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어도/ 심성보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어도  

내 무덤가에 울지 마라  

 

나 한송이 꽃이 되어 살아 갈 테니  

마른 땅 위에 새싹이 돋고  

풀잎 이슬에 젖으면  

그리운 노을이 되어  

내 너의 이름을 불러 보리라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어도  

내 그리워 아파하지 마라  

삶은 한낮 바람처럼 허무하고  

인생은 구름처럼 흘러가  

비가 되고 또 흙이 되어  

살아가는 것을,  

 

황혼이 물든 저 들녘에 꽃이 피면  

그대 손길마다 그대 발길마다  

그 아픈 꽃잎 어여쁘이 어루만져 주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마라  

밤이 오면 하늘에 별이 뜨고  

새벽이 오면 그 별이 지듯  

한 세월이 가면  

또 한 세월이 오는 것,  

 

나의 들녘에 어둠이 내리고  

찬이슬 내 몸을 감싸 안을 때  

그대 내 무덤가 찾아와  

하얗게 내린  

나의 이슬을 닦아 주오  

어둠 속에 홀로 지새운 그리움마다  

사랑의 꽃이 피어 살아갈 수 있게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그리우면 나의 무덤가  

그리운 이름으로 살아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