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봉황새는 대나무 열매만 먹고 오동나무에만 집을 짓는다' 라는 말이 있다.

귀한 새가 집을 지을만큼 고귀한 나무.

섬모양이 그 오동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해서 '오동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있다.

 

 

여수 오동도.

자그마한 섬까지는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고 가는 수고로움은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다가 오동도로 가는 방파제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니...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만족을 안고 시작한다.

 

 

오동도까지 방파제 위로 동백열차가 운행되지만,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1분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느린 걸음" 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동백열차는 "탈거리"가 아닌 "구경거리" 가 되어 주었다.

 

 

방파제를 건너와서 보니 저 너머로 여수시내가 보인다.

오동도는 섬이 아닌 육지의 연장이라는 느낌!

섬은 '고립' '외로움' '닿기 힘든 곳' 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오동도는 가볍게 산책나올 수 있는 여수의 근린 공원 같다.

 

본격적으로 거닐어보는 산책길...

 

 

 

 

 

오동도의 봄은 붉은 동백꽃과 함께 한다.

 

 

동백꽃을 따라 걷다보니, <동박새 꿈정원> 이라는 곳이 나왔는데,

동백꽃을 엮어 만든 장식이 잠시 쉬어가라고 발길을 붙잡는다.

 

 

 

솔방울과 동백꽃으로 이렇게 예쁜 꽃장식을 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탁자 위에 놓여있는 동백꽃 월계관은 사진 찍을 때 소품으로 활용된다.

아주머니들은 동백아가씨가 된 기분으로 화사한 미소 지으며 찰칵~!

 

 

오백년 묵은 지네의 전설이 내려온다는 ‘용굴’로 향해본다.

 

 

용굴은 바다쪽에 있기 때문에 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바다내음을 품고 있는 바람과

시원하 파도소리가 먼저 달려와 반긴다.

 

 

계단을 내려가니, 정말 커다란 용 한마리가 들어갈 법한 동굴 하나가 보인다.

 

이 동굴에는 오백년 묵은 지네가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해조를 채취하는 아낙네들은 이 동굴을 지네굴이라 하여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섬에 처음 온 여인이 모르고 동굴 가까이 접근했다가

지네를 보고 실신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동네남자들이 배를 타고 와 여인을 구하고,

사흘동안 불을 피워 연기를 동굴 속으로 흘러 보내 지네를 잡았다고 하는데...

그 후론 다시는 지네를 볼 수 없었다고...

 

지네가 살았던 동굴을 "용굴" 이라 이름붙이다니...

속았다!

하긴 "지네굴"이라고 했으면, 난 이 동굴을 보러 긴 계단을 안 내려왔을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쑥 빼 안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자칫 잘 못하면 물에 빠질 듯 해 조심스럽다.

 

 

그 때 나타난 유람선!

아, 유람선에서 보면 용굴 안이 제대로 보이겠구나...

오동도 밖에서 오동도를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면에 서니 오동도가 비로소 섬으로 느껴진다.

 

 

반대쪽으로 돌아가니, 저쪽 절벽 위로 등대가 보인다.

남해바다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등대 전망대가 궁금해 한걸음에 달려갔다.

 

 

 

 

 

 

 

돌산대교가 보이는 걸 보니, 남쪽에 있는 저 섬은 "돌산도" 가 분명하다.

 

 

동쪽으로도 꽤 큰 섬이 하나 보여 저건 무슨 섬일까 했는데

알고보니 그곳이 남해군이었다.

남해는 몇 번 갔었는데, 그곳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섬이 오동도라는 건 몰랐었다.

지도의 일부가 자동으로 머리속에 그려졌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전라남도에서 경상남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백섬을 나오는 길에 거북선과 함께 있는 커다란 돌비석을 만났다.

 

 

若無湖南 是無國家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

그 여운을 느껴본다.

 

 

우리 나라 4대 관음성지라는 향일암에 올라 넓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예쁜 길이라고 손꼽히는 오동도 산책길도 걸어보고,

게장백반이라는 밥도둑의 진면모도 만나고,

포장마차에서 진한 인심도 느껴보고...

 

여수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를 품은 여행지였다.

 

 

 글 * 사진

철없는 동백아가씨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