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수여식 유감

 

대학의 학위수여식이 다가온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때쯤이면 마음이 조금 불편해진다. ‘수여’라는 말 때문이다. ‘수여 (授與)’는 증서나 상장 또는 훈장 따위를 ‘주는 것’이고, ‘수여식’은 그러한 것을 ‘주는 의식’이다. 증서나 상장 또는 훈장을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졸업식의 주인공은 졸업하는 사람들이지 졸업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잖은가. ‘학위수여식’이란 말이 관례가 되어버렸지만 이를 고쳐 쓰는 것을 고려해보자.

 

이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있다. 졸업식 안내문이나 신문 등에 ‘수여자’라는 말을 잘 못쓰는 것이다. 수여자 는 ‘주는’ 사람인데, ‘학위수여자’ 명단에 학위 ‘받는’ 사람들 이름을 올리지 않은가. ‘학위 받는 사람’이라는 우리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거나 한자어를 써야 권위가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면 ‘수여자’라는 말보다 ‘취득자’라는 단어를 쓰는 게 옳다.

 

졸업식을 비롯한 무슨 의식에서 국민의례를 끝내고 사회자가 “자리에 착석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도 귀에 거슬린다. ‘착석 (着席)’이란 말이 ‘자리에 앉다’는 뜻이니 말이 겹치는 것이다. 우리말로 쉽게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굳이 한자어를 써서 유식함이나 권위의식을 드러내고 싶다면 ‘자리에’라는 말을 빼고 그냥 “착석해주십시오” 하든지.

 

‘남자분’, ‘여자분’, ‘고객분’, ‘환자분’ 등 상대를 높여준답시고 사람을 나타내는 거의 모든 명사 뒤에 ‘분’을 남용하거나, 주문한 물건이 ‘나오셨습니다’ 등 사물의 동작에까지 ‘시’를 오용하는 언어 혼란 시대에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는 대학에서나마 말과 글을 바로쓰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