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조선의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으로 독서토론을 했습니다.
이미 리뷰를 쓴 작품이어서 감상을 생략하고 독서토론 이후 드는
흐르는 감정에 따라 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타자마자 꺼진 연탄이 사그라진 연탄재에게


독서토론을 준비하면서 다시 책을 폈다. 올해 초 읽을 때 김산의 이야기에 따라만 갔다. 스토리의 여유가 생기니 넘어가는 페이지 속 둘의 대화장면이 겹쳐졌다. 정확히는 김산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당당한 모습 그 속에 숨겨진 초조함. 그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책을 덮고 한동안은. 

3.1 운동으로 시작해서, 테러리즘, 공산당 운동까지 그는 무수한 실패를 했다. 그는 스스로가 오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는 성공했다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내 이야기를 조금은 해야할 것 같다. 20대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말을 주변에서 듣곤 했다. 조금 염치없게 말하면 김산과 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여러 활동을 해가고 있다고 믿었다. 김산이 아프게 한 배신과 음모, 난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해서 그냥 꺼져버렸다. 돌이켜보니 스스로 뜨겁게 살았다고 말하고 다닌 것뿐이었다.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가 독서토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난 타자마자 꺼진 연탄일 뿐이었다. 김산 그는 사그라질 것을 아는 연탄재와 같았다. 김산이 2년 후 책을 출판해 달라는 한 그의 부탁은 스스로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에게 묻고 싶었다. “왜 사그라질 것을 알면서 다 꺼져가는 연탄 같은 몸을 움직이냐고. 그대 사그라지면 흔적조차 없어질 것을 모르냐고?”
독서토론 중 들은 “이 모든 것들 뒤에는 소외받은 자들이 있다”라는 말. 아마 나도 그 소외받은 사람중 하나일 것이다. 슬프게도 김산조차 역사라는 장르에서는 소외받았으니. 역사에게 투덜대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역사는 쓸 수 없는 걸 볼 수 있고, 볼 수 없는 것을 쓰게 한다.”.


문명은 다채로운 인간생활의 색상과 품성, 수준과 농도로 형성된다.
- 20 –


나는 내 인생에서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 모든 것에서 패배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만 승리했다.
- 20 –


자살은 식민지 민중이 선택할 수 있는 불과 몇 안 되는 존엄한 인간의 권리입니다
- 30 –


그는 아무런 환상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냉소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했지만 또한 변화와 진보를 확신하였다. 고통과 패배는 그의 꿈을 없애버리기커녕 오히려 그의 사상이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니고 타오르도록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 48 –


실제로 지식인이 남한테 배반당하는 경우란 없다.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직업에 의해서만 배반당할 따름이다. 지식인의 책무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역사적 변화의 소재로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하는 것이다.
- 49 –


내 젊은 시절? 틀림없이 저는 이제 겨우 서른두 살밖에 안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내 젊음을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답니다.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 52 –


나에게 젊은 시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마도 조선이란 나라가 자기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 56 –


이 짧은 기간의 방황은 내 인생에서 단지 하나의 안내판이었을 뿐이다. 여기서 나는 내 갈 길을 발견했다.
- 59 –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맞춰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뿐이다. 투쟁하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 67 –


최후의 한 사람까지 자유를 위한 열혈을 땅에 흘릴 것이니
- 90 –


‘자결권’은 오로지 열강들이 자기네 제국을 굳히기 위한 구호였을 뿐이었다.
- 104 –


나는 계급적인 증오, 민족적 증오, 개인적 증오, 국가 간의 증오를 수없이 봤다.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나에게는 잔인함이 더는 도덕적 가치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승리에 자극되었고 패배로 각성하였다.
- 120 –


톨스토이의 철학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모순들로 가득 차 있고, 그러므로 해결책을 구하려는 맹목적인 노력 속에서 직접적인 행동과 투쟁으로 나아갈 필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시대의 초기에는 줄곧 톨스토이 작품을 애독하였지만 그의 철학 속에서는 아무런 방법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 168 –


