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하니까 좋으세요?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결혼식이었을까. 교도소에 있는 남자친구와 옥중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여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사실 오빠를 기다리면서 희망에 가득 찼던 날과 절망이 가득했던 날이 무수히 반복되었어요.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심했죠. 그래서 결혼식 얘기를 들었을 때도 담담했어요. 혹시 일이 잘못돼서 못 하게 되더라도 상처받지 않으려고요.”

 

결혼식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텅 빈 식장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오빠가 기다려서 저도 기다렸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여자는 남자의 등 뒤로 얼굴을 숨기고 울었습니다.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이라 오랫동안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런 사랑이 제겐 너무 과분합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자도 울컥하는 마음을 참으려고 했는지 여자의 손목을 꼭 잡았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꼭 잡고 복잡하게 올라오는 감정들을 가만히 가라앉혔습니다. 18년 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저희한테 도움 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저희가 잘 살아야 그 분들께 보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기는 쌍둥이로 한꺼번에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잘 살게요.”

 

 

 

 

 

 

면회는 15분 뿐, 재밌는 일 없었어요?

 

 

 

 

남자가 살아온 형기는 15년. 그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면회를 다녔으니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 법도 한데요.

 

“저희요? 별로 특별한 거 없는데......”

 

그러다 생각난 듯 ‘언제지? 언제지?’ 하면서 꺼냈던 말.

 

“오빠 생일이었는데요. 제일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너’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커다란 리본을 목에 달고 오빠를 찾아갔어요. 깔깔깔 거리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교도소에는 가족이 신청을 하면 장소변경접견을 허락해주는데 차단막이 없는 방에서 재소자와 면회자를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여자는 남자의 생일에 맞춰 이 특별면회를 신청해 이와 같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하더군요. 남들이 하지 못 한 면회 데이트. 두 사람에겐 이것 역시 추억이었습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하고 묻자

 

“저희 신혼여행도 이길두 신부님이 다 예약해주셨어요. 저희 보령 바닷가로 가요. 가서 아기 만들어야죠.^^” 하고 부부가 씩 웃었습니다.

 

 

 

 

 

 

 

신랑신부에게 덕담 한 마디 해주세요.

 

이번 옥중결혼식이 가능했던 것은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장인 이길두(요셉) 신부님과 청주교도소의 김재곤 소장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 준 일등 공신! 두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이길두 신부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장)

 

Q1. 신랑신부는 신부님께 은인이라는 표현을 하던데, 두 사람 결혼식 하시는 거 보니 소감이 어떠세요?

 

두 사람은 백지 같은 분들이에요. ‘그냥 좋은 걸 어떡해’ 그게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는 전부예요. 사실 이런 사랑이 진짜인데, 세상에 너무 인스턴트식 사랑이 많다보니 이들의 사랑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원하는 아기 갖고, 행복한 가정 이뤘으면 좋겠어요.

 

Q2. 신랑신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요?

 

두 사람에게 잘 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잘 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대신 한결같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로 떨어져서 봤던 시각하고, 같이 있으면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땐 제가 또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곤 청주교도소장

 

Q1. 평소 남자의 수감 태도는 어땠나요?

 

아주 성실하고 다른 사람들도 잘 도와줘요. 지금 세탁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1000여명의 침구, 옷 등을 수거하고 세탁하는데 무척 힘든 일입니다. 또 취업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전기공사 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죠. 나중에 사회 복귀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Q2. 귀휴를 허락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제 아내가 통영구치소 소장으로 있기 때문에 저희 부부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틋함을 조금 알지요. 두 사람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이제 부부가 됐으니 서로 더 믿고, 남은 형기 건강히 잘 맞춰 사회에도 잘 복귀했으면 좋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귀휴 나갔다가 안 오면 어떡해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남자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안 돌아오면 어떡하죠? 교정시설 밖으로 나가서 정당한 사유 없이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됩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괜히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아 형을 더 살 이유는 없겠죠? 그리고 실제로도 귀휴나 외부통근 등을 나갔다가 안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모범수이고,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교도소의 높은 장벽이 서로를 가로 막아도 흔들림이 없었던 두 사람. 한 사람은 교도소 안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또 한 사람은 사회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을 믿으며 기다렸습니다. 남은 형기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가정을 이룰 것 같죠? 행복한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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