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망령’ 살리기의 반민주성
독재자 이승만 평전/<이승만 평전> 연재를 마치면서 2012/05/31 08:00 김삼웅
26일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이승만 찬양방송 반대 규탄집회 ⓒ 서울의소리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ㆍ중동의 아랍국가에서 시민들이 독재자들과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을 때,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원조’ 격인 한국에서는 독재자 이승만의 망령을 불러들이는 ‘초혼제’가 끊이지 않았다. 벤 알리(튀니지 전 대통령), 무라바크(이집트 전 대통령), 카다피(리비아 전 대통령)는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가 분노한 시민들에게 쫓겨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2012년의 대선을 앞두고 수구보수세력의 이승만 부활 움직임이 극성이다.
어떤 논객은 4ㆍ19세대의 이승만 비판을 종북좌파라 매도하고, 어떤 자치단체장은 광화문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자고 호들갑을 떨고, 한 보수단체는 남산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웠다. 어용화된 공영방송은 그를 미화하는 작품을 만들고, 대형서점에는 이승만을 미화하는 책이 줄줄이 쌓인다. 그런가하면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지으면서 이승만과 박정희 우상화에 예산을 퍼붓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두 박정희의 약효가 떨어지는 듯하자 이번에는 이승만을 부활시켜 보수극우의 구심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한국 보수세력의 결정적 과오의 하나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자의 비호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미주 망명시절의 행적을 살펴보면 친일적인 언행이 적지 않았다. 독립운동단체를 분열시키고 정인환ㆍ전명운ㆍ안중근ㆍ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테러행위라고 비난하였다. 이승만은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차례 축출되었다. 이승만은 영구집권을 획책하면서 3ㆍ15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시민학생 200여 명을 죽이고 6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독재자다.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고 아직도 부상자가 그날의 분노를 삭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찬양과 비난이 양극단으로 갈린다. 정직한 연구가들은 이승만의 공과(功過)를 ‘공3 과7’로 평가한다.
미국의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그를 “유엔의 문제거리 아이”라 했고, <오웬래티모어>는 “작은 장개석”이라 평하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형편없고 비열하기 짝이없는 이박사”라 칭하고, <크리스챤 센츄리>, <만체스터 가디언>, <런던 타임스>, <더 네이션>지는 다같이 “독재적이며 야심에 차고 반동적이며 무책임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벤프리트 장군은 일찍 이 박사를 “그의 체중과 같은 중량의 다이아몬드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격찬하고, 델레스 미국무장관도 “이박사를 친구로 가진 것을 자랑으로 알며 그는 실로 훌륭한 정치가”라고 찬양한 일이 있다.
최근 중동ㆍ아랍국가의 민중들은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온몸을 던졌다.
그리고 독재자(세력)를 가차없이 처단하고 있다. 그런데 반독재 투쟁의 ‘원조’ 격인 한국에서는 독재자의 망령을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더 이상 대한민국임시정부와 4월혁명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헌법정신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