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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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명란전]제 59 장 광제사 반나절 유람 (하) 广济寺半日游 · 下
안에 가인이 있으니, 세란아들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묵란은 여란만 보았고, 여란은 고개를 쳐들고 바로 갔다. 묵란과 명란은 뒤를 따랐다. 세 자매들은 창문아래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았다. 이후 하녀와 파자들이 물을 가지고 왔고, 가지고온 차와 간식을 탁지위에 늘어놓았다. 또 밖으로 가서 차를 우리기 위한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그 여자는 이 하인들이 시중드는 것을 보고서는 단지 자신의 찻잔을 열었다. 명란은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 그녀는 몸에 분홍색 비단으로 된 허리 쪽에 수가 놓인 외투를 입고 있었다. 목깃과 소매에는 담비털이 둘러져있었다. 땅까지 금색의 가지와 꽃이 휘감겨져 수놓아져있었다. 아래에는 담청색의 주름치마가 나와 있었다. 가슴 쪽에는 여섯 복을 의미하는 길상의 커다란 적금쇄가 하나 달려있었다. 금빛은 빛나서 눈이 부실정도였다. 머리에는 진주와 옥이 박힌 순금벽옥잠을 꽂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들으면서 세란아들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녀들이 각각의 색의 옷을 입고 화려하고 부귀한 것을 보고서, 가슴에는 적금구슬목걸이에 각각 세 개의 옥쇄를 가고 있었다. 옥은 매우품질이 좋아보였다. 세자매의 행동거지가 모두 고상하고 시원시원했다.
묵란이 차를 몇 모금 마신 후, 그 여자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몇 마디 나눈 뒤 자신의 내력을 알려주자 그 여자는 신중하게 말했다. “제 성은 영이고 이름은 비연이예요. 제 아버지께서는 부창백이시죠.”
묵란은 잠시 멈추었다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언니께서는 영비마마의 조카시군요.”
여란과 명란은 얼굴표정이 각기 달랐다. 이집안 사람들은 매우 잘나가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사실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장이 집안에서 금봉황이 나온 것으로 미인은 바로 군왕의 곁으로 갔고 집안사람들은 봉작을 받았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위를 이어받거나 봉작을 받을 아들을 낳을수 없다면, 이런 종류로 받은 작위는 대부분 세습되지 못했다. 삼오대정도 계승한다면 좋겠지만, 한 대에 그치거나 서민으로 강등될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집안은 일반적으로 권력을 움켜쥐게 되면 인척관계를 맺거나 인재를 양육해서 이후 가문의 부귀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소영비는 총애받는 후궁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노황제는 생각도 없고 능력도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영원히 아들을 낳을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 가문 사람들이 통혼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았다.
영비연은 웃으며 말했다. “ 내 오빠와 올케언니가 나를 데려왔어요. 그 방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가 머리가 아파서 이방을 찾아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죠. 오히려 몇몇 동생들이게 폐를 끼치네요.”
말은 비록 공손했지만, 기색에는 사람을 내려다보는 뜻이 역력했다. 여란은 그녀가 평생 만난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기에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는 말을 이어받지 않았다. 명란은 아침에 말위에서 사람을 때리던 그 영현이 원래 그녀의 오빠였다는 것을 생각했다. 마음속에 혐오감이 일어나서 말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묵란만이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그녀는 단지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췄다. 점점 더 영비연에게 흥미 있는 말들을 했고, 말을 하다 보니 성가가 등주에 있었을 때 생활까지 이야기했다.
“...당신들은 제가와 친척관계라고요?” 영비연은 눈을 반짝였다. 곧바로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고는 조금 정색했고 그 후에 신중하게 물었다. “당신들은 제가 이 공자를 알고 있나요?”
묵란은 웃으며 말했다. “왜 모르겠어요? 등주에 있을 때, 그와 저희 집 큰 오라버니는 동문수학한 사이에요. 작년에 양양후의 생신잔치때 우리 자매들은 모두 갔었죠. .... 거기서 육왕비와 가성현주도 만났어요.”
영비연은‘아’라고 차갑게 한마디 한 후 불쾌한 듯이 말했다. “번왕가족이 번지에 있어야 좋은 것이죠. 왜 이번에 경성으로 돌아와 머물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나둘씩 모두 이 모양이라면 선조의 제도를 어기는 것이잖아요?”
