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
감독 :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출연 : 톰 크루즈 Tom Cruise,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시드니 폴락 Sydney Pollack

(update : 2001년 08월 11일)

 

 

아주 오랜만에 DVD 리뷰를 씁니다. 그 동안 제가 바빴던 관계로 리뷰를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번 리뷰가 마지막 리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리뷰를 할만한 여유가 생길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제 글에 관심을 가져 주셨던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 리뷰이니 만큼 경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리뷰는 A/V 계에서도 언급조차 꺼려하는 중국 복제판 (일명 따오판) 타이틀입니다. 불법 복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이며 불법 복제물을 구입하는 행위 또한 범법 행위입니다. 이런 법적 의미를 떠나서 존경하옵는 故스탠리 큐브릭 감독님의 작품을 불법으로 구입한다는 것도 예의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리뷰에서 다룰 내용은 "아이즈 와이드 셧"의 내용 분석이 아니라 그 외적인 요소들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현 한국의 DVD 시장의 구조에 대한 것입니다.





위의 타이틀 스펙 설명에서 오류가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은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한 것이지만 제가 소유하고 있는 타이틀은 중국의 어느 음침한 공장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진 타이틀입니다. 따오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가을쯤이었습니다. 홍콩이나 중국에 출장갔던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는 타이틀을 사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따오판을 집에서 플레이시키자 차마 DVD 라고 부를 수 없는 영상과 소리를 들려주어 이것이 불법 복제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중국인들은 VCD 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영상과 사운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A/V 매니아들에게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초기 따오판들은 업자들의 실력 부족으로 허접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그러다 복제 실력이 차츰 차츰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와서는 사운드에서는 차이가 없고 화질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는 복제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릅니다. 특히 DVD-9 나 DVD-10 규격의 타이틀은 매니아들 입에서도 쓸만하다(?) 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한국의 불법 CD 업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업자들은 순간 중국 보따리 상으로 변신을 하고 현지에서 700~3,000원에 살수 있는 타이틀을 국내에 들여와 8,000~12,000원에 판매하기에 이릅니다. 최근의 따오판들 특히 헐리우드 신작 타이틀들은 화질이나 음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한글 자막까지 집어 넣어서 종종 불법 행위의 유혹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엔 중국이 아닌 한국의 업자들이 직접 만든 복제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용산의 VCD 업자 (가판대에 일본 애니메이션이랑 성인물 쭉 늘어놓고 파는 업자) 들이 DVD 로 전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얼마전엔 "아키라 (코드1번)"를 한글자막을 집어 넣어 만든 제품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업자들이 DVD에 좀 무지한 나머지 아나몰픽 화면을 그대로 떠 버리는 바람에 얼굴이 길죽하게 재생되는 우를 범했다고 합니다. 이에 업자들은 실수를 인정(?) 하고, 재제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주력 상품으로 한글자막 집어 넣어서 복제할 것이라고 은근슬적 광고를 합니다.


다시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돌아와서, 이 타이틀은 정품과 크게 두가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화질이 떨어집니다. 피사체의 경계선에서 디지털 특유의 지글거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걸 디지털 아티펙트라고 하는데, 초기 DVD 정품 타이틀도 종종 이런 면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디오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깨끗하죠. Divx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음질상으론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영화자체가 드라마다 보니. 둘째는 서플리먼트입니다. 정품에는 프러덕션 노트와 극장용 예고편, TV 광고가 서플로 들어 있는데 이 복제물에는 극장용 예고편만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왜 따오판에 대해서 주절거리고 따오판을 리뷰로 택했는지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따오판을 구입하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저렴한 가격 (현지의 가격을 생각하면 저렴한 것이 아니지만) 과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타이틀도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이유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국내의 DVD 타이틀이 아직까지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경제 수준을 생각하지 않은 직배사들의 횡포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어떤 타이틀은 미국보다 비싼 것도 종종 있습니다. 2만원이 넘는 타이틀은 미국의 생활 수준을 생각할 때 국내에서 더 비싸게 받는 것입니다. 특히, 디즈니사와 폭스사가 여기에 주로 해당이 됩니다. 말 많았던 폭스의 "타이타닉 (3만 7천 5백원)"은 절대 가격 비교시에도 한국에서 $3 정도 비싸게 책정된 가격입니다. 곧 출시될 "글라디에이터"가 3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사람들 반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작사들이 타이틀 가격을 내리려고 한다지만 짭짤한 재미를 본 이상 쉽게 결단을 못내리고 있습니다. 따오판의 활성화는 메이저 배급사들의 현실적인 가격 책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여 집니다. 타이틀 가격은 15,000원~12,000원이 국내 경제 현실을 고려한 가격이입니다. 지금 이런 가격에 판매하는 출시사도 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와 스펙트럼이 그곳입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은 매체의 보급을 더디게 할 뿐입니다. 보급이 거의 안되었던 LD 는 불법 복제도 없었지요.





그럼, "아이즈 와이드 셧"은 저렴한 가격 정잭을 취하고 있는 워너사의 제품인데 왜 따오판을 샀는가 의문이 들지 모릅니다. 용산에서 따오판 "아이즈 와이드 셧" 가격은 10,000원입니다. 9,000원만 더 주면 뽀다구나는 정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즈 와이드 셧"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긴 글러먹은 타이틀입니다. 들쭉날쭉하는 "영상물 등급 위원회"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음모 노출 장면이 있습니다. 또한 난교 장면도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포르노물에서 보여지는 난교와는 품격자체가 틀립니다. 국내의 제도 때문에 굳이 외화를 낭비해 가면서 외국에 주문한다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범법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외화 낭비를 최소화 하면서. 언젠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아이즈 와이드 셧"이 정식 수입되면 그 때는 뽀다구나는 정품을 구입해야 겠지요. 꼭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제 개인적인 견해지만 DVD 타이틀 구입 요령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에 홈씨어터가 생기고, 아니면 DVD 플레이어라도 생기면 또는 타이틀부터 먼저 사두어야 겠다는 분이 있다면 타이틀 구입시 한번쯤 생각해 주십시오. 흔히 남들이 말하는 명작(?)부터 구입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말입니다. 타이틀을 구입한다는 것은 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두고 두고 보기 위해서 구입하는 것입니다. 타인이 말하는 영화의 인지도 이끌려 타이틀을 구입하게 된다면 "두고 두고 보기"에 문제가 생길 요지가 큽니다. 누가 뭐라해도 ("뭐 이런 영화를 돈 주고 사냐" 라고 해도)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자기만 재미있으면 그만입니다. A/V 란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끔식 보면 자신의 취향과 주위의 취향을 헛갈리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나 "U-보트"는 구입하고 한번 봤지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나 "폴리스 스토리"는 서른번도 넘게 봤습니다. 수집과 소장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리고, "레퍼런스"라고 불리는 타이틀은 한 두 개 정도는 구입하는 것 좋습니다. 홈씨어터를 제대로 튜닝할 때 (앰프 설정, 기기들의 궁합, 스피커의 위치, 주변 환경의 배치,...)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예;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매트릭스...)


그럼, 그 동안 제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