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하늘

        -김선규


수확 끝난 밭에 쭈구려앉아 배춧잎 줍고

애들 깎아먹일 배추뿌리도 여러 개 캤다

이랑을 밟다 밟힌 당근은 덤으로 뽑고

행길로 나와 우두커니 쳐다 본 마을...

저녁 짓는 연기 한창이구나


이장집 굴뚝에서 솟는 밥 짓는 연기,

그 아래 바우네 연기도 만만치 않다만

내 집 빈 굴뚝엔 아직 찬 하늘이 걸렸다


고향선 우리집 굴뚝 연기도 참 실했지

재밌는 한때, 또 여럿 기억하겠으나...

행길에 쓰러진 저 그림자는 진짜 내 걸까


흘린 배춧잎 주워 털다 문득 떨어진 눈물.

***시골마을에서든 섬마을에서든, 저녁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풍경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집집마다 약속이나

한듯 뿜어내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모양을, 어머니는 수확 끝난

밭에 나가 버려진 채소들을 주우며 자주 봤습니다. 행길로 나와

길가에 앉아 우두커니 쳐다보는 마을. 그러나 저들 굴뚝연기처럼 

피어올라갈 연기가 우리집 굴뚝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향에서는 우리집 연기도 저들 마을의 굴뚝연기처럼 피어올라갔지만,

언제 다시 그때가 될지 모르는 상황. 고향에서의 재미났던 일들이

하나 둘 일어서서, 문득 어떤 과거에서는 저절로 미소까지 지어지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어 돌아온 현실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저녁놀때문에 길게 자란 자신의 저 그림자는, 진정으로 내것인지...

흘린 배춧잎을 주워털다가 자신도 모르게 문득 떨어진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