묵란의 표정은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위로하듯이 말했다. “ 언니는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육왕야는 이제 권세가 대단하시고, 앞으로는 더 큰 행운이 있을걸요.”
영비연은 얼굴표정이 좋지 않아졌고, 탁자를 큰 소리 나게 쳤다. 끼고 있던 다이아몬드의 적금꽃모양 반지가 탁자에 부딪혀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냉소 지으며 말했다. “큰 행운? 모두가 비웃을 말 하지 말아요.”
묵란은 매우 좋은 듯 웃었지만 명란은 이런 모습을 수년째 함께 했기에 그녀가 사실 영비연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묵란은 경성 규수들의 최신 화제에 대해서 영비연과 함께 이야기했다.
육왕야집안과 영씨집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한쪽은 현재 별 볼일이 없지만 앞으로 전도유망해질것이었고, 다른 한쪽은 현재 권세를 가지고 있지만 곧 그 세력을 잃을 것이었다. 명란은 고개를 숙이고 쟁반위에 있는 송인내유권을 쑤셔대면서 무심코 묵란을 한번 힐끗보았다.
경성은 이렇게나 넓은데, 장엄해 보이는 모임이지만 사실상 권력가문의 여자 친척들의 밑바닥은 매우 세속적이었다. 영가가 제형에게 집중하는 것은 이미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감히 영가는 여러 차례 결혼의사를 밝혔지만 모두들 제가가 완곡히 거절한 것을 씹어댔었다. 현재 또 가성현주가 왔는데 때마침 두 가문에 대해서 비교할거리가 많았기에 떠들어대기 좋았다.!
또 몇 마디하고 있을 때, 영가의 하녀 한명이 방으로 와서 영비연에게 돌아가길 청했다. 왕씨의 신변에 있던 마마 한명도 세란아들에게 돌아와 공양하게 하기 위해 왔다. 아침 일찍 나와서 세란아들은 이미 배가 고팠다. 식성이 문아한 묵란은 밥을 한가득 먹었다. 명란은 담백한 채소와 반 그릇정도만을 먹었다. 여란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버섯볶음 한 가지만 먹었다. 밥을 먹은 뒤, 모두들 광제사에서 만든 차를 천천히 마시도록 주어졌다. 명란은 속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편안했다.
가야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해씨가 꼼꼼하게 성노마님의 표정이 권태로운 것을 보고서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막 밥을 먹은 뒤 마차를 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더 쉬고 난 뒤 떠나는 편이 할머님과 어머님 생각에는 더 좋으신가요?”
왕씨는 피곤했고, 대단히 좋다고 생각했다. 성노마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란은 어른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을 보고서는 즉시 우마마에게 베개와 요를 찾아오라고 보냈다. 잠시 한숨 쉴 생각이었다.
묵란이 할머니와 왕씨 면전으로 갈 줄은 몰랐다. 웃으며 말했다. “ 조모, 부인, 올케언니, 손녀는 광제사의 후원에 있는 적로정滴露亭이 전조의 유적지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기둥에는 당년의 학식이 뛰어난 학사의 시가 남아있어요. 그 구룡벽은 천하제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매우 우아하고 고상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왔으니 손녀는 가서 보고 세상이 어떤지 보고 싶습니다.”
여란은 원래 멍하니 원치 않았지만, 들으니 흥미가 일어나서, 왕씨 곁으로 달려가서 손발을 나긋나긋하게 놀리며 말했다. “모친, 모친께서는 경성이 매우 엄격한 곳이라고 하셨죠. 평일에 우리는 얽매여서 숨도 제대로 못 쉬어요. 오늘 어렵게 나왔으니, 저희는 그냥 구경만 할께요.”
왕씨는 여란이 청하자 마음이 동했고 고개를 돌려 성노마님을 보았다. 할머니는 단지 침상위에 기대어 있었고,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다. “ 마마 몇 명을 불러 함께 가게 하거라. 엄격히 보라고하고.” 왕씨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고, 고개를 돌려 여란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 단지 한시진만 허락하마. 보고나서 바로 돌아와야 한다!”
여란은 매우 기뻐하며 왕씨와 할머니에게 원숭이가 뛰듯이 몸을 숙여 인사했다. 몸을 돌려 명란을 잡아당기며 나가려했다. 명란은 바로 정색했고 우마마 몸에 기대며 말했다. “저는 가지 않을래요. 저는 누워 있을 테니 언니들이나 다녀와요.”
