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문, 삼촌은 놀이로 세상과 만나고 있어.

 

 

어려서 일과 가까이 지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노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일할 줄 아는 아이라야, 옆에서 오며가며 어른들 일을 거들 줄 아는 아이라야 놀 줄도 안다는 것을 인도의 농촌과 어촌 마을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믿게 되었다.


놀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 힘은 어른들을 도와 일을 하거나 작은 일은 손수하면서 길러진다. 어른들이 아무리 공부만 시키려고 해도 어려서 몸을 움직여 일을 해봤던 아이들은 몸으로 이러한 것들을 거역하고 놀이로 세상을 이해하는 길을 스스로 찾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쉽게 문명의 편리에 사로잡히고 만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아날로그로 자라야 한다.


이 나라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은 아이들에게서 얼마간의 일마저도 빼앗아버린 점이다. 시골 아이들은 제 몸 하나는 부릴 줄 알았다. 놀이가 뭐 별것인가. 제 몸 하나 건사하고 부릴 줄 알면 그것이 놀이가 아니겠는가. 동생을 돌보고, 논이나 밭에서 일하는 어른들 따라 작은 힘이라도 보태다가 장난도 치고, 그것이 다 놀이 아닌가. 아이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은 것은 아이들 사랑과는 관계가 없다. 이렇듯 아이들은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데 어른들은 파편화된 지식을 억지로 먹이려 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놀이를 꼽으라면 나는 어른들이 제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옆에서 아이들이 보거나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지금은 참 보기 어려워졌다. 왜 그럴까. 아이를 곁에 두고 일하는 부모가 적기 때문이다. 김치 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좋은 놀이가 없는데, 김치를 담는 부모가 없다. 다 사다 먹으니까 말이다.


아빠가 물건을 고치거나, 엄마가 저녁 준비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만큼 좋은 놀이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부모들은 집 안에서의 자연스런 일과 멀어져 있다. 이런 좋은 놀이를 놔두고 우리는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아이들을 놀이방으로 보내고 복잡한 놀잇감을 아이들 품에 안긴다.

 

 

고래가그랬어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