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 해의 끝점과 시작점을 찍기위한 장소로 정했던 곳.
울릉도!!
모든 섬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울릉도는,
섬이라는 태생적 한계,
즉, 뭍길이 아닌 물길이 갖는 불가항력적인 거부본능의 성역이 있어
가고자 한다고 해서
아무때,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왕복 천리가 넘는 섬이기에 더욱더...
그런데...
인간의 간사함과 욕망은 끝이 없다든가.
하늘로부터 허락된 사람만이 갈 수있다는 울릉도에
사뿐히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또다시
그 섬으로 가고싶다.
독도(獨島).
홀로있는 섬!
그래서 외로운 섬.
얼마나 고독한 섬이면
숱한 뭍사람들이
그토록 애절한 위로의 소리들을 보내올까.
울릉도 도동항에서 뱃길로 편도 90여 Km.
독도행 크루즈선은 하늘이 뱃길을 열어주는 날만 뜰 수 있는데
1년에 고작 60여 차례!
그 중에서도 30여 회 정도밖에는 배가 정박할 수 없는 섬.
그나마 발자국 하나 찍는데도 그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섬.
그야말로 내나라 내땅의 의미가 무색한 성역같은 곳.
3시간 30분, 울릉도행 배를 타고 오면서도 멀쩡했는데
1시간 30분, 독도행 배를 타고 가면서는 배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고통 없이 독도를 만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바람과 파도는 그렇게 협공을 해왔다.
금방이라도 울컥 뭔가가 넘어올 것 같은 울렁거림을 견딜 수 없었다.
'우리땅' 이라고 그렇게 외쳐대는 독도가
이런 험남한 환경 속에 있다는 걸 미처 몰랐구나...
내게 밀려드는 이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이
독도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에 눈을 지그시 감고 이를 악물었다.
배안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망망대해에 작은 섬하나가 마치 꿈인듯 서 있다.
독도...독도다.
참고있던 울렁거림은 눈물이 되어 왈칵 쏟아졌다.
"미안하다...그리고 고맙다!"
대한민국 최동단.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
삼봉도(三峰島), 우산도(于山島), 가지도(可支島)라고도 불리고,
이방인들은 리앙쿠르바위, 다케시마(竹島-시네마현) 라고도 부르고.
이름만큼, 조각난 바위만큼,
아픔과 내력도 많은 곳.
2011년 5월 현재, 독도에 본적지를 두고 있는 사람은
일본인 69명, 우리나라사람 2247명!
총면적 18만 7천 평방미터(5만 5천 여평), 여의도 절반크기!
89개의 크고 작은 섬과 암초로 구성된 이른바 군도(群島).

<자료출처-한국해양연구원 독도전문 연구센터>
이 작은 섬에 그토록 많은 사연과 곡절,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은
이 섬의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바다에 무한히 감춰두고 있는 다양하고도 엄청난 보물들 때문일 듯.
독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순간,
독도의 역사적 내력이라든가,
이 섬이 우리 땅이 되어야하는 구체적인 이유라든가,
<독도밀약>이라고 하는 공공연한 문서가 무엇을 언제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든가,
하는 현학적인 내용들은 잠시 내려두고.
그냥 독도에 서서 독도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
최동단!
우리나라의 동녁땅으로는 가장 먼 곳.
이곳에 발을 내린 사람들은 작은 흥분과 감동을 어디에 담아야할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이곳을 그리워 했는지도...
아무튼,
조상님들의 음덕과 동해 용왕님의 가호로
이 순간, 우리는 이 땅을 밟고 있다.
하지만, 불과 20분!
그토록 힘들게, 그토록 정성들여 달려온 우리에게
내 나라 내 땅을 밟을 수 있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20분이다.
독도에 와서 독도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하니,
이나마 허락한 것도 감지덕지하라고?
그래요!
감사하고 감읍할 따름입니다!
우리 국토의 상징점에 정말 힘들여 왔는데,
그런데,
어디 한 곳 앉을 곳도 없다.
이 고독한 섬의 할퀴고 쓰라린 볼이라도 만져보고
기특한 풀 한포기라도 쓰다듬어줄 그럴 공간 한 점도 없다.
적어도 내땅이라면,
독도의 내력이라든지 지정학적 사료 한 점이라도 내걸어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작은 지표라도 되어야할텐데,
그런 안내판도 하나 없다.
멀리 돌아앉은 내나라 내땅의 체온도 느껴보고,
가녀린 숨소리도 들어보고,
국토사랑도 녹여넣을 수 있는,
차 한잔 욕심내어보는 것도
과욕일까...
어느 누구의 제안처럼 독도의 동도나 서도에 작은 둘레길을 낸다면
2~3km의 세게적인 보도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
멀리 보이는 "삭도" 마저도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가서는 안되는 곳!
더 이상 안아서는 안되는 곳!
오로지 "금지" 만 있을 뿐이다.
불과 20여 년 전에 있었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오랜기간의 섬 영유권 분쟁,
지금은 세계적인 해양 스쿠버 레져단지로 부각되어가고있는
말레이시아령 시파단(Sipadan)섬,
국제 사법 재판소가 상대적으로 약한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준것은,
말레이시아가 보유한 섬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오랜 기간의 인프라구축,
그리고 섬에 관한 체계적인 데이타 비축 때문이었다.
그만한 노력과 애정이 있었기에,
시파단섬을 말레이시아 영토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국토를 구호와 노래만으로 지킬 수 있다면
당연히 대마도도 우리 땅~!
하와이도 한국령일 것이다.
언젠가 독도에 차 한잔의 공간이 생기고,
보다 가까이서 독도내음을 맡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멀리서 눈으로만 보고 실루엣만 담고가는 독도여정이 아쉬운 것은
비단 나만의 감정은 아닐 터...
많이 보기보다 많이 느끼고 깊이 새기는 여행을 하며
꾸준히 나를 찾아가고
내 존재의 이유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요즘,
내나라 내땅에 존재하는,
3000여개의 섬들을 가급적 많이 밟아보고,
4000여개의 산들을 가능한 한 많이 에둘러 안아보고,
5000여개의 유적지를 겸허하게 둘러보려고 하지만, 최소한
6000여개도 넘는 나의 다채로운 핑계와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는 현실...
그래도 이렇게 3000여개의 섬중 하나인 독도에 내 발자취를 남겼다.
한무리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난 후,
다시 텅 비어버린 독도.
한사람도 남지 못하게 모조리 배에 다시 태운 독도지킴이들이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을 향해 힘찬 경례를 한다.
독도는 우리가 잘 지킬테니 염려 말라는 듯...
어렵게 다가간 만큼,
독도는 내게 많은 느낌으로 각인되었다.
내것,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나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들이
가슴속 깊이 남기고 가게 하는 독도는
그렇게 특별함이 있는 곳이었다.
독도에서는...
철썩~~철썩~~
파도도 또렷한 우리말로 소리하고,
독도에서는...
끼룩~~끼룩~~
갈매기도 정확한 한국말로 노래한다.
독도는....
진정 부인 할 수 없는 내땅이고 내살이다.
그리고 독도는 우리땅의 끝점이 아닌
확실한 시작점이다.
글 * 사진
독도에 주막집 오픈을 심각하게 고려중인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