본능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자연적이다. 동물적 욕망은 동물에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기 욕망을 통제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욕망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나는 판단하였다.
- 183 –


나에게 있어서 톨스토이는 진리를 나타내고 보편적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나타내지만, 운동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런데 물리학에서는 관성도 하나의 힘이며, 운동이다. 톨스토이는 현실을 여러 가지 모순의 충돌이라고 묘사한다. 현실의 이 변증법적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명확하게 행동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 197 –


내가 해야 할 일은 잔혹함이 존재해온 곳에 정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톨스토이도 역시 잔혹함에 대한 증오를 버리고 잔혹함의 존재를 폭로하는 데 온 힘을 기울렸다.
- 199 –


조선혁명이 완성되기 전까지 내게는 펴오하가 단지 고통일 뿐이다. 투쟁은 삶이지. 소극성은 죽음이고, 나는 싸우는 것을 좋아해.
- 210 –


패자는 죽어야만 하고 승자는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 265 –


문제는 누가 죽느냐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안다. 지배계급은 학살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수세대에 걸쳐서 살육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그들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싸울 뿐이다.
- 267 –


우리는 너무나 비슷했지만 우리 사이에는 너무도 다르게 훈련된 모습이 있었다.
- 346 –


내 본질 속에는 행복이라는 것이 없으며 행복을 찾는 것조차도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347 –


이곳에서 또 다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364 –


인생은 나의 짧은 사랑에 대하여 특별히 복수를 하는 것만 같았다.
- 379 –


열이 내 뼈를 기분 좋게 덮어주었다.
- 394 –


내 기질에 맞지 않는 새로운 철학이 환한 햇살처럼 나에게 자리 잡은 것 같았다.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가 않았다.
- 395 –


오류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오류란 심지어는 진리를 드러내는 데 유익하기도 하다. 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옳은 것과 그른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 396 –


너무나 진리에 가까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질문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자신에게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
- 397 –


도스토예프스키는 부정적이다. 그는 인간영혼의 어두움을 주관적 심리에 의하여 폭로하고 있다. 그는 투쟁의 적극적인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조선에 대해서도 아주 똑같은 책을 쓸 수 있었으리라. 조선에는 러시아보다도 더욱 지독한 어두움과 슬픔만이 있을 따름이니까.
- 400 –


나는 적극적인 결정과 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진리를 충분히 파악하게 해주는 역사의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
- 403 –


자신의 개인적인 안락이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도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따라갈 것이다. 추종하는 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길밖에 없다. 지도하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추종하는 자는 자유롭지만 지도하는 자는 그렇지 못하다. 추종하는 자는 책임 없이 행동할 수 있지만 지도하는 자는 역사적 결정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 404 –


오류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오류에는 비극이 뒤따른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다른 사람들이 오류를 깨달아 고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조리 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사람들이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 414 –


내 전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실패의 역사였다. 나는 단 하나에 대해서만 –나 자신에 대하여- 승리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는 이 하나의 작은 승리만으로도 충분하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경험했던 비극과 실패는 나를 파멸시킨 것이 아니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 464 –


레닌 한 사람이 옳고 당 전체가 그를 수도 있다. 그러나 고독한 레닌 한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경우, 레닌이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전혀 오류를 범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라 대중의 다수 의사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 468 –

나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무엇이 정이고 무엇이 사인가, 무엇이 올바른 것이고 무엇이 잘못인가 하는 것을 논함으로써 사람을 단죄하는 짓을 더는 하지 않는다. 내가 묻는 것은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고 무엇이 낭비인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쓸데없는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가 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마음의 고통과 눈물을 통하여 ‘오류’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오류는 인간 발전의 통합적인 일부분이며, 사회변화 과정의 통합적인 일부분인 것이다.
- 471 –


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 억압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한 인간의 영광이요, 굴복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치이다.
- 471 –


한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슬픔이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리도 요구하지 않는다.
- 472 –


전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 드라마.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본질이다.
- 4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