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아무래도 5시는 무리였나보다.
새벽 2시에 잤으니 고작 3시간 밖에 못 잤다.
너무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췄나??
끄고 다시 잤다.
또 알람이 울렸다.
두번째 맞춰놓은 알람시간! 5시 30분이었다.
비몽사몽간에도 머리속에선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다.
'샤워하고 머리감는데 15분...아니 10분만에 해.
화장하고, 머리하고, 옷입는데 20분... 아니 15분만에 하고
아침? 그냥 먹지 말어~....그럼 20분 절약.
5분+5분+20분...흠 30분 더 자도 되겠다'
또다시 30분 후에 알람을 맞췄다.
알람이 울렸다.
6시! 이제 데드라인이다.
차 막히기 전에 집을 나서려면 이불속에서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된다.
30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고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6시 50분 정도 되면 일산에서 서울 나가는 자유로의 아침 정체가 시작되니
그전에 얼른 자유로를 벗어나야 된다.
새로운 것에의 도전을 위해 오늘부터 시작한 게 있다.
오늘은 그 첫 개강식 날이라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수업이 있다.
일산에서 서울의 목적지까지는 40km정도 되는데
다행히 출근시간대의 정체를 피해 갔더니 도착시간 7시 10분.
9시가 되려면 2시간 가까이 남았다.
차창을 내리고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바쁜 하루 일과중 아침 2시간의 독서시간이 주어진게 너무 행복했다.
내 특기는 "슬라이딩"이다.
어떤 시간에 임박해 늘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성향이 있어서
출발 직전 기차에, 발이 안보이게 달려가 잡아탄다든가
영화관도 영화상영직전 불이 꺼지는 순간 헥헥대며 도착하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의 슬라이딩은 필수다.
그런 내게 2시간의 여유는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달콤한 휴식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릴거면 뭐하러 잠도 못자고 그렇게 새벽에 일어났을까?
사실, 아침 시간 10분의 잠은 도로 위에서의 1시간과 바꿔야 한다.
일산에서 서울 나오는 자유로의 출근길 정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붙잡고 허비하는 시간이 난 제일 아깝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 하루를 일찍 여는 편인데,
오늘은 독서 시간까지 선물 받았으니 아침을 여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수업이 끝나고
1시까지 이번에는 분당으로 달려가야 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오전 시간 일을 못했으니
적어도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는 들어가 있어야 눈치가 안보인다.
점심시간이라 차가 덜 막혀 25km 되는 거리를 30분만에 주파했다.
그런데..
이런, 점심 먹을 시간이 또 없다.
일단 2시까지 끝내놓아야 하는 일을 서둘러 작업!
보통때는 3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 1시간 만에도 완성되는 걸 보면
무슨 일을 하던,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인 듯 싶다.
학교 다닐때도 난 시험이 코앞에 와야 더 공부가 잘되는 벼락치기파였다.
그때부터 단련한 벼락치기 기술이 사회에 나와서도 제법 발휘된다.
오전의 공백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2시까지 급한 일을 끝내고,
아침 일찍 일어난 피곤함도 잊은채
6시 30분까지 정말 신나게 일했다.
일을 마친후 서둘러 회사를 빠져나와야 했다.
오늘은 "독서클럽 인천경기지역" 독서토론이 있는 날!
7시 10분까지... 이번엔 부천이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분당에서 부천까지 40km가 나온다.
퇴근시간이라 40km를 40분만에 가긴 힘들듯 싶은데...
역시나 퇴근길 정체가 장난이 아니다.
7시 10분까지 부천도착은 커녕, 분당을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때 울리는 전화.
오늘 모임에 나오신 분 중 한분이 어디쯤이냐고, 다들 모여서, 이제 밥을 먹으려 한다고 하신다.
아직 분당을 못 벗어났다고 하니, 그럼 먼저들 드신단다.
나의 저녁식사도 날아가는 순간이다...
겨우 도착한 시간이 8시 20분!
이미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빈자리를 찾아 조용히 앉은 후 오늘의 책인 <책력>을 꺼냈다.
지난 달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 독서토론 모임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다.
늦어도, 차가 막혀도, 달려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민들레영토에서 문을 닫을 시간이라며 완곡히 내쫓는 11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두들 "책의 힘"에 빠졌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간단히 맥주한잔 하는 것에 동의!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밤 11시에 오늘의 첫끼니를 만난다는 것!
맥주와 함께 나온 안주로 급한 불은 껐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갖는 건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는 보너스 같았다.
그렇게 25km를 달려
부천에서 다시 나의 안식처가 있는 일산으로 돌아온 시간이
새벽 2시.
오늘 집을 나서며 0을 맞춰 놨던 자동차 미터계는 130km를 가리키고 있다.
20시간만의 귀환!
2박 3일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오늘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어디서 어디까지의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로 측정이 된다.
일산에서 분당에 왔다고 하면
혹자는 너무 멀어서 어떻게 오냐...고 걱정을 한다.
그럴때면 난 이렇게 말한다.
"1km 거리에 있는 것도 내가 가기 싫으면 그건 먼 거리고
100km거리에 있는 것도 내 마음이 원하면 그건 멀지 않은 거리" 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적어도 "거리"라는 것이 장애요소나, 불가능의 원인이 되진 않는다.
그런 나의 신념 덕분(?)에 새로 산지 3년도 안된 나의 애마는 어느덧 주행거리가 6만km가 훌쩍 넘어 있지만
그걸 보며 난 '내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 위안을 받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난 음식을 잘 만들진 못하지만
시간을 요리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딱딱 재어서 하루를 계획해, 큼직한 메인요리를 몇개씩 만들기도 하고,
틈새시간도 버리지 않고, 아깝지 않을만한 반찬을 만든다.
5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할머니도 아니면서 왜 새벽잠이 없냐" 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5시에 일어나기가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재료가 많아야 더 풍성한 요리가 나오는 법!
물론 날마다 이처럼 빡세게(?) 하루를 보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의 마침표 옆에 난 이 도장을 찍는다.
"매우 만족"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