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목, 사랑나무…… 나무가 사랑을 한다

껍질이 깎이고 속살을 내주어야만 이루어지는 사랑

사람보다 더 사랑다운 사랑을 나무는 한다

 

김제와 전주에 걸쳐서 있는 모악산에는 김제 쪽 금산사에서 올라가다 보면 소나무 두 그루가 3미터쯤 떨어져 있으면서 중간에서 가지가 나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리지가 있다. 아차산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같은 뿌리로 연결되어 있는 연리근이 있다. 그리고 나무와 나무가 각기 올라가다가 서로 붙어서 사는 연리목도 금산 양지리와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사랑나무, 그들을 사람들은 사랑나무라 부른다. 아무리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가로막아도 끝내 사랑을 이루어내고야 마는, 그래서 사람보다 더 사랑다운 사랑을 하는 사랑나무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최복현 시인이 이야기하고 박미미 작가가 그린 《사랑나무》가 도서출판 잇북에서 출간되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 사랑에 길들여진 요즘의 우리들에게 사랑나무가 깨우쳐주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깊은 감동을 준다.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이 시대 사랑 바보들에게 들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래. 사람들은 움직일 수가 있어.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움직일 수 없어. 그러니 사랑의 대상도 바꿀 수 없는 거고. 우리는 한 번 정하면 그걸로 끝이야. 변함은 없는 거지. 그게 다행이긴 해. 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하니까. 만약 사랑이 쉽게 이루어진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겠지. 나무들도 사랑을 시도하곤 해. 하지만 몸과 몸이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만큼 우리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고,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거야.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랑이 비록 힘들긴 하겠지만 더 가치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본문 p21~22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 너는 내 안으로, 나는 네 안으로, 이렇게 우린 너무 서로에게 깊이 들어와 버렸어. 우리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떨어질 수 있을 거야. 이젠 어쩔 수 없어. 아파도 함께 살아야 하고, 힘들어도 함께 견뎌야 해. 이게 사랑이야. 사랑엔 그만큼 아픔이 따르고, 서로에게 책임이 따르는 거야. 이젠 서로가 원해도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렸어. 보라고, 나의 일부인 껍질이 사라졌고, 너의 일부를 이루고 있던 껍질도 깎여 나갔잖아. 서로가 이렇게 조금씩 깎였으니, 너와 내가 속살로 만날 수 있는 거야. 사랑은 피상적으로 만나기보다는 서로의 일부를 포기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더 이상 떨어질 수도 없게 되는 거지. 만일 떨어진다고 생각해봐. 너도 나도 잃어버린 껍질을 복원하지 못하고 평생 속살을 드러낸 채 살게 될 거야. 그렇게 다시는 떨어질 수 없는 운명, 이게 진정한 사랑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본문 p110~111

 

 

 

“그래,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의 빚을 진 채 살아가는 거야. 뭔가를 하나 잃으면 뭔가를 얻는 게 사랑인 것 같아. 우리가 애태우고, 가을이면 다시 봄에 만날 수 있을까 두려워했던 때를 생각해봐. 그게 다 사랑하기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하고 아프고 기다리고 했던 거잖아. 또 우린 서로 잃은 게 있잖아. 나는 참나무란 이름을 잃었고, 너는 피나무란 이름을 잃었고. 그 대신 사랑나무라는 공동의 이름을 얻었지. 난 이 이름이 참 좋다. 이 이름 속엔 너와 나의 이름이 함께 들어 있으니까.”

-본문 p131~132

 

 

 

나무도 사랑을 한다. 사람보다 더 사랑다운 사랑을 한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바람이 부는 날, 산에 올랐다가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다. 마치 바람이 싸움을 부추겨서 서로 아프게 하는 것처럼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도 나무들은 아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에서 사랑을 느꼈다. 나무들의 아픈 사랑을, 사람들의 삐걱거리는 마음을.

사랑나무, 나무들도 사랑을 한다. 그 나무들의 사랑은 아프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다. 서로 다른 나무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면 우선 몸과 몸이 부대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쩌다 우연히 가까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몸을 맞대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점점 더 상대의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싶어진다.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바람이 불면 바람에 의지해 떨어졌다 붙기를 얼마나 반복해야 했던가. 이제 껍질이 벗겨지고, 나무들은 속살을 맞대고 살아간다.

아프다. 바람에 삐걱거리는 몸이 부대껴 아프다. 그렇다고 멀어질 수도 없는 숙명을 타고난 나무들은 그 아픔을 겪고 나서야 하나의 나무로 완전히 붙어 지낸다. 살아있는 한 나무들은 서로 나누어지지 못한다. 그만큼 아픈 시절들을 보내고 하나가 되었으니 절대로 떨어져선 안 된다는 운명의 장난일까.

사랑나무, 서로 다른 개체였다가 하나 된 사랑나무들을 만난다. 깊은 숲에서 사랑을 앓는 나무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사람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랑을 앓고, 사랑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랑나무는 많다. 그런데 아프지 않은 사랑을 겪지 않은 나무는 없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사랑나무가 하는 말을 대신 전하고 싶었다.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면서 어쩌다 붙었으니 사랑하는 나무들, 반드시 껍질이 벗겨지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하나가 될 수 있는 나무들,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대신 전하고 싶었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려야 이루어지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사랑은 아름다운 거니까,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아픈 시간을 많이 소비한 사랑은 무죄니까…….

-글쓴이의 말

 

 

글쓴이 최복현

시인이자 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독서경영사, 신화·고전 읽기 연구 전문가, 글쓰기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필자는 농부로 출발해 공장 노동자, 배달사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뒤늦게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서강대학교 불어교육학 석사와 상명대학교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동양문학 시 부문 신인상, 1991년 농민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그 외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청소년 추천도서, 국방부 진중문고 추천도서 등 많은 양서를 써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과 《행복하기 연습》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탈무드의 지혜》 《30분간의 행복 찾기》 《여유》 등의 에세이,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 등의 소설,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하루에 떠나는 신화 여행》 《명작에서 멘토를 만나다》 《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다》 《도서관에서 찾은 책벌레들》 등의 인문서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어린 왕자》 《별》 《틱낫한, 마음의 행복》 《언터처블, 1%의 우정》 《인간의 대지》 《운명》 등이 있다.

--------------------------------------

 

 

그린이 박미미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하늘에서 본 지구 이야기》를 비롯해 웅진 씽크빅, EBS <친절한 쌤> 등에 삽화 작업을 했다. 1993년 제33회 이화여대 서양화전에 참가했고, 2011년 갤러리 아르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