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김선규
삼십육번지 산업도로변 주유소 담장 끝에서
떠돌이 개들이 살았던 것은 첫눈 오고 다음다음날부터
첫날은 어미 개 하나가 주유소 안으로 들어와
담장 안쪽으로 놓아준 뼈다귀를 먹고 갔고,
이틑날은 자신이 낳아 키운 듯한 세 마리를 더 대동해 왔다
윤기를 모두 잃어버린 흰털과 깡마른 몸집들
심몇년만에 닥친거라는, 살을 에는 추위
안되겠다싶었던 주유원 최씨는 넷째날이 되자
주유소 왼쪽담장 끝에다가 그들을 위한 거소를 만들어주고
음식물 가져다주기와 관리를 스스로 맡았다
그렇게해서 살게 된 그 가족이, 그곳을 떠난 건
그들 중 하나를 어쩌다 잃고 나서 이틀 지난 날
총 열 며칠 거소하는 동안 한파는 또 왔고, 하늘은 흐려져서
두 번째로 내린 함박눈이 천지간을 덮던 저녁무렵
이틀동안 외곽도로 방향만 자꾸 쳐다보던 남은 개들은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걸어 돌아오지 않았고
떠돌이 주유원 최씨도 얼마 안 가 주유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