여란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 너는 막 밥을 먹고서는 걷지도 않으면 마차에서 앉아서 가다가 토할 꺼야!” 그 후에 목을 잡고 명란의 귀 가까이에서 낮게 으르렁댔다. “나는 그녀와 함께 구경하지 않을 거야 너는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해!” 손가락에 힘을 주고 명란의 팔을 꼬집었다.
명란은 어쩔 수 없이 그녀들과 함께 가야만 했다.
광제사의 세 번째 대전 뒤에는 널찍한 돌 자갈땅이었다. 불사에 이용되었기에 가운데 맑은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 뒤편으로는 담장하나가 있었다. 담장은 아치모양으로 한쪽으로는 적로정까지 이어졌고 다른 한쪽으로는 뒷산의 매림으로 이어졌다. 정원 안은 매우 청정했고, 몇 명의 소사미승들이 낙엽을 쓸고 있었다.
초봄이었기에, 햇살은 사람 몸에 내려쬐지는 않았고, 오히려 매우 따뜻하고 편안했다. 세 자매는 각각 몇 명의 하녀와 파자들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바닥에 돌이 깔린 작은 길을 따라 가면 먼저 구룡벽의 중앙을 볼 수 있었다. 기세가 웅장하고 흉폭해보이기까지 한 거대한 용형상이 휘감고 있었다. 마치 담을 벗어나려는 듯했다. 그 용의 몸 위에 있는 색채는 이미 여러 번의 풍파를 거쳤지만 그 옛날의 색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묵란은 갑자기 마치 민간의 부조예술품에 굉장한 흥미를 느낀듯했다. 한편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칭찬했다. 용비늘을 매번 칭찬했는데 용비늘애 채색이 누락된 부분마저 칭찬했다. 여란은 구속받는 것을 원치 않았고, 모든 하녀와 파자는 정원에 남아있었다. 이번 기회에 깡총깡총 가볍게 뛰어다니면서 하하호호 웃어댔다 명란은 어쩔수 없이 따라가야했고 있는 힘을 다해 하품을 참아야했다. 계속 걸어가자 홀연 매화향기가 흐릿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의 매화나무가 점점 많아졌다. 명란은 얼굴을 정색했고 즉각 가는 길을 멈추고 말했다. “넷째언니, 여기로 와요. 우리는 다른 쪽으로 가야죠. 아직 적로정을 보지 못했어요.”
묵란은 한참 흥이 나서 앞으로 걸아가고 있었다.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직 이쪽을 다 보지 못했어. 앞으로 가보자”
명란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서 마치 거짓인 듯 웃으며 말했다. “ 이 구룡벽은 양쪽으로 대칭이니 우리는 저쪽으로 봐요. 저쪽은 끝은 이쪽 끝과 같죠. 시간과 힘을 아끼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명란이 어떻게 말하든 묵란은 허락하지 않고 단지 남은 것을 다 봐야만 한다고 했다. 여란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묵란의 표정이 얌전해지고 또 그녀가 담 근처에서 복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몇 가지 단서로 알아차렸다. 큰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가면, 바로 매화림이군. 이번에 거기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모임을 연다니 사람들에게 나쁘게 보이면 안 되겠죠”
묵란은 여유롭게 웃었다. “우리들은 자기가 알아서 석벽을 보면 되는 것이지 주변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야. 봐도 무방하지.” 정정당당하다는 듯이 말했고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치켜들고서는 마음속에 결백을 표시했다.
여란은 냉소하며 말했다.“ 언니는 평소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죠. 언니는 당연히 내가 언니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줄 모른다고 생각하죠. 내가 언니에게 알려주죠. 죽으려고 하는 것이죠! 언니는 그 경망스럽고 요사스러운 모양을 봐요. 우리집안의 체면을 깎는 짓을 하지 말아요!”
묵란은 갑자기 얼굴이 붉게 변했고 즉각 반박했다. “ 동생의 말은 내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우리 자매들은 그렇게 말을 어렵게 할 필요가 없잖아. 내가 만약 앞으로 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동생은 큰소리만 외쳐대는 재주가 있으니 능력 있으면 날 되돌아가게 해봐!” 말하면서 몸을 돌려 가버렸다.
