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경 그림 금강산만물상

 

꿈과 인생---구원(仇怨)

 

꿈속에서 남과 원수를 맺어 분노와 원한을 이기지 못하다가, 잠이 깨어서 돌이켜 생각하면 그것은 환각(幻覺)이고 마음은 허망할 뿐, 원수도 없고 원망할 자도 없어, 실로 나를 원수로 하는 자 없는데 내가 원망한 것은 스스로 망작(妄作)일 뿐이니, 내가 진실로 망작하지 않으면 실로 원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간혹 원한을 깊이 맺어 독기가 엉기고 맺혀서, 죽어서도 오히려 흩어지지 않고 악귀(惡鬼)가 되고 도깨비가 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은 다 자신의 마음이 불러온 죄업(罪業)의 힘이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진실로 마음을 평화하게 가지고 스스로 반성한다면 모든 것이 다 꿈이고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백세(百世)에 걸쳐 맺어진 인연도 한 생각으로 소멸된다.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夢中與人作仇 不勝忿怨 覺來回想 事幻心妄 仇者是誰 恨者何人
몽중여인작구 불승분원 각래회상 사환심망 구자시수 한자하인

實無仇我者 而我恨自妄 我苟不妄 實無仇人 世或有結 怨深恨
실무구아자 이아한자망 아구불망 실무구인 세혹유결 원심한

毒氣凝結 死猶未散 而爲鬼爲魅 是皆自心所召 業力攸成 苟能平心自反
독기응결 사유미산 이위귀위매 시개자심소소 업력유성 구능평심자반

知皆夢幻 百世結緣 一念消滅 可不思諸
지개몽환 백세결연 일념소멸 가불사제

 

사람은 간혹 꿈속에서 남과 원수를 지어 분노하고 원망함을 이기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깨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만들었던 환희(幻戱)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일은 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人生)에도 있다. 원래 인생이 한낮 꿈인 것이다.

 

꿈꾸고 깨고 하는 것은 작은 꿈이고, 살고 죽고 하는 것은 큰 꿈이라고 하였다. 인생에서 남과 원수를 맺어 성내고 분격해 하고 원한을 맺는 일이 있지만 그것도 인생이란 꿈속의 일이니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불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마디처럼 맺히는 원한을 평화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스스로 반성해 본다면, 모든 것은 다 자신의 마음에서 일으키는 불일 뿐이다. 큰 안목과 넓은 도량과 진실로 평정한 호의에 찬 마음으로 반성할 수 있다면, 다 한 번의 웃음에 붙일 수 있는 꿈속의 환상이며 마음의 망작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심(平心)!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 이것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것이 아닐까. 진정한 자기의 반성도 평심이 아니고는 될 수 없고, 남을 용서하는 마음, 극서도 평심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유가(儒家)에서의 정심(正心)이나 불가에서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다 먼저 평심에서부터 출발되는 것이 아닐까.

 

평화하고 고요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원수도, 성냄도, 기쁨도,  영광도 다 인간 만사가 청산(淸山)을 덮은 구름과 안개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金剛山(금강산) / 宋時烈(송시열)

 

山與雲俱白 雲山不辨容
산여운구백 운산불변용
雲歸山獨立 一萬二千峰
운귀산독입 일만이천봉

 

산과 구름이 모두 희어서 산과 구름 분별할 수 없더니
구름이 돌아가고 산이 홀로 서니 일만 이천 봉우릴러라.

 

楓岳道中遇僧(풍악도중우승: 풍악 가는 길에 중을 만나서) / 鄭澈(정철)

 

前途有好事 僧出白雲關
만이천봉수 추래엽엽단
萬二千峯樹 秋來葉葉丹
전도유호사 승출백운관
 
앞길에  좋은 일 있으려나, 중이 백운 속에서 나오니.
만이천봉 나무들, 가을 맞아 잎마다  붉어라.

 

金剛山次金西原韻(김강산차금서원운: 금강산에서 김서원의 운을 빌려) / 宋時烈(송시열)
         
一萬奇峰又二千 海雲飛盡玉嬋娟
일만기봉우이천 해운비진옥선연
少時多病今來老 孤負名山此百年
소시다병금래노 고부명산차백년
                    
일만 기봉에 또 이천, 짙은 구름 걷히니 아름다운 옥.
어려서 병 많아 늙어 찾아오니, 평생토록 홀로 명산 저버릴 뻔 했다.

 

楓嶽晴雪(풍악청설: 풍악의 맑은 눈) / 李達(이달)

 

蒼蒼谷口山 上有靑楓樹
창창곡구산 상유청풍수
有時起晴雲 忽作山頭雨
유시기청운 홀작산두우

 

파릇파릇 새싹 돋는  골짜기 산, 그 위에 푸른 단풍나무 있다.
때때로  맑은 하늘에 구름 일어, 홀연히 산 위 비 되네.

