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등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어젯밤, 뜨겁게 달궈서 대고 잤던 찜질팩이 식은 것이다.
몸을 일으킨다.
로봇처럼 뻣뻣하게...
으~~~통증!
요즘 난 제일 고마운 것이 내 허리를 뜨끈하게 해주는 찜질팩이다.
작년말부터 조금씩 느껴온 허리통증!
근육통인가? 파스를 붙여보기도 했지만, 쉬이 낫질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전, 정말 허리가 부러질 것 처럼 아파서, 병원에 갔다.
X-레이를 찍어 본 의사 왈,
"디스크 인 것 같은데요"
눈앞이 하얘졌다.
일단 MRI를 찍어봐야 더 정확한 진단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비용이 40만원 정도 든다고 했지만, 난 그것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계산할 틈이 없었다.
MRI 를 찍으며 누워있는 30분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디스크라니...
제발 아니어야 할텐데...
진짜 디스크라면 난 이제 어떻게 살지?
디스크는 완치도 어렵다던데, 그럼 난 이제 배드민턴도 못 치는건가?
어떡해 어떡해~'
검사 결과는 금방 나왔다.
"디스크 맞네요. 4번 5번 사이에 있는 연골 속 수핵이 터지면서 신경을 건드리고 있어요.
다행히 심하지 않아서 수술까지는 필요없고, 꾸준히 물리치료 받고, 영양제를 드세요
<말초동맥 순환장애제>와 <비타민C>!!"
그래서 의사가 권해준 두가지 약이 바로 이거다.
말초동맥 순환장애....
약광고에서 들어본 말인데, 이제 내가 혈액순환장애제를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니....
아~ 그 때의 그 기분이란....
"서글픔"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진료실을 나오며, 끝으로 정말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그런데, 저의 이 디스크, 원인이 뭘까요"
그 때 들려왔던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대답!
"자연스런 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화???
물론, 내가 평생 젊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30대 중반이면 노화라는 말이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그 순간 의사의 입을 통해 들은 "노화" 라는 말은 내게 큰 자극으로 와 닿았다.
이제 여타 다른 병들도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확~ 불러일으켜졌다.
평소,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부족은 늘 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의 건강을 걱정함에도 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장 내 몸이 아프다고 반응하지 않으니까...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난 내 건강을 다섯번째 쯤으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당장 허리가 아프니,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랫동안 앉아 있기가 힘드니, 해야할 일도 못하고
부지런히 쓸고 닦고, 청소 하나는 진짜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은 허리가 아프니 걸레질을 제대로 못해,
자연스레 집안 곳곳에 쌓여 가는 먼지를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다.
결국, 허리 아픔도 내 무기력함의 원인 중 하나였다.
가진 것을 잃어봐야, 그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건강을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뼈 아프게" 느끼고 있는 난, 진짜 바보다.
이젠 내 건강을 1순위로 두어야겠다.
건강을 해쳐가며 일하지 않을거고,
시간을 내서 간단한 산책이라도 하며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아, 그리고 식사도 제 때 잘 챙겨 먹어야지!!
의사가 던진 "노화"라는 한마디는
그렇게 내 건강을 염려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당장은 듣기에 거슬리는 말이었지만,
지금부터 건강에 신경 써서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 말은 내 삶에 가장 고마운 자극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외면한다고 사실이 숨겨지는 것도 아니니,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머리가 하얗게 세고, 얼굴에 굵은 주름이 생겨야만 늙는 것이 아니다.
30대 중반의 나!
이미 노화는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