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별
잎나무 하려다 나부랑골 홀린 듯 내려와
발 끝에 챈 노간주나무 자르며 벼랑을 보네
칡넝쿨 얼기설기 얽힌 이 낭떠러지를
그대로 내려서면 해거름 앉은 바위밭이다
바위너설 걸어 산모퉁이 돌면 밀물 든 바다
그 바다 건너서 저편 어디서든 자고 싶구나
속 모르는 사람들에게 얕잡힌 우리 집 잊고
희망 없는 흥성리 피난민과 섞일 미련 잊고...
황해도 땅은 예서 한 천리쯤 되겠느냐
멀든 가깝든 발길 동강나 딱 끊긴 길
이 절벽 저 절벽, 목숨 질길수록 절벽만 깊어
기운 빠져 진정으로 살아가기 섧구나
아아 그래, 세상사 기쁨 시름 전부 떨쳐버리고
이대로 내려앉아 이승 뜨고 싶은데
고향이든 타관이든 싫어 떠나고 싶은데
짖궂어라 저 초저녁 별, 왜 나를 자꾸 보누.
***하루하루 고달픈 삶이어도,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집에 땔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집에서 한참 가야 만나는 산도 있고,
좀 덜 가도 만나는 산이 있지요. 대부도는 섬입니다.
산에 들어도 조금만 헤매다보면 보이는 곳이 바다며 해변입니다.
해변으로 내려가려면 깎아지른 절벽길이 되는데, 어머니는
아마도 저렇게 나무를 하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하셨을 것입니다.
속 모르는 사람들에게 얕잡힌 심정과, 흥성리로 가 섞일
생각들이 모두 무너져버리면서 자꾸만 머리를 어지럽히는
현실. 맑은 하늘 초저녁 허공에는 벌써부터 초저녁별이 떠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집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자식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