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기차 타고 파리까지'양기대 광명시장·유라시아교통연구소장 / 중부일보


오정인 기자 기사입력 2018.12.18 22:55


행운아(幸運兒). 좋은 운수를 만나 일이 뜻대로 잘 돼 가는 사람.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언론사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하다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8년 간 두 차례 고배를 마셨다. 2010년 출마한 지방선거에서 광명시장에 당선됐다. 서울의 변방도시쯤으로 여겨졌던 광명시를 문화와 관광, 산업과 경제가 숨쉬는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었다. 지난 6월 경기도지사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는 꽃길아닌 꼭길을 걷는 삶을 살았다. 꼭 가야 할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 성공할 확률과 실패할 확률은 5050이다. 그래도 도전한다. 꼭 가야 할 길을 걷는 자의 숙명이다.

   


지방선거 이후 오랜만에 다시 일상으로 = 지난달 24일 첫 눈이 오던 날 오전 광명 도덕산을 올랐다. 수십년째 주말 산행을 나서지만 첫눈 산행은 흔치 않는 기회였다. 그는 매일 오전 사우나를 가고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평생 이어온 취미이자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양 전 시장은 지방선거 준비를 하며 한동안 사우나도 산에도 가지 못했다얼마 전부터 다시 가기 시작했는데 시민들께서 너무 반가워하신다. 근황도 궁금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분들도 계신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시장 재임 시절 그는 자타공인 철도전문가였다. 남북평화 시대 철도연결이 화두로 떠오르자 양 전 시장에게도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에는 TV, 라디오 등에 출연해 남북철도연결 공동조사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남측 조사단이 탄 열차가 파주 도라산역을 출발하던 날에도 그는 TV에 출연해 유라시아 대륙철도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경기도 광주 소재 나눔의 집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시장 시절 광명동굴 입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면서 시작된 인연이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양 전 시장을 내 아들이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이항진 여주시장과의 인연으로 여주시청을 방문했다. 이 시장과는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인연을 맺었다. 양 전 시장은 당시 이항진 여주시장 후보 선거유세를 돕기 위해 여주시를 찾았는데 그때 그 기억으로 이 시장이 아주 귀한 자리에 초청해주셨다간부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사회의 소통과 화합에 대한 노하우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의미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 돌아보며 성찰, 앞으로의 여정 준비 = 광명시장을 그만둔 지 9개월.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선에 도전한 이후 약 7개월이 지났다. 그는 광명동굴, KTX광명역세권 개발, 유라시아 대륙철도 등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던 지난 날들을 회상했다. 양 전 시장은 시장 시절에는 눈 앞에 놓인 일들만 보였는데 이제는 조금 더 시야가 트인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미래 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만약 광명시장에 한 번 더 도전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소홀했을 것이라며 지금 정말 행복하다.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가는 여정을 준비하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전 시장은 그동안 일에 집중하며 놓쳤던 부분들을 하나 하나 회복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에서다.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쉬웠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말 한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던 관계들을 하나씩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하려고, 꼭 말이 아니어도 그러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가가고 있다면서 아내와 아이들도 좋아하더라며 웃었다.

 

  

남북철도 연결시대 소식에 두근두근’ = 올해 남과 북이 평화시대를 맞아 온 국민이 가슴뛰는 시간들을 보냈다. 양 전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5년 말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출발역을 광명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현실 감각이 너무 떨어진다’, ‘뜬 구름 잡는 소리라며 비난했다. 그래도 그는 꼭 가야 할 길로 여기고 계속 걸었다.

 

20163월 중국 단둥을 찾았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러시아 핫산에 가서 협약을 맺었다. 그렇게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대를 열기 위한 교두보를 놓기 시작했다. 광명에서 개성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데 연구용역도 했다. 프랑스국영철도회사와도 협약을 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도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주장하는 사람은 양 전 시장뿐이었다.

 

일련의 과정들을 눈여겨 본 박준훈 한국교통대 총장이 양 전 시장에게 교통대 특임교수 겸 유라시아교통연구소 초대 소장을 제안했다. 양 전 시장은 시장 시절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구용역, 해외 지자체와의 협약 체결 등을 거치며 나름의 청사진을 구축했다초대 소장을 맡게된 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그림 그리기만 했던 것들을 실현시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크다고 했다.

