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석 시집<아름다운 사람 하나 가슴에 품고>(1999,제일출판사)

선한 사마리아인을 그리워 함

 

침을 뱉지 않아도 좋다

낄낄거리지 않아도 좋다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니

다만 먼 발치서

 

날 때부터 율법을 머리에 이고

검은 옷을 길게 늘어뜨린 혹은 제의

날마다 기도하라 다만 입술로

피흐르는 네 이웃이 아니었더라면

일상은 따분하고 따분하여라

뉴스와 날마다 창을 기웃거릴지라도

정녕 불행은 네 것이 아니려니

정녕 불행은 네 이웃의 것이려니

 

불행한 이웃 곁에서 행복하게 웃은 죄

네 이웃의 불행을 보고도 못본 죄

그것을 죄라 깨닫지 못한 죄

가난을 욕되게 한 죄

마음으로 지은 죄 알고도 지은 죄

앞으로 지을 죄

 

그러나 웃음은 영원하리니

정녕 불행은 저들의 것이니

이유없이 맞지 않았음을 기뻐하라

저들이 노리지 않았음을 기뻐하라

그 길을 지나지 않았음을 기뻐하라

 

눈 있고 귀 있는 자 들으라

행악한 시대에 살며

무사히 잠들었음을 감사하라

오늘도 살아 남았음을 감사하라

네 이웃이 맞아 신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