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비 온 뒤
뽑힌 풀이 나무 허리를 잡고 버둥대고 있다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그다지 세차지 않아
그렁저렁 이 물 흐름 견딜 것 같으나
뿌리 뽑힌 힘으론 벅찬 일이다
그 곁에 또아리 튼 잘 안 보이는 여울
저러다 큰물 들면 지친 노력은 소용없지
여울은 여울대로 큰물은 큰물대로
얼마나 모진 힘을 갖고 있느냐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날이 오더라도
대체 이 물 흘러 어디 가는지 두려워,
그보다 의지 하나만큼은 휩쓸릴 수 없어
붙든 나무 꼭 붙들고 궁리하고 있느냐
소루쟁이도 뽑혀 내려와 단단히 매달렸다.
***비가 많이 오고, 그 비오는 시간이 길어지면 땅바닥은
미쳐 흘러내려가지 못한 빗물로 홍건해집니다. 장화를 신고
다녀도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장화 속으로 빗물이
들어와 있기 일쑤... 하물며 빗물이 모여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개울
수위는 말할 것 없이 사나워지고 깊어지기 마련이지요. 흐르는 물은
내려가면서 여울까지 만들어, 같이 떠내려 가는 풀잎과 나무
잔가지들에게 어지럼을 태우다가 겨우 내려보내곤 합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말하자면 많은 비를 만나고, 그 비오는 시간이
길어져 큰물을 만난 셈이었습니다. 바람결에 떨어져버린 자연의
조각들이 개울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형국. 휩쓸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지금 저 위에서부터 소루쟁이도 뿌리채 뽑혀
내려와 나무허리를 붙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