, 박태하, 김기남, 서효원 등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전력도 탄탄했다. 비록 일화의 그늘에 가려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전설로 내려오는 1995시즌의 포항제철이다.

6위. 1987 부산대우로얄즈
국가대표 1진을 무려 7명이나 보유한 1987년의 부산대우는 강했다. 대우는 12게임 무패가도를 질주하는 상승세를 보이며 시즌 종반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시즌 내내 독주하며 29게임을 치르는 동안 2패만을 기록한 '완벽한 우승'의 성과. 프로구단 중 처음으로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한 역사적인 팀이 된 1987년의 대우였다.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포백을 사용한 대우는 기존의 스타플레이어에 신인왕 김주성까지 보태 관중몰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름하여 '로얄즈의 영광'을 보냈던 한 시즌이었다.

7위. 2000 부천SK
세밀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보고 싶은가? 인터넷으로 2000년 부천의 경기를 찾아보길 권한다. 1990년 월드컵에서 카메룬을 8강으로 이끌었던 니폼니시 감독의 '니포 축구'가 뒤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조윤환 감독과 만나면서 물이 올랐다. 비록 윤정환이 J리그로 떠났지만 이을용, 김기동, 윤정춘으로 이어지는 황금 미드필드 라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 했다. 대한화재컵 우승과 정규리그 준우승을 거둔 2000년도의 부천은 지금도 축구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아트사커는 이렇게 하는 거다.

8위. 1983 할렐루야
오석재, 최종덕, 박성화, 홍성호, 박상인, 김진옥, 박창선. 프로 1호팀 할렐루야의 1983년을 빛냈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이다. 할렐루야는 프로 원년 리그 16경기에서 단 2패만을 허용하며 초대 챔프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홍성호, 황정연, 최종덕의 탄탄한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한 할렐루야는 MVP 박성화, 도움왕 박창선, 골키퍼상 조병득, 감독상 함흥철 감독 등 개인 수상까지 싹쓸이하며 당대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주님의 은총이리라!

9위. 1998 울산현대
울산의 공격축구를 본 기억이 있는가? 울산의 화끈한 공격축구가 정점에 올라선 것은 1998 시즌의 일이다. 아디다스컵 우승과 현대컵 K-리그,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울산은 한 시즌 4개 대회의 득점왕을 모두 차지하는 막강한 화력을 선보였다. 정규리그에서는 유상철이 득점왕에 올랐고 김현석은 아디다스컵에서, 김종건은 필립모리스컵과 FA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심지어 골키퍼인 김병지도 플레이오프에서 골을 넣었을 정도로 1998시즌 울산의 골 감각은 물이 올랐다. 거짓말 아니다. 울산은 1998년, '공격'도 잘했다.

10위. 1985 럭키금성
1984년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송아지' 럭키금성이 이듬해에 '황소'가 되어 화려하게 돌아왔다. 시즌 개막전 연습경기에서 28승 3무 1패를 기록한 럭키금성은 정규리그 들어서도 강력했다. 스파르타식 지도로 유명한 박세학 감독의 럭키금성은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쓴 피아퐁을 비롯해 31세의 늦은 나이로 프로에 입문, 중앙수비수로 활약한 시즌 MVP 한문배, 골키퍼상을 수상한 김현태, 무명에서 스타로 떠오른 득점 4위 이상래와 '찬스메이커' 강득수, 박항서 등의 활약으로 1985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승은 당연히 럭키금성의 몫. 입으로 공 차는 요즈음의 몇몇 신세대 선수들과는 다른 1985시즌 럭키금성이었다.

 

# 2006년 성남일화도 만만치 않는 전력이었는데.....

 

< 보너스 > 역대 최약의 K-리그 팀

이 팀들을 우리는 '동네북' 내지는 '승점자판기'라 불렀다.
-1983년 국민은행
-1984년 한일은행
-1985년 할렐루야
-1994년 전북버팔로
-1997년 안양LG
-2002년 대전시티즌
-2003년 부천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