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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갑자기 위로 확 떠오른다면, 이 풍선에겐 어떤 일이 생긴걸까?"
'바람이 불었겠지.'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게 서양인의 입장에선 평범한 생각이 아니란다. 그들은 대부분 '풍선에 바람이 빠졌겠지'라고 생각한다니 말이다. 서양인은 어떤 현상의 원인을 내부에 존재하는 속성 때문이라 생각하고, 동양인은 사물을 둘러싼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이 문제에 대해 왜 동서양인의 답이 다른지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주변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열의 아홉은 "바람이 불었겠지~"라고 답하는 걸 보며 예상했던 답이 나오는 것에 대한 쾌감과, 같은 동양인이라는 동질감이 함께 밀려왔다.
사람마다의 차이는 그 사람 개개인의 차이지, 일반화 시켜 양분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왔었다. 나름 열린 생각이라고 자부했던 그 생각 또한 나의 고정관념이었고, 그 고정관념은 이 책 <동과 서>로 무참히 깨졌다. 동양인이어서, 서양인이어서 갖고 있는 성향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동서양의 그림 작품들이 다르고, 집의 구조가 다르고, 성과 이름중 어느 것을 먼저 쓰는지, 심지어 맥주병의 크기가 다른 것도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반영한 증거라고 내놓으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동양인은 이 세상이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커다란 장과 같은 공간이라 생각하고. 서양인은 세상을 각각의 개체가 모여 집합을 이루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는 우주론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니, 다른 곁가지들은 이 큰 맥락 안에서 모두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 하나의 사실이 이 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심맥락이 되니, 내용은 더욱 짜임새가 있고, 동서양의 차이를 이해해감에 가속도가 붙는다.
백지상태로 태어난 인간이 동양에서 교육받느냐, 서양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반대의 성향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아...개체 중심이 아닌 환경의 중요성을 들먹이고 있는 이 순간 또한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동양인임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