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김설하

 

종일 비 뿌린 날

어둠은 빨리 내렸다

 

생각을 접고, 걱정을 접고

꼬깃거리던 마음을 펼쳐도

도무지 머릿속이 정돈되지 않아

진통제를 사리라

 

집안을 훔치는 빗소리가 커다래서

장우산을 챙겨들었다

스웨터를 여미며

양말은 현관입구에

나처럼 벗어 두었다

 

슬리퍼 위로 흙모래가

빗물에 섞여 꿀꺽거리고

낮게 드리운 우산 위로

갈잎 떨어지는 소리가 툭툭 난다

 

백색 형광등 불빛

질식할 것 같은 약국 문을 밀치고 들어가

진통제를 사고

 

밖을 향해 앉아서

김밥을 말고 있는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어느새 문 안이었다

은박지에 싸주는 김밥 한 줄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여

한 도막 꺼내 입안에 넣었다

 

집으로 가는 길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김밥을 한 개씩 꺼낼 때마다

멈춰선 길 위에서 비식 웃는다

입안 가득 김밥을 밀어 넣고

진통제가 필요 없어진 길 위에 있다

 

 

우산 속에는 물비린내보다

참기름 냄새가 더 많이 난다

바짓가랑이는 흠뻑 젖었고

발가락 사이로 모래흙이

신이 나서 돌아 댕긴다

 

현관입구에 고스란히 나처럼

기다리고 있을 양말이 퍼뜩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