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학기행
어린 시절 마당에 정원이 있는 집은 뭔가 달라보였다. 잘 가꿔 섬세한 손놀림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선지 어린마음에도 단정하고 이쁜 모습으로 기억한쪽에 남아있다.
가을 문학기행은 충남 보령 죽도에 자리한 상화원이다. 비밀정원, 거대한 정원이란 수식어가 붙는 상화원은 작가 홍상화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든 한국식 전통 정원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 해안선 따라 보이는 연못과 바다경관이 아름다워 기대가 됐다. 우리는 설렘을 안고 패키지 여행을 떠나듯 사서쌤의 가이드에 따라 보고 즐기면 된다. 참고로 죽도는 섬이지만 배를타지 않는다.
상화원 첫느낌은 민속촌처럼 옛스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방문자센타 의곡당(의곡당은 화성 관아에 있던 정자인데 이건해서 복원한 건물임)에서 티켓을 보여주면 차와 떡을 나눠준다. 야외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본다. 200년된 우람한 팽나무가 눈에 띈다. 우리는 팽나무를 뒤로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소나무숲 사이 데크로를 천천히 산책했다.
상화원의 특징은 데크로위에 지붕이 있는데 이것을 회랑이라 부른다. 회랑을 만들기위해 소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흔적이 보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숲길을 걸으니 공기도 좋고, 습도도 좋아, 숨쉬기도 편하다.
회랑 아래쪽에는 해변연못이 해안선따라 조성돼 있다. 산책을 하며 연못을 본다. 연꽃도 있고 수풀도 있다. 연못주변 잡초마져 이쁘다. 여기에 아기오리 몇 마리쯤 놀고 있어도 좋겠다. 한폭의 그림인 듯 상냥한 개구리 한마리 폴짝 뛰어 나올거 같다. 아름답고 정겨워 내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연못이다.
상큼한 해송향기, 잘 꾸며진 정원,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독서할수 분위기까지 힐링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해변 막바지에 시야가 확트인 바다와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그곳에서 ‘배다리 도서관’ 개관 축하 동영상을 촬영했다. 몇안되는 모션임에도 은근 신경쓰이지만 마음이 너그럽고 편해선지 즐겁기만한 촬영시간 이였다.
상화원은 여러 가지 조형물과 의미가 있지만 나는 보고 즐기기만 했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고 가꾼 정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작가 홍상화의 큰마음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상화원을 관람하고 누릴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전통가옥들도 이건해서 복원한 거라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정성이 대단하다. 한옥마당에서 내려다본 바다풍경도 잊을수 없다. 이런곳은 살고싶고 소장하고 싶어 눈으로 지긋이 사진 찍었다. 볕이 따뜻해서 마당에 걸터 앉았다. 가을볕은 보약이라는데 그순간 만큼은 회색의 표정, 어지러운 마음은 없었다.
시낭송을 위해 초가집으로 올라갔다. 초가집 툇마루에 모여앉아 각자 준비해온 시낭송을 했다. 감나무도, 못생기지않은 둥글둥글 모과도, 맑은하늘도 우리와 함께 시인이 되어 시를 낭송하고 감상한다. 시가 맑은 공기 속으로 퍼져간다. 이런 분위기 익숙한듯 새로운 듯 그날 그공간에 같이 있던 분들이 좋아졌다.
상화원은 아무 때나 관람할수 없다. 우리가 방문할때는 금 토 일 관람이 가능했었다.
상화원 데크로를 돌아 내려오는길에 200년된 뽕나무도 있었다. 팽나무와 뽕나무 두친구의 균형잡힌 환영과 배웅의 속삭임이 들린다.
돌아오는길 몸은 고단하지만 점심으로 먹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도토리전과 묵밥까지 평균수명 높여주는 만족스런 기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