여란은 기색이 죽었고 그녀는 이미 매림 근처에 까지 이르렀다. 이제 그녀도 감히 큰소리를 낼 수 없었고 애만 태우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명란은 몇 걸음을 갔고 묵란의 길을 가로 막았다. 얼굴은 마치 물같이 깊어보였다. 묵란은 억울한 듯 말했다. “ 너도 나랑 맞서려 하는 거야? 아무 이유 없이 내 청명을 더럽히다니, 내가 앞으로 갈수 없다는 몇 마디를 하면서 말이지!”
명란은 묵란의 팔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언니 정말 안 돌아갈 것인가요?”
묵란을 화가 났고 노해서 말했다. “안 돌아가!”
“좋아요!”
말하면서 명란은 알지 못하는 물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묵란의 몸에 바로 뿌렸다. 묵란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청람색 꽃수 치마가 크게 더러워진 것을 보았다.
“이게 뭐야?” 묵란은 얼굴을 붉히며 으르렁대며 말했다.
명란은 손위에 있던 수건을 가볍게 폈다. 거기에는 진흙덩어리가 있었다. 원래 명란은 여란이 말하고 있는 틈을 타서 수건에 진흙덩어리를 몇 개 쥐었던 것이다.
“너너너....” 묵란은 몸을 떨면서 명란을 가리켰다. 근처에 여란은 놀라 멍해졌다.
명란은 담담히 말했다. “ 본래 언니는 거기 있는 왕손공자들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만약 그런다면, 저는 얼굴에 또 칠하겠어요.”
“네가 감히 내게 이러다니?!” 묵란은 마침내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명란은 차갑게 말했다. “저는 원래 손바닥으로 언니를 때려주려 했었어요! 그러나 자매간에 한바탕 싸우는 것은 관두기로 했죠! 나는 단지 언니를 위해 한마디 하죠. 언니가 체면을 차리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체면이 필요해요! 아버지께서는 일생동안 신중하시고, 할머니와 부인께서는 조심해서 집안일을 하시는데 어떻게 언니가 가게 둬서 모든 걸 망치게 두겠어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명란은 오래도록 그녀를 때려주고 싶었다.
묵란은 팔을 휘둘러 명란을 때리려 했지만, 명란은 똑똑해서 재치 있게 피했다. 그 후에 여란은 묵란의 손을 움켜잡았다. 묵란은 두 눈이 붉어지고 울면서 말했다. “나는 아버지께 가서 다 말씀드리겠어. 너희들 둘이 합세해서 나를 업신여기는구나!”
이 모습에 여란은 즐거워졌고 웃으며 말했다. “가서 말해 봐요! 나를 믿지는 않겠지만, 아버지께서 언니가 체면을 다 던지려했다는 것을 듣는다면 손뼉을 치며 박수치고 언니를 때리지 않고 잘했다고 하실지도 모르죠!” 생각하면서 또 반마디 덧붙였다. “여섯째 동생은 평소 성실하고 인정이 많으셔서 아버지께서 나를 믿지 않으셔도 그녀의 말은 틀림없이 믿을 걸요!”
묵란은 승복하지 못하고 이를 입술을 깨물었다. 화가 치밀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명란과 여란을 노려보았다. 명란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명란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 구룡벽을 보면서 말하느라 넷째언니가 주의하지 못해서 넘어졌네요. 치마를 버렸으니 우리들은 언니를 데리고 돌아가야겠어요. 시간을 보니 할머니께서 부로 돌아가시려 할 시간이네요.”
여란은 박수치며 웃으며 말했다. “넷째언니, 돌아가지 않을 건가요?”
묵란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몸을 돌려 가버렸다. 여란은 황급히 쫓아가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넷째언니 제가 부축할게요.” 이때, 그녀는 많은 사람이 묵란의 그 더러워진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억울했다.
명란은 고개를 돌려 은연중 웃었다. 마음속이 매우 통쾌했다. 오전동안 피곤했던 것이 다 사라진듯했다. 요 몇 년간 묵란이 화가 나게 할 때마다 명란은 본성을 숨기고 훈계하려 했었다. 결국 성노마님은 그만두게 했었다. 그녀는 말했다. : 여자들은 구속당하는 것이 많기에, 상대방의 약점을 잡았을 때 일격을 가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가볍게 경고만 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이 남지 않아서 오히려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지.
