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반인 줄 알면서 자원을 해서 맡았다.

다른 샘들은 천사 같은 마음으로 자원을 했다고 듣기에도 쑥쓰러운 칭찬들을 하셨지만

처음으로 3학년 담임을 한다는 부담감에서 잡은 패가 모두들 염려하는 7반 담임이었다.

항상 자잘한 신경을 쓰게 만들었던 아이들이 5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속을 썩인다.

아이들이 밉기보다 내 무능력이 속상해서 자꾸만 자신감을 잃어가고 내 선택에 회의감이 든다.

남편이 드라이브 삼아 가자고 해서 나선 개교 30주년 동창회 나들이길!

성남에서 전주까지의 길은 만만치 않다.

토요일 오후라 도로는 여기저기 막힌다.

그래도 달리고 달려 익산 이일여고 앞에서 토스트 가게를 하는 중학교 동창 인숙이도 만나고

올봄에 생사의 기로에 놓이셨다가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신 시아버님도 뵙고

전주 시내를 관통해 리베라 호텔에 도착했다.

한 시간 반이나 늦어버려서 사진도 못 찍고 선생님들의 인사도 못 들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샘들의 얼굴이 반갑다.

고 2 담임 샘, 고 3 담임 샘. 그리고 담임도 안 하셨는데 내가 고 3 때 3반이었다는 것까지 기억하시는 국어 샘!

내가 좀더 용기를 내어 '샘 저도 고등학교에서 국어 가르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다.

어려서....

샘들이 얼마나 우리를 아끼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셨는지.....

신설학교라 맘을 못 붙이고 방황하는 우리들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캠프 파이어를 함께 해 주셨던 선생님들!

조금 많이 늦었지만 그분들의 사랑을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이 내 마음을 몰라줘도 이제는 덜 억울할 것 같다.

나도 그러했으니까....

나의 여고시절을 보이지 않게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던

전주 중앙여고 샘들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장거리 여행으로 한 주가 힘들까봐 많이 망설였던 동창회 나들이!

다녀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40주년 동창회?

그럼 그 때 내 나이는 쉰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