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오전에 여유가 생겼다.
이런 날이면 내가 꼭 달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집 앞에 있는 영화관!
영화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실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영화관에서 돈을 벌다??'
무슨 영화 제목처럼 들리는 이 말은
'평일 오전에 가면 영화를 600원에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 7000원 하는 영화관람료가 평일오전엔 조조할인 혜택을 받아
4000원에 볼 수 있다.
4000원의 10%는 적립을 해주니 결국 3600원에 보는 셈인데
그 영화관 제휴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덕에
추가로 3000원 할인을 더 받는다.
그러면 600원에 영화를 보는 건데
아침 시간에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영화관 하나를 600원에 전세내서 보는 기분이다.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를 봐도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럴 땐 600원을 쓰는 게 아니라 6400원을 벌고 있다는 뿌듯함이 크다.
결혼을 앞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커텐을 사러 나와 있단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는데 좀 비싸서 망설여진다고,
그냥 마음에 안 들어도 저렴한 걸 살 것인지....
아니면 눈 질끈 감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걸 살 것인지....
나라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본다.
나도 갈등이 된다.
그 때 난 이렇게 답했다
"눈 질끈 감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걸로 사!"
"왜요. 언니? 무려 1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데, 값이 두배 차이가 나요"
"마음은 비싼 커텐을 원하고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싼 걸 사면
살면서 그 커텐이 계속 불만족스럽게 느껴질 거 아냐.
10만원짜리를 사서 불만족을 느끼면 그건 10만원을 버리는 거야.
20만원짜리를 사서 만족하면 그건 20만원을 버는거고!"
후배는 20만원짜리 커텐을 사겠다고 한다.
20만원짜리 커텐을 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줘서 고맙단다.
전화를 끊고 나의 이상한 이론에 나도 웃음이 났다.
처음부터 그 후배가 20만원짜리 커텐을 사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을 뿐이다.
오후 늦게 몇몇 동료들과 함께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데
대화의 화제가 재테크였다.
결혼한 사람들은 재테크가 최고의 관심사란다.
재테크에 관심 없는 난 덤덤히 듣고만 있었다.
"3년전 입주한 아파트가 1억이 올랐잖아"
"이제 갈아타기를 할 시점이네. 은행에서 1억 대출받아서 지금 뜨고 있는 그 동네로 이사가~"
다들 1억이라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다.
나에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돈을
그 사람들은 너무나 친근하게 얘기한다.
몇억짜리 아파트에,
아파트값 올라 몇년사이 1억을 벌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는 건 어리석은 걸까?
다들 은행에서 융자 받아서라도 하고 있는 재태크를
생각도 안 하고 있는 나는 바보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동차 주유등에 경고등이 왔다.
기름이 다 떨어져가고 있다는 거다.
요즘은 기름값이 주유소마다 천차만별인데
우리 동네에 기름값이 싼 주유소가 있다.
게다가 특정 요일엔 더 할인을 해주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그래서 주유를 하지 않고 일산까지 오는데
혹시 차가 서버리는건 아닐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기껏해야 리터당 100원 차이 나는 걸 그냥 비싸더라도 아무데서나 넣을까 생각했지만
리터당 100원은 별 것 아니더라도
30리터를 넣으면 3000원을 아끼는 거다.
1달에 200리터 정도 넣으니 그러면 2만원.
그렇게 1년을 아끼면 24만원.
10년이면 240만원.........
100원이 어느새 240만원까지 불어 있다.
결국 그 주유소까지 간신이 와서 기름을 넣곤
240만원을 번듯 마음이 넉넉해졌다.
돈은 많으면 좋다.
하지만 나서서 돈을 쫓기보단
돈이 날 쫓아오길 기다리련다.
단돈 100원이어도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그 수고로움이나 노력을 아끼지 않을거다.
1억도 결국 100원부터 시작되는 것일테니까....
그런데....
돈에 대해 덤덤한척 하려 했는데 사실은 찔린다.
지갑 속 "로또 복권"이 날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로또 복권" 때문에 내 마음은 토요일을 기다리고 있으니
쿨한 척 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돈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