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년쯤 살아보기. 아니아니 1년은 너무 황송해. 한 달만이라도 아니 보름도 좋아. 일주일이면 어때, 그도 감지덕지지!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제주도를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 꿈꾸어 보는 소망. 그러나 실천하자니 너무나 원대하고 거창해서 그냥그냥 남의 일처럼 품고만 사는 환상로망. 제주에서 좀, 살아봤으면... 하는.
그런데 여기 마음먹고 진짜 살아보는 여자가 있으니 바로 글쓴이 박선정이다. 그녀, 그림그리는 여자? 사진찍는 여자? 여행하는 여자? 초록과 햇살을 무한대로 좋아하는 여자? 아~예쁘다,를 연발하는 여자 .., 모두모두 빙고. 참 많기도 하지.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하나더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었으니 바로'저지르는 여자'. 그녀는 그야말로 '저지르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저지르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다.
글쓴이 박선정을 처음 알게 된 곳은 블로그. (DAUM블로그의 썬) 어느 날, 블로그 화면 메인에 달덩이처럼 훤하던 제주풍경. 한 눈에 사로잡혀 거침없이 클릭. 아, 벅차오르는 제주의 이모저모를, 제주 올레의 구석구석을, 사계절을 시간별로, 날씨별로, 때로는 네비게이션이 되어 약도,지도, 교통편까지 섬세히. 어쩜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을까. 육지에서 오는 뭇여행객을 마치 마중하듯 배려하듯 하나하나 몸소 체험한 것을 그것도 쉽고 명랑하게, 차곡차곡 블로그에 포스팅해 놓은 그녀였다. 황홀지경 풍경에 친절함까지라니,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보통 제주의 속살,이라고 부르는 제주 오름들, 두근두근 한라산, 원시림 곶자왈 등을 마치 옆집 마실가듯 하니, 어떤 사람이길래.. 참 부럽고도 궁금했다.
책 첫머리 쯤에 영화 플랜맨,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일상을 초,단위로 계획하에 꾸려가는 플랜맨. 그 플랜맨적인 삶이 제주로 오기 전 자신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하니 한순간 끄덕끄덕, 그랬구나. 어느 날 치열히 일해오던 회사를 접고 여행을 시작하고 육지에 있을 때도 자주 찾았던 치유의 공간, 특별했던 그 한라산 가까이로 아예 이사를 하기까지. 그녀는 고백한다, 제주는 자신의 그런 성격과 삶의 스타일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주었다고,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제주의 하늘과 바다와 땅은 참 신통도 하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쓰담듬고 풀어주고 만져주고 웃게하니 말이다.
제주에서 여행중,이라 해서 잠시 숙소를 빌려 머무는 줄 알았는데, 책 속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어디서 그런 결단력이 나오는 것일까. 강단있고 용기있는 그녀. 서울의 집을 처분하고 꼼꼼가늠 하에 집을 물색해서 리모델링에 이사까지, 그 과정이 대단히 상세하다. 요즘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꾸며 세컨하우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 같다. 그 보금자리가 만약 제주도라면 그런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겠다는 생각. 정착이든 아니면 잠시 머묾이든 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그녀의 체험들로 다시 또 친절하다.
제주 삶의 희노애락을 (주로 예찬이지만^^) 진솔하게 글로도 풀어내지만, 더불어 그녀의 그림과 사진을 보는 재미도 톡톡하다. 서울을 오가며 그림작업에도 매진하는 그녀, 아직 초보급이라고 엄살을 떨지만 (그건 확실히 엄살이 맞다) 아무리 봐도 흠잡을 데 없이 오롯한 감동의 작품들인 것을. 색감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그녀이기에 그녀의 사진또한 자체로 명작이 된다. 나는 하루의 일과가 고되고 팍팍할 때마다 그녀의 블로그를 찾는다. 그 안 제주의 색감, 햇살, 구름, 하늘,바람, 바다, 야생화 한포기..., 그리고 그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진한 애정을 느끼면서 부지불식간 나마저도 치유가 되면서 가뿐해지곤 한다.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로 제주품으로 떠난 그녀. 너무나 행복해서 1년이 지나고도 햇살같은 여행을 꿈꾸며, 아직도 제주에 머물고 있다는데, 그런 소중한 기록들이 책으로 출간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일처럼 기뻤다. 진심과 담백함에서 오는 그녀의 제주사랑은 아름다운 제주를 참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그녀. 읽는 사람에게도 긍정의 햇살이 푸지게 쏟아지며 그로하여 살아야지, 꿈을 가져야지,하는 뭐랄까, 사람을 살게(生)하는 치유와 생동하는 기운이랄까. 책을 읽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