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뛰어도 세월엔 장사 없다

내가 처음으로 경쟁이 뭔지 알게 된 날은 초등학교 2학년운동회 날

 

아이들 운동장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이 운동장을 꽉 메우고 있다

우리 반만 어른들을 모시고 오라했는데?

 

오늘은 열심히 뛰면 상을 준단다.

“상이 뭘까?”

 

우리는 운동장에 키가 작은아이부터 차례로 줄을 맞춰 섰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7명씩 차례로 운동장을 뛰라하신다

 

3등까지 상을 주었다,

그 후론 등외. 6학년이 되도록 등외만 했다

 

내가군 생활 할 때다. 그 시절(60년대 중반) 한명만 잘못해도 단체기합을 줬다

단체기합은 선착순

 

선착순3명 또3명 또. 또 .......못 달리는 놈은 군기 빠진 놈으로 분류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군에선 통했다.

 

못 뛰는 것도 서러운데 그놈의 선착순 때문에 군 생활에 골병들었다

동심에 멍들고. 군 생활에 멍들고. 달리기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옛날 호된 집에 머슴살이 하든 머슴이, 그 집 머슴살이가 너무 고돼

다시는 그 집 머슴살인 안한다며,

 

새경을 받자마자 제 먹든 밥그릇에 똥을 싸놓고선 휑하니 가버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집서 그 밥그릇에 밥을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달리기라면 엉성서럽다고하든 내가 우연히tv서 마라톤을 보게 됐다,

늠름하게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 매료돼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에서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그래 바로저거야 ‘나도 함 해보자.’

 

이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운동량을 늘려가며 일 년을 열심히 연습했다

달릴수록 머리는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마라톤이 이렇게 좋은 약일 줄이야.

일 년을 갈고닦아 하프로 첫 데뷔해 2시간03분이란 기록을 연출해냈다

 

이때마라톤은 인내의 한계를 넘나드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자신과의 경쟁이란 걸 알게 되었다

 

자신감을 얻고서 하루 평균15~20km를 달리며 수년간 연습했다.

나이 환갑전후 때는 경주동마 중마 춘마를 일주일 간격으로 뛰어본 적도 있다,

 

그것도 섭~포. 이때부터 풀이든 울트라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을 찾아다녔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전성기였든 것 같다

 

대구마라톤은 첫해부터 참가했다 다른 곳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1.2회 대회 때는 4시간 10분대 3회 때인 작년은 4시간50분대

 

컨디션이라 하기엔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다.

연습을 개을리 하지도 안았는데 그 후론 기록이 조금씩 떨어진다.

 

대구마라톤은 국제대회다

초청은 각국의 엘리트 마라토너 와 우리의 차세대 유망주와 국가대표

 

이런 대회기에 전국의 많은 마스터스들도 대구로 모여들 수밖에.

“탕” 총소리와 함께 수많은 풍선들이 하늘을 뒤덮고.

 

이때부터 마라토너들의42,195km 대장정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엘리트 중 엘리트는 대부분은 아프리카선수들.

 

우리의 엘리트들이 이들의 꽁무니를 죽으라. 따라가지만 갈수록 역부족이다. 안타깝다

대구의 특징은 마스터스들도 단체15인 이상 풀을 완주하면 50만원의 상금을 준다.

 

그래선지 많은 클럽들이 단체로 출전한다.

상금 타서 마시는 막걸리 맛은 꿀맛

 

울 클럽도 19명이 출전했다 굴러가도 15명은 완주할 수 있다

하프까진 동료들과 어울려 내 페이스 되로 잘 달렸다,

 

차츰 더뎌지더니 30km지점에선 km당 7분대로 떨어지고

더 이상 늦으면 완주는 물 건너간다.

 

함께 동반주해 주든 영우아우와 친구B형

B형은 나하고 갑장인데도 잘 뛴다. 영우아우는 정말 잘 뛴다.

 

그런데 오늘은 그들이 나를 위해 동반주를 해주고 있다

이런 호강을 받고서도 보답은커녕 동료들 속만 태우고 있다

 

36KM지점을 통과할 쯤 동반주하든B형이 시계를 보며 계산을 한다.

‘이속도면 5시간2분댄데 먼저 가서 상금을 지키겠습니다.’

 

그 말이 고맙다

차츰 B형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영우 아우는 계속 동반주다

 

‘아우도 빨리 가’

‘괜찮아요.’

 

‘형님 시간 내 못 들어가면 어때요 스페어가 있잖아요. 상금 걱정 맙시다.’

‘그냥 슬슬 뛰며 즐깁시다.’

 

위로는 고맙지만 내심완주에 대한 부담감이 온다.

40KM지점.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달렸다.

 

나처럼 힘든 레이스를 하는10여명을 따라잡았다.

정말 미안타 그러나 지금은 최선을 다해야할 시간

 

멀리 팡파르소리가 차츰 가까이 들려온다.

힘겹게 5시간01분40초로 완주를 했다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초등학교 운동회 그리고 선착순”

 

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시간 맞춰 집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뛰긴 잘 뛰었소.’

‘그럭저럭’

 

‘기록은?’

‘1분40초 초과’

 

'뭐라고. 근 열흘 동안 체중 줄인다고 야단 떨며 그렇게 연습해도 안 된다 말인가’

‘인자 집에 들어오지 마소’

 

‘허~허 우짜노 누가 그래하고 싶어 그랬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찬다.

 

마라톤을 한다고 10여간 전국을 쫓아다니며 받아 온 기념메달만 100여개가 넘는다.

접자니 여태해온 게 아깝고 뛰자니 맘대로 안 되고.

 

이젠 마음으로 풀을 뛰자.

“그래 풀 메달도 많잖아, 까짓것 더 이상 풀 메달 못 만져보면 어때”

 

여느 때 같으면 꿀맛 같은 막걸리 맛이 오늘은 떫고 떫다

지난동기회 때 친구들 말이 생각난다.

 

‘세월에 장사 없데이’

경로우대증 노인연금을 국가가 바보라서 주나

 

‘인자 마라톤 그만하고 우리하고 같이 놀자’

마라톤 한다고 친구들한테 눈총도 많이 받았다

 

그래 조금 빠르고 늦을 뿐이다, 모든 걸 인정하자.

그래도 10여 년간 즐거웠든 일도 많았잖아

 

세상사는 때가 있는 법

아쉽지만 아쉬울 때가 좋다

 

앞으로 똥 싼 밥그릇에 밥 먹는 일 또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