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신선로’: 샤브샤브에 밀린 전통 탕을 구하라!

 

 

탕을 좋아하고, 탕 메뉴를 궁리해야 하는 처지로 늘 우리 전통 탕 음식인 신선로가 궁금했습니다. 여기저기 서적도 찾아봤지만 제 호기심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궁중 음식 무형문화재 한복려 여사(궁중음식연구원장)가 신선로 강연을 한다기에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월향과 문샤인 조리팀장 2명과 함께. 그 분은 일반적인 전통 계승자와 달리 선뜻 자신의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다 공개해주셨습니다. 현재 외식업체 운영자들에게 신선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 개발의 숙제도 안겨주셨고.

 

 

 

 

 

 

 

 

그 분 말씀에 따르면, 신선로는 중국의 훠궈(火鍋)나 일본의 샤브샤브와 맥이 닿아 있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음식 문화 마케팅이나 외식업계의 메뉴 개발 노력 등에서 뒤쳐져 잊혀진 음식이 돼 가고 있습니다. 반면 샤브샤브는 이미 세계적인 음식이 됐고, 훠궈 역시 중화권 대표 메뉴로 커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통을 이으려는 외식업체에게 신선로의 부흥은 상징적 미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선로는 18세기 이후 고문헌에 꾸준히 얼굴을 내밉니다. 당시에는 열구자탕(,口資湯)이나 신설로(新設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입을 기쁘게 해주는 탕이라거나 새로이 만든 화로라는 뜻일 것입니다. 신설로 앞에는 면이나 탕이 붙기도 했는데요. 아마 요리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주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오늘날 신선로는 그것 자체로 명확히 규정된 요리라기보다는 탕을 끓이는 화로 그릇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그릇은 좀 남다른 데가 있는데요. 다리 옆에 아궁이를 뚫고, 덮개가 있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덮개 가운데는 구멍을 뚫어 숱을 넣는 용도로 썼습니다. 그럼 다리 옆 아궁이를 통해 바람이 들어가고 통을 통해 나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국물에 담긴 요리가 따뜻하게 덥혀지는 원리죠. 덮개가 없는 이북 음식인 온반 역시 신선로의 변형이라고 봐야 겠죠. 사실 신선로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궁무진합니다. 국물만 해도 해물로도 가능하고, 고기로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국물이 묽은가 붉은가도 상관없습니다. 그만큼 재해석의 여지가 많은 데요.

 

 

 

 

 

한복려 여사님은 신선로 요리의 특별한 점을 두 가지로 꼽아주셨습니다. 하나는 우리 음식 문화의 종합 혹은 집대성 판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신선로에는 전과 배추김치, 각종 채소와 생선, 고기가 다 들어갑니다. 그러니 그 한 그릇 속에 우리 음식 문화가 모두 담긴 것이죠. 그보다 중요한 의미도 있습니다. 바로 여럿이 수저를 섞어가면서 먹는 공동체 음식 문화라는 것입니다. 조선후기 요리서인 <소문사설>(謏聞事設)에는 열구자탕의 이런 특성을 이렇게 맛깔나게 구술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젓가락으로 먹고, 숱가락으로 탕을 떠서 뜨거울 때 먹는다. 이것이 바로 잡탕이니, 중국사람들의 매우 좋은 음식이다. 눈 내리는 밤 손님이 모였을 때 먹으면 좋다. 만약 각자의 상에 따로 놓으면 운치가 없다. 중국 사람들의 풍속에는 본디 밥상을 따로 하는 예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 그릇을 사오기도 하는데, 야외에서 전별(餞別·예를 갖춰 이별함)하거나 겨울 밤에 모여 술 마실 때 먹으면 매우 좋다.”

 

이 대목만 읽어도 눈에 선합니다. 눈 내리는 밤 학식을 구하러 북경으로 떠나는 변방의 어느 선비를 마중하려 모인 다정한 친구들이 옹기종기 국물을 나누는 장면이. 그 장면이야 재연할 수 없지만, 그 요리야 어떤 식으로든 재해석해보겠습니다.

 

 

                                   (무형문화재 한복려 선생님의 신선로에 대한 핵심 강의 내용을 5분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