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위조-부산외대-내란죄, 이게 한국의 민낯

 

 

증거위조-부산외대-내란죄, 이게 한국의 민낯
한국사회의 단면 보여주는 사건들 줄지어 일어나
육근성 | 2014-02-18 10:30:0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최근 며칠 동안 그 속을 드러내 보이는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간첩사건 증거위조, 대학 신입생 환영회 참사, 현역 의원 내란음모 유죄판결 등이 그것들이다. 

공소유지 위해 외국 공문과 인장 위조하는 나라

중국 정부는 국정원과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핵심 증거라며 법원에 제출한 문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정상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확보한 신빙성 있는 문건”이라며 위조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전혀 없다.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국 정부가 한국의 검찰과 국정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려 한다는 얘기가 된다. 실익은 없고 외교적 마찰로 체면만 구길 짓을 사서 할 국가는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검찰과 국정원의 말을 믿을 국민이 있을까.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기관과 공권력의 조작-은폐-위조-거짓 행태는 마치 일상의 한 부분처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간첩 혐의를 씌우기 위해 외국의 공문서와 인장까지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이게 작금의 대한민국을 관통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단면이다. 여전히 케케묵은 이념 프레임에 갇혀 있는 나라다. 

눈의 무게도 이기지 못하는 건물로 몰려간 학생들

대학에 진학했다는 기쁨을 안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19세 청춘들. 행사가 진행되던 강당 건물이 붕괴되며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부산외대 학생 100여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건물에 깔려 매몰돼 이중 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는 교통도 좋지 않은 산간지역인데다가 행사가 진행됐던 강당 건물은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경주시는 건물 붕괴 원인이 최근 내린 폭설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당하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정도로 취약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방치했다면 사고 원인은 폭설이 아니다. 신입생 행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학교 측과 시설 안전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리조트 측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인재다. 

부산외대의 한 교수는 “올해 신입생 환영회에는 학교 당국이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총학생회 행사로 진행되면서 시설이 더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학교 측이 행사를 도외시한 것이 참사의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불감증, 무책임, 오리발... 한국사회의 단면

학교 측은 이번 신입생 환영회가 “총학생회의 주최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며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고대책본부장을 맡은 변기찬 처장은 “대학이 주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오는 26일 입학식과 함께 새 캠퍼스에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이 인정하는 공식 행사가 아니라 총학생회가 마련한 비공식 행사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해도 신입생과 재학생 1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라면 주최가 누구냐를 따지기 전에 ‘학교행사’로 간주해야 마땅하다. 애당초 학교 측이 행사 전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이제 와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발뺌하려는 건가.

어처구니없다. 잠시 내린 눈의 무게조차 이겨낼 수 없는 건물에서 1000여명이 모여 행사를 했고, 정작 행사 전반을 책임져야 할 학교당국은 책임 회피성 발언이나 하고 있다니. 불감증과 무책임, 오리발. 이게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이다. 

이석기 ‘정치재판’, 초유의 내란죄 유죄

내편이 아니면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는 호전성과 폐쇄성도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표현 중 하나다.  진보세력을 종북이라며 타도 대상이라고 목청을 높이던 여당의 의도대로 어제(17일) 법원은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와 선동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진술과 증거도 부족한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정치 재판’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RO(혁명조직)와 관련해 국정원에 제보했다는 이씨의 진술은 처음부터 오락가락해 신빙성에 의문부호가 찍혔고, 국정원이 작성했다는 녹취록에는 720여곳의 오류가 발견됐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두 증거로 인정했다.  

미확인 혐의에 실형 선고라니

형법상 내란음모죄는 ‘국헌 문란 또는 국토 참절을 목적으로 기존의 국가통치조직을 해체하려는 행위’가 분명해야 하고 또 그러한 행위에 구체성과 현실성, 위험성의 현존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성립된다. 

‘이석기 사건’에서는 행위의 현실성과 현존하는 위험성이 결여돼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박근혜 정권의 영구집권 야욕 앞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법원의 판결을 비난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유죄 판결은 외신들이 주요 뉴스로 다룰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상식 벗어난 판결, 국민 인정 못한다

100여명이 모인 회합에서 등장한 다소 과격한 표현을 ‘내란음모’로 몰아 국회의원을 구속한 그런 나라다. 외국의 시각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이해할 수 없어 입을 떡 벌리거나 배꼽 잡고 웃지 않을까. 

법원의 판결이라 할지라도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공감이 없다면 그 판결은 상식적 범주에서 이뤄진 거라고 보기 어렵다. 법원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것이다.  

정치적 견해와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척살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전의를 불태우며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나라. 다르면 죄다 틀린 것이라고 우기는 미성숙한 사회.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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