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회 방송의 날, 참담한 방송 현실을 개탄한다.


 방송의 날은 일제치하 일본호출부호를 쓰던 한국의 방송이 1947년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한국 고유의 호출 부호 ‘HL’을 부여 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9월 3일로 정해졌다. 특별히 일본의 호출부호(JO)로부터 독립한 날을 기념한 것은 방송의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46년 우리 방송의 역사는 ‘방송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권력과 자본의 억압으로부터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방송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이다. 헌법 제 21조는 언론의 자유, 방송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공기(公器)인 방송을 사유화하고자 하는 세력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권력과 재벌이 소유와 경영권을 쥐고 방송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웠던 것은 편성의 자유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의 독립성은 헌법에 정한 사법권의 독립성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다. 방송에게 기계적 중립성이 아닌 독립성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여론 형성에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과 함께 방송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이다. 방송의 공적 책임은 방송법에도 명문화되어 있으며, 방송의 지대한 사회적 영향력만큼 사회적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46번째 방송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악법은 재벌과 족벌보수 신문, 심지어 외국자본에게 방송 사유화의 길을 열어주려 하고 있어 어렵게 지켜왔던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사회적 책임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권력과 재벌이 방송을 탐할수록 시민들의 권리는 약화될 우려가 크다. 언론악법은 이런 부조리한 욕심을 제도화하는 법이다.


방송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본분을 망각한 채 방송장악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방송 장악을 넘어 방송약탈의 친위대를 주요 방송사에 내려 보내 건강한 방송이 자랄 토양을 근간부터 뒤흔드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임기가 남은 KBS사장을 국가공권력을 총동원하여 내쫓고 관영방송화 하더니 이제는 재벌의 입장에 서 왔던 사람이 공영방송 KBS 이사회의 이사장이 되었다. MBC 사영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의 이사로 대거 임명되어 MBC 사장 흔들기와 사회비판 프로그램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YTN은 신종 노조탄압 수법을 동원한 사측에 맞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제2 라운드가 시작된 듯 긴장이 가득하다.


최근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70%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언론악법 강행처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또한, 약 60%에 가까운 국민 다수가 MBC 엄기영 사장이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답변은 자신의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고르게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 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 방송의 날을 맞이하여 마냥 축하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방송의 건강성과 독립성은 특정 방송사 임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우리 방송계가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여론 형성 등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고, 디지털 방송 전환과 방송시장 확대 등 산적한 과제들을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송인 스스로 지켜낼 것은 지켜내고, 불의와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그런 실천과 행동으로부터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만이 이 암울한 방송 탄압의 시대를 국민과 함께 어깨 걸고 가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9년 9월 3일


국회의원 전병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