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백두산 오른 김 위원장 "제가 사진 찍어드리면 어떨까요?"
[남북정상회담 평양] 양 정상이 천지에 오른 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최종 업데이트 18.09.20 신나리
[평양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천지를 내려다 보며 웃는 남북정상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종훈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직접 찍겠다고 나섰다. 주변에 모여있던 공식 수행원들이 "아이고 무슨 말씀을…"이라며 웃으며 그를 말렸다.
그 시각 남쪽 서울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북쪽 백두산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백두산의 새로운 전설
▲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전 9시 30분경,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먼저 도착해 정상 내외를 맞이했다. 백두산 천지가 두 정상 내외의 뒤로 펼쳐졌다.
김 위원장이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가지만, 우리는 갈 수 있다"라며 자랑스레 말했다. 손가락으로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곁에 있던 리설주 여사가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았다. 그는 "7, 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다"라며 반가워했다.
문 대통령이 한라산을 언급했다. 그는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뭄 때는 마른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이 북측 관계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라고 묻자 리설주 여사가 답을 말했다.
"325m입니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습니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
문 대통령 "이번에 제가 새로운 역사를 좀 썼어요"
▲ 백두산 천지, 두 정상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백두산 천지 물 담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을 주제로 한 대화가 자연스레 2박 3일간의 남북 정상회담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스스럼없이 "제가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
문 대통령 :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다하고.
리설주 여사 : 연설 정말 감동깊게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소원이 이뤄졌다"라며 김 위원장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라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측 사람들에게 백두산이 '그리움의 산'이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장군봉에서 양측 수행원들과 번갈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사진 촬영 모습을 지켜보면서 "통일한국을 일떠세울 영예를 본받아 백두신령이 내리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백두산 정상에서 이루어진 한라산 초청
▲ 천지에 손 담근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며 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이 방남하면, 한라산에 오르게 될까? 남북 정상과 함께 백두산 정상에 오른 남측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을 한라산으로 모시겠다'라는 깜짝 발언했다. 운을 뗀 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이 "(김 위원장이) 이번에 서울 답방을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라고 하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거들었다. 주위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에둘러 이를 드러냈다. 그는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리설주 여사도 말을 보탰다.
리 여사가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하자 김정숙 여사가 "한라산 물 갖고 왔다.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허리를 굽혀
▲ 환송받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방문을 위해 삼지연공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기에 앞서 평양순안공항에서 환송을 받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이른 아침 문재인 대통령 부부 환송하는 평양시민들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평양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앞서 문 대통령 내외는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이날 오전 평양국제공항에서 삼지연 공항으로 향했다. 삼지연 공항에는 김 위원장 내외가 미리 나와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역사 앞에는 꽃술을 든 1000여 명이 모였다.
'문재인 대통령 열렬히 환영합니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문 대통령은 활주로에 도열한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항에서 환영한 북한 주민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았다. 100여 명의 주민들과 악수를 이어갔다. 김정숙 여사는 박수를 치며 허리를 굽혀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평양국제공항에서 한 것처럼 다시 허리를 굽혀 삼지연 공항에 나온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 평양시민들에게 손 흔드는 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을 떠나 백두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순안국제공항으로 이동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 아침부터 환송나온 평양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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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0일 오후 4시 9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부부에게 송이버섯 2톤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미상봉 이산가족 4000여 명을 선정해 송이버섯 전량을 추석 전에 전달하기로 했다.
송이버섯은 수송기에 실려 20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송이버섯은 검사·검역 절차 뒤 500g씩 선물포장돼 4000여 명에게 추석 전 전달될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아직도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한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모두 나누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가 송이버섯과 함께 보낼 문구는 다음과 같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송이버섯을 미상봉 이산가족 4000명과 나누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전달하게 될 메시지 ⓒ청와대 제공
▲ 김정은 위원장 송이버섯 선물은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기념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송이버섯 2톤(2,000kg)을 미상봉 이산가족에게 추석 선물로 보낸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서 마음을 담아 송이버섯을 보내왔습니다. 북녘 산천의 향기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부모형제를 그리는 이산가족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픈 가족의 얼굴을 보듬으며 얼싸안을 날이 꼭 올 것 입니다. 그날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00년·2007년 정상회담 때도 송이버섯... 김용갑 의원은 두 차례 다 거절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측 최고지도자는 송이버섯을 선물로 보냈다. 자연산 최상급 칠보산 송이가 남측에 보내는 선물로 선택되고 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9월 11일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에 와 김 위원장의 선물 송이버섯을 전달했다.
당시 김 비서는 "김정일 장군님께서 보내시는 송이버섯 선물이 쌍방 수뇌분들 사이의 신뢰를 보다 두터이 하고 북남 인민들 사이에 동포애의 정을 일층 뜨겁게 하게 되리라고우리는 확신합니다"라고 전했다. 송이버섯은 남북정상회담 남측 대표단과 언론사 사장단, 국회의원 등 고위인사 수백 명에게 전달됐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 4톤은 국회의원 등 고위인사와 소외계층, 이북5도민회 관계자, 속초 아바이마을 실향민 등에 전달됐다.
송이버섯을 두 차례나 받지 않은 인물도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선물로 온 송이버섯을 받지 않았던 김용갑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2007년 정상회담 때 "북한 주민이 인권탄압과 굶주림을 당하고 있는데 송이버섯을 먹어도 되겠느냐"라고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