묵란과 임이낭은 같은 꼴이었다. 평일에는 충동질하고 농락하는 말을 적지 않게 했다. 그러나 성굉 앞에서는 단정하고 불쌍한척했다. 마치 전부 모든 사람들이 그들 모녀 둘을 하찮게 여기는 것처럼 굴었다. 지난번에 묵란이 평녕군주 앞에서 망신당했을 때도 성굉은 그녀를 벌주었지만,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임이낭이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자, 왕씨가 고의로 사람들 앞에서 묵란을 망신당하게 했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런 편애는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왕씨와 여란은 이미 성굉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놓았다. 흡사 사자와 같이 흉악하고 무서운 모녀 vs 면양과 같이 가련하고 연약한 모녀, 이렇게 되니 남자의 통상적인 짧은 뇌회로는 수컷호르몬이 나와서 아무런 생각 없이 판단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에 묵란과 다툼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성굉의 앞에서는 늘 한결같이 자매가 화목한 모습을 보였다.
명란은 수건을 털었다. 그 후에 비틀어서 둥글게 만들어 소매 속에 넣었다. 막 떠나려할 때, 홀연히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명란은 전신을 긴장하면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숙였기에 먼저 검은 신발의 단면만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 한쪽에 어두운 은색무늬가 수놓인 옥람색 포의 앞섶이 보였다. 고개를 들고 보니 거대한 사람의 그림자가 그녀의 머리꼭대기를 덮고 있었다.
명란은 바로 두 걸음 물러섰다. 실눈을 뜨고 보았다. 지금 햇빛이 딱 좋아서 남자의 옥람색 옷의 반을 바로 비추고 있었다. 색깔이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나머지 반은 석벽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서 어두운 흑람색으로 가리어져 있었다. 옷에는 법랑수예품같은 주름이 져있었다.
“이표숙” 명란은 공손히 인사했다.
고정엽은 입가를 삐딱하게 하고 조롱하듯이 말했다. “ 자기 자매를 그렇게 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나?”
명란은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 청렴한 관리가 자기 집안을 다스리는 것은 힘든 법이죠. 만약 조카가 잘못했다면, 아버지께서 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말뜻은 이랬다. 너나 잘하세요!
고정엽은 눈썹을 치켜뜨고 단지 꾸짖었다. “네가 나를 표숙이라고 부르니 나는 네게 한두 가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명란은 고개를 들고, 장난스럽게 웃은 뒤 홀연히 말했다. “ 아직 이표숙의 혼인축하를 드리지 않았네요.” 그 후에 희고 토실토실한 손을 맞잡고, 재빨리 축하하며 또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 이표숙과 표숙모께서 혼인하신 것을 축하드리고 백년해로 하십시오!”
고정엽의 얼굴은 금방 어두워졌고, 눈빛은 흉악해졌다. 명란은 매우 후회하면서 참지 못하고 한발자국 물러났다.
지난달 말, 고정엽은 언연의 동생을 아내로 맞이했다. 이 둘째 아씨는 응석받이로 자라나서 성격이 매우 괄괄했다. 결혼을 한 후, 경성에서 유명한 한량공자도련님을 개조하려했다. 시집온 지 오일 만에 고가 이랑의 통방 둘을 팔아치웠다. 십일 째는 고가 이랑에게 서책을 읽고 무예를 닦으라고 협박하면서 사창가에 가지 못하게 했다. 십오 일째는 고가 이랑의 놀이 친구들을 모두 내쫓아버렸다. 이십일 째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한 무리의 파자와 노역꾼들과 집안 하인들을 데리고, 고가 이랑의 외실이 있는 집으로 쳐들어가서 물건을 다 때려 부쉈다. 고가 이랑이 급히 달려 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만랑 모자 셋은 모두 묶여서 팔렸을 것이었다.
고가 이랑은 원래 좋은 성품이 아니었고, 고함을 치며 휴처하려했지만, 녕원후야가 당연히 못하게 했다. 그 후에 부자는 매우 어수선하게 싸움질을 했고 잘못했으면 종인부로 끌려갈 뻔했었다. 연이어 좋은 드라마를 선물해서 경성의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삶에 식사와 차를 마신 후의 이야기꺼리를 제공해 주었다.
고정엽의 표정이 위협적인 것을 보고서, 명란의 머릿속에서는 자동적으로 경보가 울렸다. 바로 얼굴에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고개를 숙여 낮게 말했다. “표숙께서는 노여워 마십시오. 모두 명란이 말을 잘못했습니다.” 고정엽의 노기는 사라졌다, 명란의 고개 숙인 작은 머리를 보자 마음속에서 이 아이에 대한 어떤 감정이 일어났다. 다시 딱딱하게 물었다. “만랑이 어찌 죄겠느냐?”
