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려 차창을 내리고, 살짝 엑셀레이터도 밟았다.

제한속도가 80km/h 인 강변북로!

GPS의 경고음이 울린다.

"삐~ 삐빅~ 삐빅~"

앞에 감시카메라가 있고, 난 제한속도를 넘어섰다는 신호다.

속도계를 보니, 100km/h....

브레이크를 밟았다.

카메라 앞을 정확히 80km/h로 통과!

카메라가 내게 물었다. "너 과속으로 달려왔지?"

난 대답한거다. "눈이 있으면 봐라~ 속도위반인지~ 80km/h로 가고 있잖아"

그 잠깐의 찰나에 카메라와 나는 그런 대화를 한셈이다.

그 때 문득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한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그 순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바보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범칙금으로 거금 4만원이 내 재산에서 소리없이 사라졌을테니까..

 

일에 쫓겨 점심시간을 놓쳤다.

옆자리 후배가 샌드위치를 들고 들어왔다

그 애도 점심을 못 먹은듯 보였다.

"언니, 점심 드셨어요? 샌드위치 나눠먹을래요?"

벼룩의 간을 빼먹지, 샌드위치 한조각이 얼마나 된다고...

"아니~ 나 점심 먹었어. 밥 안 먹었나보구나. 얼른 먹어~"

눈치없이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났다.

들킬세라, 얼른 정수기로 달려가 찬물 한 컵을 들이켰다.

그 상황에서 밥을 안 먹었다고 말했으면,

그 후배는 혼자 먹기 미안했을 거고, 그렇다고 나눠 먹은들 둘다 간에 기별도 안 갔을 거다.

후배라도 맘편히 먹게 해준 나의 배려가 스스로 기특해, 괜히 배가 부른 것만 같았다.

 

다음주가 아버지 생신이다.

정년퇴직 후 의기소침해 계시는 아버지께 활기를 드릴 뭔가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카메라를 선물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 가입도 하시고,

출사도 따라 나가시고 하면 활기를 찾지 않으실까..하는 생각!

그럴려면 카메라도 조금 좋은 걸로 사야 할 것 같았다.

거금 60만원짜리 카메라를 6개월 할부로 "질렀다"

당장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 생신 선물로 카메라 보냈어요"

아빠의 반응은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했다" 였다.

난 이렇게 말했다.

"아빠 생신 선물 하려고 한달에 5만원씩 1년 적금 들었었어요.

적금 넣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만기가 됐더라구요.

별 부담 없이 산 거니까 염려말고, 유용하게 잘 쓰세요"

그제서야 아빠는 고맙게 잘 쓰겠다고 하신다.

전화를 끊으며, 난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도, 6개월 할부금에 대한 부담도 느끼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 친구녀석에게 소개팅을 시켜줬다.

소개팅~ 소개팅~ 노래를 해서 아는 후배를 소개해줬는데, 밥만 먹고 헤어졌단다.

후배의 외모가 맘에 안든단다. 안 이뻐서 싫단다.

'아직 배가 부르구나~ 다시는 너에게 소개팅 주선 안 해준다' 속으로 맘 먹었었다.

그런데 그 때 만남을 가졌던 그 후배에게서 오늘 전화가 왔다.

"그 때 만난 이후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제가 맘에 안들었나봐요. 그사람도 예쁜 여자를 좋아하겠죠"

마음이 철렁 내려앉고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그리고 그 후배가 더 위축되지 않고,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너 매력있대~ 한번 더 만날거라고 하던데, 연락 안 했어??"

"정말 그랬어요? 나를 마음에 안들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일단 그렇게 생각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네요"

그 때 난, 거짓말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편해질 때가 있다.

진실이 오히려 부담되고, 불편할 때가 있다.

오늘 하루, 나의 진실도를 측정하면 과연 몇 %가 나올까...

 

거짓말이라는건, 아름다운 진실에 반대되는 개념이기 보다

내 삶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대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이 아니라면,

내가 한말이 거짓말인 걸 상대가 알았을때

왜 거짓말 했냐고 따질 수 없는 거짓말이라면...괜찮지 않을까?

 

앞으로 난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같은 맹랑한 거짓말만은 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