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중국화가 고검보(高劍父)의 <설니홍조(雪泥鴻爪)>(1941年作)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인생도처지하사 응사비홍답설니 니상우연유지조 홍비나부계동서)
인생이 무엇과 비슷한지 아는가
기러기 눈 내린 땅위에 내려섬과 같은 것
진흙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기지만
기러기 날아간 뒤 간 곳을 어찌 알리
(인생살이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녹는 눈 위에 남긴 기러기 발자국 같네
그 위에 몇 개의 발자국 남겼다 해도
날아간 뒤 동인지 서인지 어찌 간 곳을 알겠나.)
☞ 소동파(蘇東坡), <화자유민지회구(和子由澠池懷舊)> 중에서
- 눈 내린 들녘에 새겨진 기러기 발자국.
눈이 녹고 나면 발자국도 함께 사라진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덧없고 무상한 인생을 비유한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말은
소동파(蘇東坡)가 동생인 소철(蘇轍)에게 보낸 이 시에서 나왔다.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 蘇軾(소식)
자유(子由)의 <면지회구>에 화답하여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정처없는 우리 인생 무엇 같을까?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기러기가 눈밭 위를 배회하는 것 같으리.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류지조)
진흙위에 어쩌다가 발자국을 남기지만,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복계동서)
날아가 버린 뒤엔 간 곳을 어찌 알리.
老僧已死成新塔(노승이사성신탑)
늙은 중은 이미 죽어 사리탑이 새로 서고,
壞壁無由見舊題(괴벽무유견구제)
낡은 벽은 허물어져 글씨가 간데없네.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기구했던 지난날을 아직 기억하는지?
路長人困蹇驢嘶(노장인곤건려시)
먼길에 사람은 지치고 나귀는 절며 울어 대었지.
*소식은 개봉부시(開封府試)에 참여하기 위하여 동생 소철과 함께 아버지 소순을따라 개봉으로 가던 가우 원년(1056) 면지(澠池: 지금의 하남성 면지)에 있는 어느 절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가우 6년 겨울에 소식은 봉상부 첨판(鳳翔府簽判)으로 부임하기 위하여 면지를 거쳐 섬서성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때 동생 소철이 <면지의 일을 생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라는 시를 부쳐 보냈는데, 이것은 동생이 보낸 이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이다.
*子由(자유): 동생 소철의 字. 그의 시의 정식 제목은, <면지의 일을 생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회면지기자첨형(懷澠池寄子瞻兄)이다.
*老僧(노승)~: 가우 원년(1056) 개봉으로 갈 때 봉한화상(奉閑和尙)의 절에 묵었었는데, 지금은 그가 입적하여 그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만 새로이 서 있음을 뜻한다.
*壞壁(괴벽)~: 그 때 그들이 시를 써 두었던 절의 벽이 허물어져서 글씨가 더 이상 알아 볼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한다.
*路長(노장~: 소식 자신의 주석에 의하면, 면지의 서쪽에 있는 이릉(二陵)에 이르러 그들을 태우고 가던 말이 죽어 버려 거기서 면지까지는 나귀를 타고 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