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우리나라의 여느 섬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무엇보다 이국적 느낌이 난다는 것이 가장 큰데,

제주도가 이국적 느낌으로 와닿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우리 나라 최남단에 치함으로 인한 기후적 차이.

봄은 가장 먼저 오고 겨울은 가장 나중에 오는 복 받은 섬. 

제주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종려나무 (야자수)도

이국적 느낌에 제대로 한 몫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언어적 차이.

제주 토박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제주의 명소들도 직접 가보지 않는한

이름만 듣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 유추하기 힘든 곳들이 많은데,

섭지코지, 돈네코, 쇠소깍, 너븐숭이 등

이런 이름만 듣고는 타지인들은 거기가 뭐하는 곳이야? 반문하게된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제주 남쪽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큰엉'인데...

 

 

큰 형의 경상도 사투리쯤으로 들리는 큰엉은

"큰 바위덩어리가 바다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서 있는 언덕" 이라는 뜻이란다.

 

 

요즘 이 큰엉을 대표하는 것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한반도 지도 모양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우와~" 감탄사를 지르며

가장 한반도 지도모양과 근접하게 보이는 지점을 찾아 사진 찍기 바쁜데...

 

 

내가 야심차게 찍은 한반도 지형 사진!

친구가 웃는다.

"야, 이게 뭐야? 이 지점이 아니라, 저 지점에서 찍어야 더 잘 나와."

그래서 내가 한 마디 했다.

"정복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고구려 시대의 한반도야!!"

 

 

이곳은 올레길 5코스가 지나는 길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이 해안산책로는 올레길 중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길이다.

 

 

이 길의 매력 중 하나는 숨은 그림 찾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

앞서 얘기한 한반도 지형 모양의 나무 숲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해안으로 나 있는 절벽 중에 추장의 옆모습을 닮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매의 눈을 뜨고 봤더니,

보.인.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호랑이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호두암(虎頭巖)

 

 

여인의 젖가슴에 젖꼭지까지 제대로 닮았다고 해서 유두암(乳頭巖)

그렇게 큰엉을 산책할 때는 숨은 그림 찾기 하느라 눈을 크게 뜨고 다닐 수 밖에 없음을 각오해야 한다.

 

 

제주도 남쪽 바다 풍경에 참 아름답다~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불쑥 나타난 인근 카페 안내문에 정신이 번쩍~

 

 

아~ 내가 지금 태평양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것이구나.

어디까지가 제주 앞바다고 어디부터가 태평양이고,

그런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것!

기왕이면 태평양을 바라보며 걷는다고 생각하니,

내 발걸음의 스케일이 더불어 커지는듯...

 

 

이 계절, 제주의 바닷가는 샛노란 털머위꽃이 봄의 빛깔을 풍긴다.

 

 

해국도 만발,

시방 제주는 겨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해안경승지인 큰엉 산책로!

이곳을 걷고 나면 가장 확실히 알게 되는 한가지!

제주 방언으로 '엉'은 '언덕'이라는 사실!

그래서 큰엉은 큰 언덕!

 

물론 책상 앞에 앉아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머리로 기억이 아닌

오감으로 흡입했으니,

큰엉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제주 방언이자 제주 명소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