명란은 즉각 동의하며 말했다.“ 이표숙의 말씀이 맞습니다! 표숙모님은....조금 급하셨던 것입니다.” 마치 앞잡이처럼 있는 힘을 다해 끄덕였다.
고정엽은 이 말을 듣고서는, 갑자기 또 분노가 일어났다. 그는 거만하게 명란을 흘겨보고서 냉소 지으며 말했다. “너는 모른 체하지 마라. 너희들은 모두 똑같다. 개눈으로 사람을 우습게보지! 만랑이 어렵게 산 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명란은 낙담했다. 그녀는 이 사람에게 숨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한숨 쉬며 말했다. “ 이표숙, 주변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중요하지 않으시죠. 만랑... 의 좋은 점은 당신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으시지 않나요! 여가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여자 혼자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이 경성에서 등주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여부를 소란스럽게 만들 정도로 담이 있으니, 모두들 이 여자를 쉽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고정엽은 차갑게 아라고 한 뒤 명란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살기가 힘들었지만 원래부터 지모가 있었다. 차라리 너희들 같은 규수들이 부끄러워해야지!”
그래! 또 한명의 성굉에 또 한 명의 임이낭이군! 임이낭은 뭐든 다 옳지. 죽던지 사람을 놓아주던지 화를 내던지, 모두가 남탓이지!
명란은 반감이 들었고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똑바로 보았다. 힘을 다해 마음속에 울분을 가라앉히고, 가능한 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화하게 말했다. “이표숙, 명란이 질문이 하나있는데 이숙께서 의문을 풀어주시겠습니까?”
고정엽은 멍하니 말했다. “말해 보거라”
명란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낭랑하게 말했다. “ 여가의 큰 언니는 여각로가 경성에 있던 때인 열세 살 때까지는 경성에 있었어요. 규중에서는 어질고 자애롭다는 아름다운 명성을 얻었었죠. 이표숙께서도 이것을 듣고서 몇 번이나 간절히 혼인을 청하셨을 테죠? 그렇다면, 만약 그 만랑이 첩이 되려했다면, 여가 큰언니가 시집오길 기다렸어야죠. 그녀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이라, 노후야부인께서 허락하지 않더라도, 사정해드렸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만랑은 당연히 원하는 바를 이루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하필 등주에 까지 와서 소란을 떨 필요가 있었나요? 여각로를 숨넘어가게 만들도록 난리를 쳐서 둘 다 망칠 필요가 있었나요 그것이 오히려 나쁘지 않나요?”
고정엽은 입술을 달싹거리기만 했다. 그는 만랑이 지모가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이번에 당연히 “예측불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명란은 마음속으로 냉소했다. 그녀는 이미 이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만랑이 등주에 와서 문에 들어와 울면서 구한 것은 근본적으로 언연에게 그녀를 첩으로 받아들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반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언연이 어질고 현명하고 숙덕하고 용모조차 훌륭한 것이 화가 났다. 고정엽의 마음을 뺏기지 않을까? 만랑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고정엽이 사납고 나쁜 아내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후 부부가 계속 불화하며 매일 반목하고 싸우고 그녀는 외실로 아무런 구속받지 않고 자기의 삶을 살 수 있었다. 태산같이 확고히 말이다!
명란은 고정엽의 안색이 밝은지 어두운지 정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서둘러 부드러운 음성으로 얼굴은 진실 되게 말했다. “표숙, 당신께서는 공명정대한 분이시죠. 반면 명란은 소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란과 여가 큰언니가 어려서부터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녀가 나쁜 평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만랑에게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지도 모르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명란이 이같이 방자하게 굴었던 것은 고가 이랑의 성격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그는 제멋대로 날뛰는 성격에 법도 없고 하늘도 없었다. 제멋대로 행동했지만 현대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전위적인 청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고대의 엄격한 예법과 교육에서 그는 단지 불한당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같은 사람은 나쁜 놈이고 진짜 나쁜 놈이었지만 위선자는 아니었다. 또한 야비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남자도 아니었다. 아첨하는 말을 좋아하는 이도 아니었다.
고정엽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명란의 몇 마디 말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화가 치밀어 낮은 목소리로 화를 내며 말했다. “빨리 꺼져!”
명란은 천둥이라도 들은 듯, 치마를 들고서 빨리 달아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