 

金剛山(금강산) / 李滉(이황)

 

聞說金剛勝 空懷二十年 玩來淸景地
문설김강승 공회이십년 완래청경지
況復好秋天 溪菊香初動 岩楓紅欲燃
황부호추천 계국향초동 암풍홍욕연
行吟岩壑底 心慨覺蕭然
행음암학저 심개각소연

 

금강산 아름답다는 말 듣고, 마음속으로만 20년, 애태우다 아름다운 곳 찾아왔네.
더욱 좋은 가을에, 계수 옆 국화 향기 풍기기 시작했는데, 바위 위 단풍 불타는 듯 붉다.
바위 낀 골짜기 아래거닐며 읊조리니, 마음도 차분히 갈아 앉는 듯.

 

金剛山(금강산) / 李之馨(이지형)

 

曾賞蓬萊萬二千 夢中皆骨玉嬋姸
증상봉래만이천 몽중개골옥선연
君到正陽寺裏聽 月明花下有啼鵑
군도정양사리청 월명화하유제견
 
봉래산 만이천  구경했는데, 꿈속의 개골산이 옥처럼 예뻤다.
그대 정양사에 가면 반드시 들으리라, 달 밝은 꽃밑에서 우는 두견새 소리를.

 

楓岳四絶(풍악사절: 풍악에서 절구 네 수를 읊다) / 朴世堂(박세당)

 

萬朶蓮開濯露容  千枝戟揷洗霜鋒
만타연개탁로용  천지극삽세상봉
神仙失去蓬萊脚  偸放花宮曉晩鐘
신선실거봉래각  투방화궁효만종
 
만송이 연꽃 피어 이슬에 얼굴 씻고, 천갈래 창 솟아 서리에 칼날 씻었다.
신선봉래산에서 떨어져, 花宮에서 울리는 새벽과 저녁 종소리만 탐낸다.

 

金剛山(금강산) / 具文游(구문유)

 

雲間秀出玉芙蓉 淑氣扶輿造化鍾
縱費百年三萬日 難窮一面二千峯
層岩怪石徒經眼 飛瀑流淙快洗胸
祇是仙山眞面目 詞人從古來形客

 

구름 속에 우뚝 옥부용 솟고, 화창한 봄기운 온 산에 넘실.
100년 3만일 드린다 해도, 한쪽 2천봉 훑기 어렵다.
층암 괴석은 눈으로만 거칠 뿐, 폭포 날리는 물방울 막힌 가슴 뚫는다.
오직 이 것이 선산의 참모습, 시인들 예전에도 그린 적 없었다.

 

山中四詠(산중사영: 산 속에서 네 수를 읊다.) / 李珥(이이)
         
樹影初濃夏日遲 晩風生自拂雲枝
수영초농하일지 만풍생자불운지
幽人睡罷披襟起 徹骨淸凉只自知
유인수파피금기 철골청량지자지
         
나무 그림자 짙어지고 여름날 길기도 한데, 저녁바람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흔든다.
유인 잠을 깨 옷 걸치고 일어나니, 맑고 싸늘한 느낌 뼈 속까지 젖어 든다.

 

楓嶽山(풍악산) / 釋休靜(석휴정)

 

壯哉楓岳山 截然高屹屹
장재풍악산 절연고흘흘
幾經風與雨 脊梁長不屈
기경풍여우 척양장불굴
幾經雪與霜 落落扶天立
기경설여상 락락부천립
亦多老松杉 靑海通雲濕
역다노송삼 청해통운습
珍重古之人 與山猶相揖
진중고지인 여산유상읍
天生大丈夫 節義要先習
천생대장부 절의요선습
我來一登臨 天邊紅日入
아래일등임 천변홍일입
獨宿塔寺空 如聞龍象泣
독숙탑사공 여문룡상읍

 

장엄하구나! 금강산이여 잘라낸 듯 드높이 치솟아 있네.
그 숱한 비바람 속에서도 한번도 굽히는 일 없네.
그 숱한 눈과 서리를 겪었으면서 아득히 하늘을 치받고 있네.
노송 노삼들이 우거져 있고 푸른 바다 연한 구름 습하기만 하다.
옛사람들 이곳을 소중히 여겨 산들과 서로서로 읍을 하였다.
하늘이 대장부를 나았으니 모름지기 절의를 먼저 익히라.
금강산 높은 곳에 한 번 오르니 하늘 저편에는 붉은 해 진다.
사람 없는 절에서 혼자 머무니 고승의 울음이 들려 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