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죽었어~ 참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최루시아(91) 할머니는 사진 속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제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1980년부터 스페인에서 건너와 경남 산청 성심원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에게 전시된 앨범 속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김루카 할아버지는 자녀 자랑이 한창이다.

 

30일 성심원(원장 신현재 라이모든 수사)과 성심인애원(원장 오상선 바오로 신부)에서는 요양원 성당으로 가는 길에 한센인들의 역사를 담은 역사관을 문 열었다



이날 역사관 축복식에서 오 원장 신부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한센인들을 기억하고 아픈 세월을 잊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2019년이면 설립 60주년을 맞는 성심원 내에 거주하는 한센병력인들의 평균연령은 86세가 넘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이라는 성심원은 산청군 신안면에서 산청읍 내로 향하는 경호강 왼쪽에 있다.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성심교를 건너에 있는 성심원은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찾는 이가 많다. 한때는 뒤로는 지리산 웅석봉과 앞으로는 경호강이 흐르는 육지 속의 섬과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성심교를 지나 왼쪽으로 돌아 반송 있는 로터리를 돌아 오른쪽으로 향하면 성심인애원 요양원 건물이 나온다. 요양원 앞 성심원 역사관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요양원 건물로 들어서면 “‘한센이라는 주홍글씨가 준 낙인,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그 아픔들을 간직한 채 생활인들 스스로의 손과 발로 삶의 자리를 가꾼~ 성심원 건물, 나무, 풀 한 포기 속에는 아픔과 눈물과 땀이 배어있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적힌 역사관 안내문이 먼저 반긴다.

 

성심원의 좌우명(moto)이기도 한 님의 마음으로한센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다. 문이 없는 전시실을 들어서면 1959618일부터 여기에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했던 소외된 이들의 역사가 차근차근 나온다.

 

내력이 끝나고 움푹 들어간 자리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삶 그리고 성심원이라는 영상물이 상영 중이다. 홍보영상을 비롯해 옛 기록사진들과 올해 촬영한 성심인애축제 풍경 등이 어우러져 성심원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영상물을 지나 십자가들이 진열된 전시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검은 수염 휘날리며 기다란 십자가를 앞세우고 부활절 행사를 하는 유 신부의 젊은 시절이 보였다.

 

이번 역사관을 지난해부터 구상하고 준비한 최윤정 프리랜서 큐레이터가 눈물을 흘렸다는 전시물이 나왔다. 거주 한센인들의 명부와 같은 사진첩이다. 남자들은 본적(本籍)을 비롯해 나이 등이 적혀 있고 사진기를 정면으로 응시해 찍혀 있다. 여성 한센인들은 본적은 물론이고 나이 등도 제대로 적혀 있지 않고 사진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사회적 약자였던 한센인 중에서도 더 힘겨운 삶을 살았던 여성 한센인의 숨은 삶이 담긴 명부를 먼지 털어가며 살피며 울었다고 한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최 큐레이터는 제자들에게 함께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추석 연휴 중 사흘 동안 정리했다고 한다. 한센인 명부를 지나면 그들의 손과 발이 되었던 의수(義手), 의족(義足)들 속으로 지나간다.

 

이게 뭐 하는 물건이야?’하고 의구심을 자아내는 철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둣주걱을 닮은 10cm 크기의 동그랗게 꾸부린 철사다. ‘단추나 고무줄을 꿰는 도구. 손이 뭉툭한 한센인들이 미세한 작업에 어려워 스스로 자신이 사용하기 편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어 단추를 채우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오 말가리다는 개관 전날 돋보기안경을 끼고 전시된 사진 속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과 배우자 사진을 즐겁게 찾아보았다는 전시실 내 사진 속의 아이들과 한센인들은 더욱 밝고 환한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역사관 개관에 즈음해 문을 연 전시실 건너편 카페 보눔(bonum)1959’에 앉았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카페 보눔은 라틴어로 ()’을 뜻한다. 1959년은 성심원 설립된 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마셨다.

 

성심원 역사관 속 한센인들의 추억은 그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는 기억이 소환되어 오해와 편견, 차별로 얼룩진 과거를 반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