  

유라시아교통연구소장 취임평화번영도 역시 사람이 키(key) = 교통대는 지난 10월 유라시아교통연구소를 설립하고 양 전 시장을 초대소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남북철도연결시대를 맞아 평양철도종합대학과 협약을 맺고 전문가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말도 안되는 일쯤으로 여기던 유라시아 대륙철도에 대한 확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양 전 시장은 우리나라는 북한에 가로 막혀 섬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섬도 아주 나쁜 의미의 섬이라며 사방이 트여있지만 북한을 갈 수 없다. 섬과 같은 대한민국의 처지를 뚫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길을 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양 전 시장은 철길을 통해 평화가 일어나고 사람과 물자가 이동한다. 평화 번영뿐만 아니라 경제 번영까지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시 한 번 사람을 강조했다. 관계를 회복하고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키(key)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철도가 연결되고 철도역이 만들어지면 가까운 곳에 공장이 들어서고 관광지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경제와 일자리, 문화와 관광까지도 훈풍이 불 것이라며 사람이 오고가면 동질감이 들어 적대감이 해소된다. 평화와 번영의 길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남북철도 공동조사로 철도연결시대 구체화 기대 =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교류·협력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화두는 철도연결이다. UN이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대북제재 첫 면제대상 사업으로 승인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양 전 시장은 북측의 철도는 아주 낙후된 상태라며 경의선만 해도 개성부터 평양까지는 시속 20~30km, 평양부터 신의주는 시속 40~50km로 달린다. 노선과 터널, 교량 등 여러가지가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의선과 동해선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해야 그 자료를 바탕으로 노선의 우선순위, 비용 등 여러가지를 논의하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의의를 짚었다.

 

200712‘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남측 응원단이 철도(경의선)를 이용해서 가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이 10·4 합의를 선언하면서 경의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남측 열차가 신의주까지 갔다. 반면 동해선의 경우 이번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통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화두가 됐다. 양 전 시장은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남북이 어느 구간부터 연결을 하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현대화를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 참석 당시 남북철도와 관련해 착공이 아닌 착수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는 선언적 의미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양 전 시장은 정식으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철도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문 정부는 연내에 어떤 형태로든 착수할 계획이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로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꽃길대신 꼭길걷는 삶정치인의 숙명 = 그는 철도전문가로 자리매김 하기 전에 숱한 시간을 보내왔다. 대학 졸업 후 동아일보에 입사해 15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달의 기자상, 한국기자상 등을 받았다 하지만 한계를 느꼈다. 정치에 대한 꿈도 있었고, 사회의 정의구현을 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열망도 있었다. 양 전 시장은 기자를 계속했다면 지금쯤 연차로는 데스크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물론 기자를 하며 이룰 수 있는 일들도 많지만 그것들을 뒤로한 채 정치에 입문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총선에 출마해 두 차례 낙선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하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힘들어도 즐겁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겉으로는 허허실실웃으면서도 끈질기고 치밀하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기자생활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낙선, 시장 당선, 도지사 후보 경선 등 고비고비마다 안주하지 않고 도전했다. 그것이 정치인의 기본이자 숙명이다.

 

가장 닮고싶은 인물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양 전 시장은 두 분은 동지들로부터 배신당하기도 하고 선거에서 숱하게 떨어지는 등 정치인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온갖 역경을 모두 겪으셨다면서 그 과정에서 고뇌가 얼마나 많으셨겠나. 두 분의 삶을 반추(反芻)하며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고 했다.

 

꽃길을 두고 가시밭길을 자처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힘들 때마다 두 분의 삶을 가슴깊이 새기며 용기를 얻고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꿈은 포용과 상생의 정치다. 자신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무리들도 포용하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 양 전 시장은 많은 분들께서 양기대라는 친구, 내가 만나봤는데 다른 정치인들이랑 다르더라고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면서 남북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그렇게 많은 분들께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오정인기자/jioh@joongboo.com

 

사진=김영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