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푼짜리 친구로 있어줄게
서푼짜리 한 친구로서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거리에 서 있어줄게
동글동글 수너리진 잎새 사이로
가끔은 삐친 꽃도 보여줄게
유리창 밖 후박나무
그 투박한 층층 그늘에
까치 소리도 양떼구름도 가시 돋친 풋별들도
바구니껏 멍석껏 널어 놓을게
눈보라 사나운 날도
넉 섬 닷 섬 햇살 긴 웃음
껄껄거리며 서 있어줄게
지금 이 시간이 내 생애에 가장 젊은 날
아껴아껴 살아도 금새 타 내릴
우리는 가녀린 촛불
서푼짜리 한 친구로
멀리 혹은 가까이서 나부껴줄게
산이라도 뿌리 깊은 산
태평양이 밀려와도 끄떡 없는 산
맑고 따뜻하고 때로는 외로움 많은
너에게 무인도로 서 있어줄게
무인도......(정숙자)